[중국] 강력한 개혁 정책으로 체제 안정 ‘흔들?’ 노동자 임금 인상…일자리 감소 고민

중국이 개혁 딜레마에 빠졌다. “더욱 큰 용기로 개혁을 심화하겠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말 대로 개혁의 당위성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한다. 문제는 속도다. 개혁의 대가가 체제 안정까지 흔들 경착륙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개혁의 수위 조절을 놓고 중국 지도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노동정책이 대표적이다. “중국 공산당은 (기업에)안정적인 프롤레타리아 공급을 보장했다(문명 비평가 기 소르망).” 하지만 빈부 격차 확대로 사회 불만이 커지면서 친노동자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2008년 노동계약법 시행이 대표적이다. 외자 기업에 노조 설립을 압박하고 최저임금 인상 기준 인상 속도를 높이는 한편 단체 협상 제도 정착을 독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인건비의 급등이 되레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켜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선전의 홍콩계 의류 업체 레버스타일은 최근 2년간 중국 내 생산직 근로자 3분의 1을 구조조정했다. 그 대신 지난 4월 유니클로에 납품하는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민공황(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 부족 심각)과 빠른 임금 상승 탓이다.

중국 당국의 바람은 근로자의 급여소득을 늘리는 소득분배 개혁으로 소비 증대를 꾀함으로써 성장 동력을 수출과 투자에서 소비로 분산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일자리가 줄어들면 이 같은 개혁은 의미가 없게 된다.

중국의 대표적 개혁론자인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도 “개혁·개방 30년 고성장을 가능하게 한 장점마저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단체 협상 제도를 단순한 임금 인상 수단으로 과도하게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노조가 정권 비판 세력으로 성장한 일부 서방국가의 선례를 학습한 효과도 중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근로자 편에 서기 힘든 배경이다.



개혁과 성장 사이 줄타기

인구 대국에서 인재 대국으로 전환하는 정책도 산업 구조조정과 고학력화가 미스 매치(불일치)되면서 삐꺽거리고 있다. 중국은 거대 인구에 따른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이라는 비교 우위 요소를 넘치는 인재를 통한 혁신으로 점차 바꾼다는 전략이다. 올해 대졸자가 699만 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할 만큼 급증하는 배경이다.

문제는 이들을 주로 받아줄 서비스업의 성적표가 좋지 않다는 데 있다. 중국 정부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서비스산업 비중을 43.3%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는 43%에 그쳤다.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보다 낮은 급여를 받더라도 취업하려는 대졸자가 적지 않을 만큼 구직난이 심각한 이유다.

제조업은 철강·시멘트처럼 환경오염이나 에너지 다소비 업종을 대상으로 낙후 설비 공장을 도태시키는 개혁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당장의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지방정부의 반발로 진척이 더디다. 서비스업 육성의 관건인 시장 개방 역시 부진하다.

서비스산업 육성과 함께 추진되는 소비 시장 육성 정책은 반부패 정책과 충돌하고 있다. 공무원의 경비 절감 등 반부패 운동이 확산되면서 고급 음식점의 매출이 줄고 있는 데다 해산물 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어민의 소득 감소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 당국은 노동자 소득을 늘려 ‘건전한 소비 시장’을 키우겠다고 천명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이 먹히더라도 소비 패턴의 변화엔 시차가 존재한다. 그 사이 급격한 경기 둔화가 이뤄질 수 있다. 덩샤오핑은 개혁하더라도 ‘발전이 최고의 진리’라며 성장을 전제로 했지만 시진핑 체제는 어느 정도의 성장 감속을 용인한다는 방침이다. 경제성장률을 7% 대까지는 허용할 수 있다고 공언하지만 개혁 강박증은 예상하지 못한 수준 이하로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 지도자가 개혁과 성장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하는 게 관건이라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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