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보험·카드] 보험·증권 ‘삼성시대’…은행은 KB 석권

한국인 900명이 뽑은 ‘10년 후 한국의 대표 기업·대표 CEO’

10년 후 한국의 금융 산업은 어떤 모습일까. 냉정히 말해 지금 한국의 금융 산업은 C학점 수준이다. 한국의 제조업은 세계 1위 제품을 수두룩이 만들어 내고 있다. 반면 금융업은 이에 크게 못 미친다. 그래서일까. 한국의 금융은 아직 말 그대로 ‘중진국’으로 평가된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의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는 조사 대상 144개국 중 71위에 머물렀다.

그렇다면 10년 후 한국 금융 산업의 발전을 이끌 선두 주자는 과연 어느 회사일까. 900명의 선택은 KB국민은행(은행)·삼성증권(증권)·삼성생명(보험)·신한카드(카드)였다.



▶ 은행= KB국민은행은 응답자 중 26%가 은행권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고 대답했다.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중 하나는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영토’를 넓히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은행권에서 해외 진출에 가장 열심인 곳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글로벌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산하에 글로벌사업부와 외환업무부를 설립해 해외 사업 간 연계성 강화와 네트워크 확장에 대비한 조직 기반을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KB국민은행은 최근 높은 경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을 중점적으로 파고들 계획이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21일 중국 현지법인과 베이징 지점을 동시에 출범시켰다. 중국 금융 당국이 수도인 베이징 지역에 외자은행의 지점과 중국 내 영업을 총괄하는 현지법인을 동시에 허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KB국민은행의 미래 전략은 또 있다. 스마트 금융과 은퇴 설계 서비스 등 특화된 수익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성장을 이어간다는 것. KB국민은행은 스마트 금융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2011년 지주사 내에 스마트 금융 추진 조직을 신설한데 이어 KB국민은행에 국내 금융회사 최초로 모든 브라우저와 스마트 기기에서 이용이 가능한 오픈뱅킹 서비스를 전면 시행했다.

또 2012년 8월에는 시니어 특화 점포인 ‘골드 시니어 수지 PB센터’를 오픈하고 9월에는 컨설팅은 물론 재취업·창업을 지원하는 맞춤형 노후 설계 서비스인 ‘KB골든라이프’ 를 론칭하는 등 시니어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증권= 응답자 중 15.1%가 증권 업종에서 ‘삼성증권’을 10년 뒤 최고의 회사로 꼽았다. 최근 증권업은 주식 거래량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주식 거래 수수료로 먹고살아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꿋꿋하게 성장을 거듭하는 증권사가 있다. 바로 삼성증권이다.

비결은 자산 관리다. 삼성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가장 앞선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회사다. 이에 따라 증권사 중 가장 많은 거액 자산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리테일 고객 예탁 자산은 111조 원으로, 이 중 예탁 자산 1억 원 이상인 고객이 맡긴 돈은 55조5000억 원이다. 예탁 자산의 50%가 고액 자산가들로 구성된 셈이다.

대다수의 증권업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증권을 ‘추천주’로 선정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유는 ‘안정성과 성장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증권사이기 때문이다. 전배승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증권에 대해 “충성도 높은 다수의 거액 자산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높은 수준의 대면 채널(PB)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금융 상품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자산 관리 영업의 선순환 구조가 갖춰진 상태”라고 말했다.



▶ 보험= 삼성생명은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의 ‘좌장’ 격인 회사다. 최고의 보험사를 묻는 질문에 대한 설문 응답자 900명의 선택도 역시 ‘삼성생명’이 가장 많았다. 삼성생명은 응답자 18.6%의 선택을 받았다. 재미있는 결과는 삼성화재가 삼성생명의 뒤를 이어 14.6%의 선택을 받으며 보험업 2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삼성’이라는 브랜드의 힘이다.

삼성생명은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2020년까지 자산 500조 원, 영업수익 100조 원 규모의 세계 생명보험 업계 15위의 회사로 도약한다는 것. 이 같은 목표를 현실로 만들 전략은 해외시장 진출 확대다. 국내 최대의 생명보험사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삼성생명은 현재 총 7개국에 12개 해외 거점을 두고 있으며 중국과 태국 등 2곳에 합작 법인을 설립한 상태다. 2005년 7월 출범한 중국 합작 법인 ‘중항삼성’은 개인 채널 위주의 영업에서 벗어나 단체 및 방카슈랑스에 진출해 채널 다각화에 성공했다. 그 결과 삼성생명은 2007년 66억 원에 머물렀던 현지 영업수익을 2011년 670억 원까지 끌어올렸다. 삼성생명은 해외 진출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현재 1000억 원 수준인 해외 영업수익이 27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카드= 신한카드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의 카드사다. 신한카드의 회원 수는 2200만 명에 달한다. 신한카드의 가입자 수는 글로벌 순위 12위다. 시장점유율 역시 2007년 설립 후 계속해 20%를 웃돌며 카드 업계 1위 자리를 한 번도 내주지 않았다. 신한카드는 응답자 900명 중 24.9%의 선택을 받았다. 2위 KB국민카드와 5% 포인트가 넘는 차이다.

확고한 1위인 만큼 빠른 성장은 어렵다. 그럼에도 2위권 카드사들의 추격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신한카드의 성장 전략 중 하나는 ‘스마트화’다.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다양한 추가 신규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동시에 스마트 월렛 이용 고객 확대 등을 통해 스마트 금융의 주도권을 반드시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신한카드의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신한 스마트 결제 서비스(이하 스마트 결제)’가 대표적이다. 2011년 5월 첫 선을 보인 스마트 결제는 온라인 결제 시 매번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하는 번거로움을 제거해 편의성을 확보했고 국내 모든 온라인 쇼핑몰에서 쓸 수 있어 출시한 지 1년 8개월 만에 가입자가 500만 명을 돌파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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