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MBA 평가] 설문 조사 결과 선두 경쟁 치열…고려대 ‘ 종합 1위’


MBA를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200대 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평가를 잣대로 삼았다. 이들은 MBA 졸업생들을 채용해 현업에 배치하는 직접적인 수요자에 해당한다. 그런 만큼 냉정하고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평가 항목은 ▷신입 사원 채용 ▷발전 가능성 ▷조직 융화력 ▷국제화 ▷전문성 등 5개다. 신입 사원 채용은 해당 MBA 졸업생을 신입 사원으로 뽑을 의사가 있느냐고 물은 것이다. 각 항목별로 1~10순위까지 답하도록 했다.

예상대로 선두 경쟁이 치열했다. 올해 MBA 평가 1위는 고려대가 차지했다. 총점 3681점을 얻어 148점 차이로 카이스트를 2위로 밀어냈다. 2~3위 점수 차는 더 아슬아슬했다. 2위 카이스트가 3533점, 3위 서울대가 3522점으로 11점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연세대가 3420점으로 서울대에 이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고려대·카이스트·서울대·연세대 ‘빅4’가 1~4위를 나눠 가졌는데, 1위와 4위의 점수 차는 불과 261점에 그쳤다.



‘빅4’ 점수 차 크지 않아

이번 조사는 조직 융화력에서 승패가 갈렸다. 고려대는 신입 사원 채용(2위), 전문성(3위), 발전 가능성(4위), 국제화(4위)에서 고르게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조직 융화력에서 압도적인 점수 차로 1위를 차지한 게 결정적이었다. 반면 카이스트와 서울대는 이 항목에서 각각 6위, 7위로 밀려나면서 총점이 하락했다. 연세대는 조직 융화력을 포함해 5개 항목에서 모두 상위 4위 안에 진입했지만 고려대에 비해 전반적으로 점수가 낮았다.

고려대는 교육부가 발표한 BK21(두뇌한국21) 평가에서 5년 연속(2007~2011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 평가는 국제화·교과·연구·대응자금 등 73개 항목을 평가 대상으로 한다. 또한 고려대는 2011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발표한 세계 100대 EMBA 랭킹에서 세계 23위, 국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MBA 조사는 대체로 작년 말 한경비즈니스가 실시한 ‘2012년 전국 경영대 평가’와 유사한 결과를 나타냈다. 고려대는 작년 경영대 평가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작년 경영대 평가에서는 연세대(2위)가 서울대(3위)에 앞선 반면 MBA 평가에서는 서울대 3위, 연세대 4위로 순위가 바뀌었다.

서강대(6위)와 한양대(7위), 인하대(11위)와 동국대(12위)도 경영대 평가 때와 순위가 뒤집혔다. 경영학 학부과정이 없는 카이스트는 경영대 평가에서는 빠졌다.

항목별 분석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조직 융화력’이다. 고려대는 이 항목에서 835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카이스트가 전문성 항목에서 839점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특별히 높다고 할 수 없는 점수다. 하지만 조직 융화력에서 2위에 오른 성균관대와 점수가 무려 199점 차이가 난다. 1위와 2위 점수 차가 100점 이상 벌어진 것은 5개 평가항목 중 조직 융화력이 유일하다.

1위와 점수 차가 크긴 하지만 성균관대는 조직 융화력에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이 대학은 조직 융화력을 뺀 나머지 4개 항목 모두 빅4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연세대(3위)에 이어 4위에 이름을 올린 한양대도 이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한양대도 조직 융화력을 뺀 나머지 4개 항목은 7위에 머물렀다.

카이스트와 서울대가 조직 융화력에서 6~7위로 추락한 것은 충격적이다. 200대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카이스트와 서울대 MBA 출신들이 조직 내에서 융화력이 부족하다는 냉혹한 평가를 내린 셈이다. 서울대는 작년 경영대 평가 때도 조직 융화력 항목에서 6위를 기록했다.

여대들도 전반적으로 조직 융화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화여대와 숙명여대는 이 항목에서 각각 11위와 14위를 차지했다. 두 대학 모두 5개 평가 항목 중 조직 융화력의 점수가 가장 낮았다.



상·중·하위권 구분 ‘뚜렷’

‘국제화’에서는 카이스트가 801점으로 1위에 올랐다. 이어 서울대·연세대·고려대가 나란히 2~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빅4의 점수 차는 75점으로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국제화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SKK GSB(Sungkyunkwan Graduate School of Business)를 갖고 있는 성균관대가 국제화 항목에서 5위에 그친 것도 흥미롭다. 이번 평가는 성균관대 MBA와 SKK GSB를 모두 포괄해 이뤄졌다.

전문성에서도 카이스트가 839점으로 1위에 올랐다. 5개 평가 항목 1위 중 가장 높은 점수다. 하지만 2위 서울대와 점수 차는 21점에 불과했다. 이어 고려대(3위)·연세대(4위)·성균관대(5위)순이었다. 8위를 차지한 이화여대는 5개 평가 항목 중 전문성에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카이스트는 발전 가능성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 항목에서 카이스트가 721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연세대(694점)·서울대(691점)·고려대(662점)가 차례로 2~4위에 올랐다. 발전 가능성에서 상위 4위의 점수 차는 59점으로 5개 평가 항목 중 가장 적었다.

연세대는 5개 평가 항목 중 발전 가능성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작년 경영대 평가에서는 성균관대가 발전 가능성 1위였다. 하지만 이번 MBA 발전 가능성은 빅4에 밀려 5위에 머물렀다.

신입 사원 채용은 서울대가 806점으로 1위에 올랐다. 고려대가 744점으로 그 뒤를 맹추격했다. 이어 카이스트(3위)·연세대(4위)·성균관대(5위)순이었다. 작년 경영대 조사 때는 이 항목에서 고려대가 1위, 서울대가 2위에 올랐었다.

평가 점수를 기준으로 14개 MBA를 나누면 고려대·카이스트·서울대·연세대 등 선두권과 성균관대·서강대·한양대·중앙대 등 중위권, 이화여대·건국대·인하대·동국대·숙명여대·전남대 등 하위권 등 3개군으로 구분된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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