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發 새로운 ‘창조 경제 시스템’가동

한성대 지식서비스 & 컨설팅 대학원 융합기술학과

박근혜 정부 국정 과제 1목표에는 ‘창조 경제’가 자리하고 있다. 과학기술을 통한 산업 융성, 일자리 창출이 핵심이다. 세부 전략에서는 중소기업이 창조 경제의 주역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만들어갈 인재가 배출돼야 한다. 한성대 지식서비스&컨설팅대학원 융합기술학과는 국내 최초로 대학과 연구소, 중소기업, 정부 등이 하나로 뭉쳐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네트워크 활성화 발전 전략을 세우고 본격 가동에 나섰다.


최배근(31) 씨는 2010년 한성대 지식서비스&컨설팅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는 대학원 과정에서 ‘융합’ 개념을 접했다. 입학 당시만 하더라도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대학원의 모든 과정이 융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사회 분위기 또한 융·복합을 강조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최 씨는 컨설팅에서 ‘컨버전스 창업’으로 진로를 바꿨다. 기존 자전거에 디자인과 서비스를 접목해 아이템을 발굴하고 ‘스파이더몽키’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자전거 패션 안장 커버를 만든 건 국내 최초죠. 디자인 전공은 아니지만 사례 연구를 통해 디자인 회사의 프로세스를 간접 경험한 후 창업할 용기를 냈습니다.”

미래 사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어디에서 나올까. 한성대 지식서비스&컨설팅대학원은 융합에서 해답을 찾았다. 21세기 기업 활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융합이 강조되고 있고 이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다양한 신시장 창출로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고 사회·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봤다.

무엇보다 융합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맞춤형 융합 인력 양성 체계가 필요했다. 한성대 지식서비스&컨설팅대학원이 ‘융합기술학과’를 설립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2010년 출범한 융합기술학과는 시작부터 융·복합 협력 모델로 출발했다. 중소기업청 지원 사업인 ‘중소기업형 계약학과’에 선정돼 대학원·연구원·원우·기업 등이 힘을 합쳤다. 중소기업청에서 학비의 70%를 지원해 말 그대로 ‘반값 등록금’이 가능하다.

또 업체에서 15%를 분담하게 돼 있어 한 학기 등록금 500만 원 중 15%인 75만 원을 부담하면 2년간 총 300만 원에 대학원 석사과정을 이수하는 셈이다. 여기에 각종 장학금 혜택을 더하면 학생의 비용 부담은 거의 무료에 가깝다.



중소기업 고급 융합 전문 인력 양성

융합기술학과가 추구하는 인력 양성 시스템은 중소기업청 차장 출신인 나도성 한성대 지식서비스&컨설팅 연구원장이 30년 정책 경험을 살려 만든 것이다. 나 원장은 “과거처럼 학생들을 모집한 후 열심히 가르쳐서 내보낸다고 융합 전문 인력이 될 수 없다.

융합은 학문적 이론으로 하는 게 아니라 직접 부딪치며 체화돼야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예전과 차별화된 인재 양성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점은 대학원과 별도로 연구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융합기술학과 학생들은 전원 지식서비스&컨설팅 연구원의 ‘파트너 연구원’으로 공공기관, 정부 정책 및 기업 컨설팅 분야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실제 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발굴하고 해결책을 내놓는 과정 자체가 실무 능력을 강화하는 지름길이다.

최배근 씨는 “여성벤처협회에서 진행한 여성 기업인들을 위한 프로젝트에 파트너 연구원으로 참여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직접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인터뷰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융합하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과 함께 실력을 얻었다.

학생들이 입을 모아 자랑하는 융합기술학과의 특징은 ‘사례 중심 연구 수업’에 있다. 그것도 중소기업에 특화된 사례다.

“학부 전공과 사회 경험만으로는 실질적인 비즈니스를 알 수 없잖아요. 이전에도 타 대학의 E-MBA 6개월 과정을 마치긴 했는데 거의 대기업 위주의 사례가 많았어요. 실질적으로 소기업이나 중소기업에 적용하기가 어려웠는데 한성대는 커리큘럼 자체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쪽에 특화돼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 경영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융합기술학과 3기 재학생 최행수 씨의 말이다.

교수진 또한 각 분야의 실무자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이론과 사례를 접목한 수업을 주로 진행한다. 세미나와 학술 대회 등을 정기적으로 열고 분야별 ‘성공 사례’를 함께 토론·분석하는 데 힘을 쏟는다.



산학연 전문가 네트워크 강점

‘수요자 중심’으로 탄력적 강의를 운영하는 것도 이곳의 특징이다. 주말과 야간 수업, 온라인 강의 등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교육 수요자 중심의 수업을 운영하도록 방침을 세웠다.

학생들은 ‘현장 수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기업 탐방 형식으로 실제 융합 기술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어 학습 효과가 좋다는 반응이다. 융합을 통해 실제 상품화하는 일이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이와 같이 성공 사례를 관찰하며 학생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그려볼 수 있다.

융합기술학과의 융합 시스템은 지속적인 교류, 네트워크 구축에도 많은 힘을 쏟는다. 졸업 후에도 융합 전문 인력으로서 ‘몸값’을 높일 수 있도록 관리하는 방식이다. ‘소연구회’가 대표적으로 재학생과 졸업생이 한데 모여 융합 기술의 활성화 방안과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다. 융합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사례 연구와 최신 트렌드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술 대회, 세미나 등 한성대 지식서비스&컨설팅대학원의 모든 행사는 학습의 장인 동시에 교류와 소통의 자리다. 각 분야 실무자로 구성된 외래 교수진과 공무원·기술직·컨설팅·세무·회계·법률 등 다양한 직군에 종사하는 재학생 및 졸업생, 중소기업 관련 기관 종사자 등이 한성대라는 테두리 안에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학교에서 만난 한 재학생은 “수업도 좋지만 중소기업 전문가를 망라한 이런 네트워크에서 더 얻는 게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성대 지식서비스&컨설팅대학원 융합 모델이 힘을 발휘하는 것은 이곳에서 융합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인수(53) 대표를 중심으로 대학원 출신 13명이 이끄는 컨설팅 업체 ‘아프로파트너스’가 대표적 사례다. 정보기술(IT)과 경영의 융합 모델을 함께 공부하던 이들은 재학 중에 실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보자고 뜻을 모았고 ‘기술 융합’에 특화된 컨설팅 업체를 설립했다. 아프로파트너스는 지난해 매출 10억 원을 올렸다. 김 대표는 “같은 컨설팅이지만 해결 방안으로 역시 융합 모델을 제시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수주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전에 한 제조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했는데 그때만 해도 기술 하나만 좋으면 성공하는 줄 알았다. 엔지니어들은 보통 그런 고집이 있다”며 “하지만 기술에 또 다른 기술을, 기술에 마케팅과 경영을 접목하고 활용하는 법을 배우면서 경영자로서의 시각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도성 원장은 “융합기술학과는 박근혜 정부 최대 화두인 ‘창조 경제’와도 맥이 닿는다”고 강조한다. 창조 경제를 위해서는 스타트업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이미 너무 많은 기술이 개발돼 있어 경쟁력을 갖추기가 만만치 않다. 새로운 시각으로 기존의 것들을 융합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낼 때 비로소 신시장이 생겨난다. 그래서 창조 경제의 핵심은 융합이라는 설명이다.

같은 맥락에서 ‘경제 민주화’의 답도 찾을 수 있다.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시장 공정성 확보 노력과 함께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회복이 필요하다. 최근 협동조합이 늘고 있는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작은 기업이 규모를 키우는 방법은 서로 힘을 합치는 것, 융합 전략이다. 나 원장은 “경제 민주화의 중요한 달성 수단이 융합이고 이는 중소기업 살리기와도 연결된다”고 말한다.

소상공인을 비롯해 전체 산업 종사자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흔히 국가 경제의 실핏줄에 비유된다. 하지만 산업연구원(KIET)의 ‘중소기업 융합 활동 실태 및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융합 활동 수행 중 직면하는 가장 큰 애로 사항은 ‘전문 인력의 부족’이다. 중소기업의 전문 인력에 대한 투자 및 교육이 어려운 현실에서 중소기업을 살릴 수 있는 방법으로, 나 원장은 기존 인력들을 융합 전문가로 양성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현장에서 융합을 리드할 전문가를 양성해 인재 유출을 막고 성장 동력을 확충한다는 복안이다.



창조경제·경제 민주화 해답은 융합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재’다. 기능과 기능, 기술과 기술, 산업과 기술, 인문과 과학기술 등 다양한 형태의 융합이 있지만 모든 융합을 가능하게 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융합적 사고와 마인드로 현장을 진두지휘할 전문가 육성이 중요한 상황에서 한성대 기술융합학과가 국내 최초로 대학발 창조 경제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나 원장은 강조한다.

한성대 지식서비스&컨설팅대학원 올해로 설립 5주년을 맞아 융합 커뮤니티 활성화 전략을 세우고 향후 5년간 세계 일류 융합기술학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선포하고 로드맵을 완성했다.

주요 전략은 현장 수요 중심의 융합 학위 모델의 연계 운영으로, 학사·석사·박사과정을 산업계의 수요와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방법이다. 한성대 학부 과정에서부터 석사·박사 학위를 연결하는 융합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이다. 창조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CEO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 CEO 역량 강화 과정 등 수요자 중심의 비학위 과정 및 프로젝트를 만들어 이를 다시 정규 학위 과정과 연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기업이나 정부 기관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학사·석사·박사과정과 기업 현장 간의 유기적 연계 체제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한편으로는 ‘고용 연계형 융합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중소기업청 등의 지원을 받아 채용 조건형 석사학위제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 및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정부 산하 기관과의 협력도 확대할 계획이다. 비전과 이익을 공유하는 모임을 활성화하는 한편 모든 융·복합 모델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지식 경영도 도입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대학 차원의 융합 커뮤니티를 구축해 중소기업 현장의 융합 역량을 향상하는 ‘베스트 프랙티스’를 만들어 대학발 창조 경제 시스템을 전국적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대학과 산업체, 정부 및 유관 기관이 연계된 베스트 프랙티스가 타 대학에 공유되고 활성화되면 이를 통해 융합 신제품 개발 및 사업화가 가능해지고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

한성대 지식서비스&컨설팅 대학원의 이러한 야심찬 로드맵이 성공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단연 ‘인재 확보’가 급선무로 남아 있다. 이를 위해 한성대 지식서비스&컨설팅대학원 융합기술학과는 현재 5인 이상의 중소기업 종사자만 지원할 수 있는 신입생 모집 요건을 4인 이하로 완화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인터뷰] “누구나 융합 전문가가 될 수 있어요”
나도성 한성대 지식서비스&컨설팅 연구원장

Q 타 대학의 융합 학과와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가.

A 우리가 하려고 하는 융합은 높은 수준의 융합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프로젝트형 융합을 해보자는 것이다. ‘기술 융합’에 초점을 맞춰 기술과 기술이 만나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갖추도록 교육을 하고 있다. 핵심은 ‘중소기업’에 있다. 창조 경제와 경제 민주화의 중심에 있는 중소기업에 특화된 과정을 운영해 융합형 사고와 창조적 역량으로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해 나가는 인재 육성의 산실이 되고자 한다.

Q 융합기술학과를 만들면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A 융합기술학과를 처음 만들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으로 기획했다. 참여형 과정을 만들려고 했다. 세미나나 모든 프로젝트에서 학생들이 일방적으로 교육을 받는 게 아니라 직접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친다.

Q 정원은 몇 명인가.

A 25명 내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2년 4학기 과정이고 24학점 이상을 이수하고 졸업 논문을 작성해야 한다. 매년 5월 중순에 원서 접수를 시작해 서류 전형과 면접을 거친다. 배우고자 하는 열정만 가지고 오면 누구라도 융합 전문가로 활약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할 계획이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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