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이 훌쩍 늘어난 현재, 60세에 정년퇴직한다고 하더라도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몇 해 전부터는 ‘장수 리스크’라는 말이 자주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오래 사는 게 위험하다는 얘기다.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절에는 업무에 치이고 친구들을 만나고 자녀들을 키우느라 하루 24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순간이 많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면 전보다 할 일은 없지만 오히려 새벽부터 눈이 떠지고 헬스장을 가고 독서를 하더라도 시곗바늘은 더디게만 흘러간다.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등을 빼더라도 하루에 약 11시간 정도가 남는데 퇴직 후 80세까지인 약 20년을 곱해 보면 총 8만 시간이 된다.
금융계에 40년간 몸담으며 미래에셋 부회장 겸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을 역임, 지난해 퇴임 후 ‘미래와금융연구포럼’의 대표로 변신한 저자 강창희는 이제 노후 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건강·일·자녀·자산·인플레이션이라는 100세 시대 5가지 리스크를 토대로 풍요롭고 가치 있는 후반 인생을 살기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후반 인생에 접어든 이들은 재테크보다 ‘재취업’에 더욱 전념해야 한다며 평생 현역으로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1980년대에 일본에서 근무할 때 증권 보관 기관에서 증권을 세거나 분류하는 작업을 하던 노인들이 젊은 시절에는 공무원, 기업체 간부로 일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일단 체면을 버리는 게 최고의 경쟁력이라고 당부했다.
지나치게 재무적인 부문에만 편향된 노후 준비를 돈·건강·일 등 종합적인 인생 설계로 바꾸라는 이야기 또한 자극이 된다.
강창희 | 288쪽 | 쌤앤파커스 | 1만5000원
이종우의 독서 노트 - 백은비사
동서양 화폐 전쟁과 은의 저주
은은 네 번이나 사람들에게 저주를 내렸다. 멕시코에서 포토시 은광이 발견된 후 유럽인들은 비로소 아메리카 대륙의 가치를 인정했다. 은의 생산량은 엄청났다. 채굴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전 세계 생산량의 80%를 포토시 광산이 채울 정도였다. 은은 누군가에겐 축복이었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고통이었다. 인디언 남자들은 지하 213m 깊이의 수직 갱도로 내려가 장시간 노동한 후 캐낸 광석을 지고 걸어 나왔다. 혹독한 착취는 인디언의 멸족을 가져왔고 아프리카에서 데려 온 흑인들이 남은 자리를 채웠다.
멕시코에서 채굴된 은은 스페인으로 옮겨졌다. 갑자기 늘어난 부에 취한 스페인은 유럽 분쟁 지역 곳곳에 끼어들었다. 대규모 상비군을 육성하고 무적함대를 만들어 유럽 대륙의 패권을 쥐었지만 그때부터 몰락이 시작됐다. 은은 스페인 왕실과 귀족들이 사치품을 사들이는 도구였다. 스페인의 은은 국외로 빠져나갔다.
결국 스페인 왕실은 채굴 예정인 은을 담보로 잡히고 돈을 빌리지만 상환할 길이 없어 부도가 난다. 평민은 귀족과 다른 방법으로 은이 만든 세계에 뛰어들었다. 은을 통해 일확천금을 얻는 걸 본 사람들이 대거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갔다. 은광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 중에는 지방 유지, 농장주, 상인, 성직자 등 스페인 사회의 중추를 이루는 사람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들이 빠지자 스페인은 영국과 프랑스에서 시작된 기술 혁명을 전수받지 못한 채 경쟁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유럽에 들어온 은은 차 구입 자금으로 중국에 지불됐다. 중국은 원나라 때부터 금이나 은과 연계되지 않은 지폐를 발행할 정도로 뛰어난 신용 기능을 가지고 있던 나라다. 은의 양이 늘자 은본위제로 통화 체제가 바뀌었고 정부가 발행한 은화보다 순도가 낮은 모조품이 판을 쳤다. 사기 당할 것을 걱정한 중국인들이 순도 높은 은화를 땅에 묻어 버리자 만성적인 화폐 부족이 나타났다.
아편전쟁이 끝난 후 ‘은의 저주’는 세상 전체로 번졌다. 중국이 더 이상 은을 찾지 않자 국제적인 통화팽창이 멈췄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공급되는 은의 양과 중국이 수입하는 은의 양을 통해 균형이 유지되던 세계무역 시스템이 붕괴됐다. 극심한 불황이 이어졌고 이를 벗어나는 데 20년이 넘는 세월이 필요했다.
융이 지음 | 류방승 옮김 | 300쪽 | 알에이치코리아 | 1만4000원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iminvestib.com
세계를 뒤흔든 경제 대통령들
유재수 | 504쪽 | 삼성경제연구소 | 2만2000원
루이 16세 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국의 경제정책 결정자 18인의 노력이 정리돼 있다. 저자는 실패한 이들에 비해 성공한 사람을 찾는 게 어려웠다며 이는 특정 시점에서 공과를 따지기 힘든 경제정책의 본질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 러시아를 산업화하기 위해 보호무역주의, 금본위제 도입을 내세운 재무장관 세르게이 비테, 독일 경제를 구한 사람으로 재평가 받는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등 인물별 사례 위주여서 더 흥미롭다.
무역& 오퍼상 무작정 따라하기
홍재화 | 368쪽 | 도서출판 길벗 | 1만6000원
경기 침체로 창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요즘, 전 세계를 무대로 ‘나 홀로 소자본 창업’을 할 수 있는 과정을 총정리한 무역 실무 입문서다. 2006년 첫 출간 이후 무역에 대해 쉽게 설명한 책으로 정평이 자자했으며 향후 자유무역협정(FTA) 대처법,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마케팅 등 최신 정보를 업그레이드했다.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세계 곳곳의 KOTRA 현지 직원들의 생생한 실무 노하우가 담겨 있어 초보 창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오직 독서뿐
정민 | 408쪽 | 김영사 | 1만3000원
책 읽기는 집 구경과 같다. 집 구경을 겉만 봐서는 알 수 없는 것처럼… 교통도 봐야 하고 위치와 규모도 살펴야 한다. 독서도 이처럼 이리저리 뜯어보고 하나하나 따져봐야 온전히 한 권을 다 읽었다고 할 수 있다. 마흔 권이 넘는 저서를 집필한 고전학자이자 인문학자인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허균·이익·안정복·홍대용·이덕무 등 조선 최고 지식인들의 창조적인 독서 전략과 과학적인 책 읽기 담론을 전한다. 오직 독서만이 삶을 구원한다는 저자의 목소리가 힘차다.
날마다 설렘
김경희 204쪽 | 호박 | 1만 원
과연 우리는 직장 생활을 몇 년이나 더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이처럼 불안한 질문 덩어리를 가슴속에 안고 다닐 것이다. 16년 차 직장인으로 방송 PD와 작가, 잡지 기자 및 편집장, 대학 강사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저자가 직장 생활의 희로애락을 솔직 담백한 에세이 형식으로 담아냈다. 격무에 시달리며 매일 실패하고 좌절을 맛보는 이 시대의 평범한 샐러리맨에게 던지는 동료의 위로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가족의 사랑, 끊임없는 자기 계발,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삶의 동력을 얻으라는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절에는 업무에 치이고 친구들을 만나고 자녀들을 키우느라 하루 24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순간이 많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면 전보다 할 일은 없지만 오히려 새벽부터 눈이 떠지고 헬스장을 가고 독서를 하더라도 시곗바늘은 더디게만 흘러간다.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등을 빼더라도 하루에 약 11시간 정도가 남는데 퇴직 후 80세까지인 약 20년을 곱해 보면 총 8만 시간이 된다.
금융계에 40년간 몸담으며 미래에셋 부회장 겸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을 역임, 지난해 퇴임 후 ‘미래와금융연구포럼’의 대표로 변신한 저자 강창희는 이제 노후 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건강·일·자녀·자산·인플레이션이라는 100세 시대 5가지 리스크를 토대로 풍요롭고 가치 있는 후반 인생을 살기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후반 인생에 접어든 이들은 재테크보다 ‘재취업’에 더욱 전념해야 한다며 평생 현역으로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1980년대에 일본에서 근무할 때 증권 보관 기관에서 증권을 세거나 분류하는 작업을 하던 노인들이 젊은 시절에는 공무원, 기업체 간부로 일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일단 체면을 버리는 게 최고의 경쟁력이라고 당부했다.
지나치게 재무적인 부문에만 편향된 노후 준비를 돈·건강·일 등 종합적인 인생 설계로 바꾸라는 이야기 또한 자극이 된다.
강창희 | 288쪽 | 쌤앤파커스 | 1만5000원
이종우의 독서 노트 - 백은비사
동서양 화폐 전쟁과 은의 저주
은은 네 번이나 사람들에게 저주를 내렸다. 멕시코에서 포토시 은광이 발견된 후 유럽인들은 비로소 아메리카 대륙의 가치를 인정했다. 은의 생산량은 엄청났다. 채굴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전 세계 생산량의 80%를 포토시 광산이 채울 정도였다. 은은 누군가에겐 축복이었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고통이었다. 인디언 남자들은 지하 213m 깊이의 수직 갱도로 내려가 장시간 노동한 후 캐낸 광석을 지고 걸어 나왔다. 혹독한 착취는 인디언의 멸족을 가져왔고 아프리카에서 데려 온 흑인들이 남은 자리를 채웠다.
멕시코에서 채굴된 은은 스페인으로 옮겨졌다. 갑자기 늘어난 부에 취한 스페인은 유럽 분쟁 지역 곳곳에 끼어들었다. 대규모 상비군을 육성하고 무적함대를 만들어 유럽 대륙의 패권을 쥐었지만 그때부터 몰락이 시작됐다. 은은 스페인 왕실과 귀족들이 사치품을 사들이는 도구였다. 스페인의 은은 국외로 빠져나갔다.
결국 스페인 왕실은 채굴 예정인 은을 담보로 잡히고 돈을 빌리지만 상환할 길이 없어 부도가 난다. 평민은 귀족과 다른 방법으로 은이 만든 세계에 뛰어들었다. 은을 통해 일확천금을 얻는 걸 본 사람들이 대거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갔다. 은광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 중에는 지방 유지, 농장주, 상인, 성직자 등 스페인 사회의 중추를 이루는 사람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들이 빠지자 스페인은 영국과 프랑스에서 시작된 기술 혁명을 전수받지 못한 채 경쟁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유럽에 들어온 은은 차 구입 자금으로 중국에 지불됐다. 중국은 원나라 때부터 금이나 은과 연계되지 않은 지폐를 발행할 정도로 뛰어난 신용 기능을 가지고 있던 나라다. 은의 양이 늘자 은본위제로 통화 체제가 바뀌었고 정부가 발행한 은화보다 순도가 낮은 모조품이 판을 쳤다. 사기 당할 것을 걱정한 중국인들이 순도 높은 은화를 땅에 묻어 버리자 만성적인 화폐 부족이 나타났다.
아편전쟁이 끝난 후 ‘은의 저주’는 세상 전체로 번졌다. 중국이 더 이상 은을 찾지 않자 국제적인 통화팽창이 멈췄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공급되는 은의 양과 중국이 수입하는 은의 양을 통해 균형이 유지되던 세계무역 시스템이 붕괴됐다. 극심한 불황이 이어졌고 이를 벗어나는 데 20년이 넘는 세월이 필요했다.
융이 지음 | 류방승 옮김 | 300쪽 | 알에이치코리아 | 1만4000원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iminvestib.com
세계를 뒤흔든 경제 대통령들
유재수 | 504쪽 | 삼성경제연구소 | 2만2000원
루이 16세 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국의 경제정책 결정자 18인의 노력이 정리돼 있다. 저자는 실패한 이들에 비해 성공한 사람을 찾는 게 어려웠다며 이는 특정 시점에서 공과를 따지기 힘든 경제정책의 본질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 러시아를 산업화하기 위해 보호무역주의, 금본위제 도입을 내세운 재무장관 세르게이 비테, 독일 경제를 구한 사람으로 재평가 받는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등 인물별 사례 위주여서 더 흥미롭다.
무역& 오퍼상 무작정 따라하기
홍재화 | 368쪽 | 도서출판 길벗 | 1만6000원
경기 침체로 창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요즘, 전 세계를 무대로 ‘나 홀로 소자본 창업’을 할 수 있는 과정을 총정리한 무역 실무 입문서다. 2006년 첫 출간 이후 무역에 대해 쉽게 설명한 책으로 정평이 자자했으며 향후 자유무역협정(FTA) 대처법,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마케팅 등 최신 정보를 업그레이드했다.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세계 곳곳의 KOTRA 현지 직원들의 생생한 실무 노하우가 담겨 있어 초보 창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오직 독서뿐
정민 | 408쪽 | 김영사 | 1만3000원
책 읽기는 집 구경과 같다. 집 구경을 겉만 봐서는 알 수 없는 것처럼… 교통도 봐야 하고 위치와 규모도 살펴야 한다. 독서도 이처럼 이리저리 뜯어보고 하나하나 따져봐야 온전히 한 권을 다 읽었다고 할 수 있다. 마흔 권이 넘는 저서를 집필한 고전학자이자 인문학자인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허균·이익·안정복·홍대용·이덕무 등 조선 최고 지식인들의 창조적인 독서 전략과 과학적인 책 읽기 담론을 전한다. 오직 독서만이 삶을 구원한다는 저자의 목소리가 힘차다.
날마다 설렘
김경희 204쪽 | 호박 | 1만 원
과연 우리는 직장 생활을 몇 년이나 더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이처럼 불안한 질문 덩어리를 가슴속에 안고 다닐 것이다. 16년 차 직장인으로 방송 PD와 작가, 잡지 기자 및 편집장, 대학 강사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저자가 직장 생활의 희로애락을 솔직 담백한 에세이 형식으로 담아냈다. 격무에 시달리며 매일 실패하고 좌절을 맛보는 이 시대의 평범한 샐러리맨에게 던지는 동료의 위로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가족의 사랑, 끊임없는 자기 계발,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삶의 동력을 얻으라는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