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의 직관력, 기업의 성패 결정짓는 핵심 경영 자원

백대균의 일일신 경영

어느 날 한 강철 회사의 법정 관리인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찾아온 이유는 이렇다. 몇 년 전에 필자가 이 회사 공장의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1시간 정도 공장을 돌아본 뒤 모든 간부가 모인 가운데 공장을 순회한 소감을 이야기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1시간 정도 느낀 점을 말했다. 결론은 이 회사가 앞으로 2년 6개월 정도 지나면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망하는 연도와 월까지 예견했다.

이날 참석한 최고경영자(CEO) 이하 전 간부들의 표정을 보니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통상적인 의미로 잘하라는 뜻으로만 여긴 것이다. 그런데 우연인지, 아니면 정확하게 판단한 것인지 몰라도 정말 2년 6개월 후 부도가 나서 현재 법정 관리에 있다는 것이다.

필자를 찾아온 관계자는 “이 회사의 멸망을 정확히 예측한 비결을 알고 싶다”며 “더구나 1시간 정도 현장에만 머무른 것에 불과한데 실적이나 재무구조 등 어떤 데이터도 보여주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정확히 예측했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필자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간략하게 답변했다. “이것은 직관력에 의한 판단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슨 뜻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직관(直觀: intuition)’이란 무엇인가.
직관은 사전적 의미로 ‘감각(感覺)의 작용으로 직접 외부의 사물에서 얻는 구체적인 느낌’을 말하며 ‘사유(思惟) 혹은 추리(推理)와 대립되는 인식 능력의 작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유가 반성과 분석을 통해 사태의 일면을 파악하는데 비해 직관은 순간적으로 사태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으로, 분석처럼 세부적으로는 명확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넓은 범위로는 정확하다.

또한 직관은 무엇보다 타인에게 전달할 수 없는 불립문자(不立文字)다. 즉 문자로는 설명이 어렵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불교에서 수행자들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행하는 화두(話頭)와 참구(參究: 참선해 진리를 찾음)는 문자로 뜻을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다.

깨달음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직감(直感)은 ‘사물이나 현상을 접했을 때 설명하거나 증명하지 않고 진상을 곧바로 느껴서 아는 것으로의 감각’을 뜻하며, ‘직감으로 알아차리다’, ‘직감으로 느끼다’같은 표현으로 사용된다. 그러므로 직감과 직관은 다르다.

아프리카 들판에서 풀을 뜯던 누우들이 갑자기 쏜살같이 도망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사자가 다가오는 것을 오감을 통해 직감적으로 느낀 것이다. 또한 인간은 쥐나 뱀, 두꺼비 같은 동물들이 떼 지어 출몰하면 지진의 전조라고 직감한다.

동물들은 자신들이 위험한 상태나 변화를 직감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이렇듯 직감은 생명체라면 누구나 가지는 동물적 본능이다. 하지만 직관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사고 능력이다. 즉 직감에 사고의 능력이 부과된 것이 직관이다.

그래서 직관은 직감을 초월한 상태를 말한다. 직감은 5감(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이 합쳐 생긴 것이 직감이며 이를 6감이라고 하며, 6감에 사고 능력을 합쳐 생긴 것이 직관이며 7감이라고도 한다.

무언가 섬광처럼 머릿속을 스치거나 무언가를 깨닫는 순간 어떤 아이디어나 착상이 떠오른다. 이런 현상은 목욕을 하거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거나 산책을 할 때나 예상치 못하는 상황에서 불쑥 나타난다. 이것은 7감이라는 직관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직관력이 없으면 창의력 또한 나타나지 않는다.

심리학자인 마리우스 어셔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교수팀이 인간의 직관이 얼마나 정확한지를 실험했다. 참가자들에게 컴퓨터 화면의 오른쪽과 왼쪽에 2개 숫자를 연속적으로 보여주고 좌우 쪽 중 평균값이 놓은 쪽을 선택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6회까지는 정답이 평균 65% 나왔고 24회 완료 시에는 평균 90%가 나왔다.

화면 숫자 표시는 1초 정도였으며 계산이 금지된 상태에서 실험을 실시했다. 이것은 PNAS(미국 국립 과학원 회보)에 실린 내용으로, 직관의 신뢰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낸 것이다. 연습을 통해 직관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에디슨의 많은 발명은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노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것은 와전된 것이다. 에디슨은 훗날 신문 기자가 잘못 이해하고 보도한 것이라고 수정했다.

“1%의 직관이 없으면 99%의 노력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직관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것이다. 이렇게 에디슨도 직관에 대한 절대적 신봉자였으며 하나의 발명품을 개발할 때 최초의 단계는 직관이라고 말했다.

에디슨은 생전에 평균 2주에 하나씩 발명 특허를 냈다고 한다. 그는 항상 수첩을 가지고 다녔는데 세상을 떠날 때까지 3400개의 수첩을 사용했는데 수첩에 기록한 내용은 영감이 아니라 직관으로 떠오른 내용인 것이다. 우리는 영감이라는 용어를 많이 쓰는데 문득 떠오르는 영감만으로는 너무 막연하고 추상적이기 때문에 발명의 실마리가 될 수 없다. 직관만이 정확히 발명의 아이디어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발명왕 에디슨’은 직관의 힘

살아서 전설이 됐고 죽어서는 신화가 된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여러분의 시간은 한정돼 있습니다. 그러니 타인의 삶을 살며 낭비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를 용기를 가지세요. 언제나 갈망하고 언제나 우직하게(stay hungry, stay foolish)”라고 14분 정도 명연설을 했다.

이렇게 스티브 잡스 또한 직관을 중요시했으며 그가 만든 제품의 대부분은 직관에 의해 개발됐다. 그가 만든 아이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할 뿐만 아니라 무엇을 누르고 터치해야 할지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어린 아이가 짧은 시간 내에 아이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직관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직관과 단순함’이라는 제품 생산의 기본 철학은 젊었을 때 심취한 선불교 정신으로부터 나왔으며 이것이 오늘날 정보기술(IT) 산업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했다. 아이팟의 단순한 디자인도 참선의 정신에서 비롯된 것인데, 원래 직관과 단순함은 선불교의 핵심 정신 중의 하나인 것이다.

2002년 5월 크리스턴 앤드 팀버스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체 경영자 중 45%가 경영 일선 자료보다 직관에 의존한다고 한다. 직관은 데이터에 의한 자료 분석에 의존하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주먹구구식’이라는 비난을 받을지 몰라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오늘날 빅 데이터(big data) 시대에 데이터에 의한 분석은 너무 많고 복잡하므로 모든 사항에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연속적으로 되풀이되는 일은 데이터 분석에 의존해야 하지만 M&A와 같이 어쩌다 한번 하는 일은 환경 변화가 심하므로 직관력에 의존하는 게 더 유리하다.

기업에서 M&A를 할 때 초기에는 분석 자료를 놓고 고심할지 모르지만 최종 결정은 직관에 따른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경영자는 인간의 ‘직관적 선택’ 확률은 90% 이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직관력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직관력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지식과 경험도 중요하지만 독서와 예술 활동도 중요하다.

두루 쌓인 지식과 경험이 많을수록 상황이나 사물을 보며 전체 윤곽을 파악할 수 있는 ‘직관적 통찰(intuitive insight)’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경영상의 급소(critical point)가 눈에 보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창의적 해법이 머리를 스치게 됨으로써 기업은 전반적으로 더욱 발전해지는 방향으로 이동해 간다. 그러므로 오늘날 ‘경영자의 직관력’은 기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경영 자원이 되는 것이다.


백대균 월드인더스트리얼 매니지먼트 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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