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학 개론
2012년과 2013년을 거치는 동안 유난히 추웠던 겨울은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국내 주식시장도 이번 겨울과 비슷했다. 2013년 연초 이후 글로벌 증시 대비 한국 증시의 하락 폭은 평균 10% 이상이다. 말 그대로 디커플링이 크게 진행된 상황이다.이러한 장세의 배경으로는 뱅가드 펀드의 매물을 포함한 외국인 매도세가 지목되고 있다. 외국인 매도세의 원인은 먼저 국내 기업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의 실적 부진이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런데 지금 한창 랠리를 펼치고 있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기업 실적을 보자. 미국 기업들의 실적 역시 당초 예상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그러므로 단순히 기업의 실적 부진만으로 한국 증시의 이러한 디커플링 현상을 설명하기는 힘들다.
이보다 힘을 얻는 의견은 앞으로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현재 풍부한 유동성으로 랠리를 펼치고 있는 글로벌 증시와 한국 증시의 디커플링 현상은 ‘엔화 약세, 원화 강세’로 한국 기업들의 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행히도 뱅가드 펀드의 매도는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뱅가드 펀드의 매도는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제는 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판단된다.
1분기 실적 확인이 ‘증시 터닝포인트’
디커플링의 핵심은 환율 급등락에 따른 앞으로의 기업 실적 우려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의 이익을 늘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엔화의 가치를 끌어내렸다. 불행히도 지난 G20 회의에서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인위적 환율 조작에 대한 경고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무색하게 그 어느 나라의 재무장관도 일본을 겨냥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오히려 엔화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만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과 같은 수출 주도형 국가에서 최근과 같은 환율 움직임과 앞으로의 불안한 전망은 증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사실은 엔화 약세, 원화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방향성보다 속도에 주목해야 한다. 새 정부가 한국형 토빈세 부과와 같은 공격적 정책을 검토하는 상황이고 엔화도 과도한 저평가에서 해소된 만큼 급격한 엔화 약세, 원화 강세 속도는 확실히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새로운 환율 수준에 인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에 대한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2005년 글로벌 저성장과 원화 강세에도 견조한 매출액으로 상대적 가치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업종의 주가가 턴어라운드했던 경험이 있다. 이처럼 다른 시장과 달리 하방 경직성을 보이고 있는 국내 기업 이익 전망치를 불신할 필요는 없다.
이 때문에 지금처럼 글로벌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태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곧 발표할 1분기 실적이 견조한 매출과 이익을 확인해 준다면 주식시장은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재정지출 협상, 유럽 재정 리스크 등만 넘기면 과도하게 디스카운트돼 있는 국내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부터 서서히 경기 민감주를 매수해 다가오는 봄의 반등을 준비해야 한다.
이장웅 삼성증권 SNI코엑스인터컨티넨탈 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