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심각해지는‘디스토피아(dystopia)’ 세계경제 리스크…위기관리 능력 절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오바마 정부 집권 2기가 출범했다. 취임식 주제인 ‘우리 국민, 우리 미래(our people, our future)’에서 새롭게 제시한 미국 사회의 많은 과제 가운데 잇단 총기 사건 등을 계기로 날로 심각해지는 ‘디스토피아(dystopia)’ 문제를 거론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문제는 1년 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향후 세계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힌 적이 있다.

디스토피아는 유토피아(utopia)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반(反)이상향, 예측할 수 없는 지구상의 가장 어두운 상황 혹은 극단적인 어려운 상황을 말한다. 유토피아의 저자 토마스 모어는 인간 현실 세계의 이상향으로 유토피아를 제시했는데, 이는 그 어느 곳에도 없는 장소란 뜻으로 현실에 없는 이상적인 곳을 의미한다.

디스토피아 사상이 담긴 문학작품으로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1932)’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1945)’이 대표적이다. 크게 세 가지 내용이다. 하나는 극심한 환경문제로 지구는 태양이 사라져 어두운 세계가 되고, 다른 하나는 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치안과 시스템이 무너지고 대도시와 위생 환경이 사람보다 쥐에게 익숙하도록 변한다는 게 골자다.

<YONHAP PHOTO-0381> LOS ANGELES, CA - OCTOBER 1: Protesters rally in the downtown financial district to mark the one-year anniversary of the Occupy movement on October 1, 2012 in Los Angeles, California. Inspired by Occupy Wall Street movement protests in New York, hundreds of Los Angeles demonstrators seized City Hall park last year and lived there for weeks until they were evicted in a dramatic police raid on the night of November 30, 2011. David McNew/Getty Images/AFP==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2012-10-02 09:09:25/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금융 위기 이후 풀어야 할 많은 현안 가운데 디스토피아가 세계경제포럼과 오바마 정부 집권 2기의 아젠다로 선정됐다는 것은 21세기 질서병이 시장이나 시스템, 국가에 의해 조율될 수 없을 만큼 심각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적인 예로 소득 불균형 심화로 민주주의와 금융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려 왔던 런던과 월가에서 시위가 발생한 사례다.

재정 불균형으로 발생한 위기는 아직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쓰나미 등의 환경문제가 이제는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사이버 디도스 공격 등의 악의적인 파괴 행위로 인해 기존의 규범에 혼란(chaos)이 일어나고 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만성적인 노동과 재정 불균형, 심각한 소득 격차가 강한 결합 관계를 보인다는 점이다. 심각한 인구학적 압력은 글로벌화의 축소와 새로운 취약 국가의 등장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에 개별 국가에서 나타는 이런 상황이 글로벌 디스토피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디스토피아 현상은 날로 심화되고 세계는 상호 의존적이고 복잡해져 사회의 번영을 뒷받침할 제도와 관행을 관리할 능력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20세기 이후 유지돼 온 정책·규제·제도들이 현재처럼 복잡해지고 상호 의존하고 있는 상태에서 더 이상 보호막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최근의 세이프가드는 기술의 발전, 금융 부문의 상호 의존, 자원의 고갈, 기후변화 등과 관련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세계화의 상호 의존적이고 복잡한 측면은 앞으로 발생할 리스크에 대해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는 더 나은 안전망을 설립하기 위해 각국 간 공조와 광범위한 구성원들의 참여를 필요로 한다.

금융 위기 이후 이뤄진 글로벌 리스크 조사를 보면 규제의 예상치 못했던 부정적인 결과들이 다른 많은 글로벌 리스크들과 연관이 깊다는 것이 발견된다. 규제의 취약성은 성장과 변영을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방어할 능력을 방해한다. 세이프가드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좀 더 유연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접근이 필요한 때다.

규제력을 가진 세이프가드가 너무 엄격하든 아니든 그 영향은 비슷하다. 적절한 산업 규제의 효과에 대한 믿음이 악화됐고 그 이익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세이프가드를 규정하는 게 힘든 이유는 규제 완화에 따른 재앙과 규제 강화에 따른 산업 발전의 저해 간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경제가 갈수록 상호 의존적이고 복잡해지면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 결과가 선형이 아니고 예측하기 어려운 때는 어느 정도 규제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게 더욱 어려워진다. 5년 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전 세계의 은행에 커다란 손해를 안겨 줬다.



세계경제의 공식 아젠다로 등장

가상 세계에서의 범죄·테러·전쟁 등의 영향이 실제와 같지는 않지만 이런 상황이 변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제는 초연결 사회(hyperconnectivity)가 현실화됐다. 우리의 일상생활이 서로 밀접하게 연계된 온라인 시스템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어 익명으로 파괴적인 사이버 공격을 수행할 수 있는 개인·기관·국가에 취약하다.

지난 10년간 인터넷과 SNS 확산은 사업의 운영 방식과 개인 관계를 크게 변화시켜 왔다. 하지만 이는 또한 새로운 종류의 취약성을 가져왔는데 가상 세계에서의 테러·전쟁·범죄가 현실 세계에서만큼 파괴력이 커졌다. 사이버 테러에 대한 연구는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들의 지원을 받는데, 이는 회의론을 유발하는 편견이 개입될 수 있다.

개인·기업·국가는 갈수록 가상 세계의 데이터와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10년 전에는 전체 인구의 8%가 온라인에 접속했지만 현재는 35%로 증가했다. 2025년에는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고속 커뮤니케이션의 네트워크가 사람보다 전자 기계로 구성돼 있다는 것을 나타내며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에서는 갈수록 증가하는 사보타주(태업)와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강탈하는 등의 사이버 공격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지능적 지속 위협(APT)은 특정 기업이나 조직을 노리는 표적 공격의 대표 유형으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해킹과 구별된다.

각종 사이버 공격에 따른 재무적인 영향을 측정하는 신뢰할 만한 지표를 얻기는 아직까지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각종 매스컴에서 사이버 범죄가 많이 보도되고 있는 것을 보면 경향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이버 리스크 보험에 대한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데 미국에선 관련 보험의 연간 수입 보험료가 500만 달러에 이른다.

네트워킹의 어두운 면과 관련된 리스크를 감소시키려면 인센티브가 서로 다른 것을 교정해야 한다. 온라인 보안 상품의 판매자는 사이버 범죄의 위협에 관여하기를 원하지만 사이버 범죄로 인한 희생자는 피해를 당한 사실을 숨기기를 원한다.

이 때문에 기업과 기관에서는 리스크가 얼마나 큰지, 리스크에 대한 투자는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정보 비대칭을 바로잡기 위해 중앙에서 전 세계적인 사이버 안보를 향상시키고 효율적인 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과 오바마 정부가 집권 2기를 맞아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공식 아젠다로 대두되고 있는 ‘디스토피아’는 각국의 경제정책, 기업 경영과 금융 환경에 커다란 영향과 많은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경제 주체들이 대응 차원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두 가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디스토피아 시대에서는 종전의 규범과 제도보다 정의와 도덕 등과 같은 이른바 행동주의 가치와 기본(back to the principle)이 더 중시될 가능성이 높다. 또 디스토피아 그 자체가 불확실성을 내포한 만큼 기업과 금융사들은 위험이 상수항(함수 y=a+bx에서 ‘a’)이 되는 시대에는 위기관리 능력이 생존의 최고 덕목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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