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택의 화려한 부활, 소통 강화 포석… IT 기업들 선호

살벌해진 직장 환경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직원 대우의 향상 노력이 그렇다. 경영 합리화 차원에서 삭감 대상이던 사택·기숙사를 새롭게 제공하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원래 사택·기숙사는 일본 기업의 상징적인 복리후생이었다. 주택 제공은 기업의 필수 임무로까지 각인됐었다. 그랬던 게 장기 침체로 꽤 줄었다. 상장기업 4177개사의 사택·기숙사 변화 흐름을 살펴보자.

버블 호황으로 구인난이 심했던 1990년 전후로는 70%의 기업이 사택·기숙사를 운영했었다. 이후 감소세로 전환, 최근엔 36%까지 줄었다. 버블 붕괴 이후 보유 부동산을 팔고 유지비용 삭감 차원에서 사택·기숙사가 우선 타깃이 된 결과다. 2000년대 이후 기숙사의 50%, 사택의 59%가 통합·폐지됐다.

그렇다고 거주 제공의 무게감이 격감한 것은 아니다. 주택 지원은 여전히 비법정 복리비용 중 단연 으뜸이다(일본게이단렌, 2012년). 2010년 월평균 비법정 복리비용 중 49%(1만2443엔)가 주택 지원에 배치됐다. 생활 지원(23%)과 의료·건강(11%)보다 월등히 많다. 자가(自家) 원조(578엔)보다 기숙사·사택 등 주택 지원(1만1865엔)이 압도적이다.

이에 따라 체감 수혜는 상당하다. 사용료는 민간 임대보다 현격히 낮다. 가격이야 천차만별이지만 평균적으로 약 60%가 월 1만~2만 엔대로 조사됐다. 유사 규모(방2+부엌) 도쿄 임대 아파트의 7분의 1에 그친다. 그나마 디플레로 민간 임대는 연평균 2.5% 올랐지만 사택 사용료는 3.3% 뛰어 다소 증가한 게 그렇다. 입주 여부에 따른 불공평성 등 새로운 갈등 문제가 부각되는 이유다.

최근의 사택·기숙사 제공은 단순한 복리후생을 넘어선다. 매력적인 채용 조건의 하나로 떠오르면서 향후 주거 제공을 검토 중인 기업이 4개 중 1개사일 만큼 긍정적으로 변했다. 돋보이는 게 대화 불통을 풀어줄 교류 강화다. 정보기술(IT) 업체인 사이버에이전트는 업무 특성상 홀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정보 교류가 약점이었다. 회사가 수배한 IT 전문가를 전용 기숙사에 입주시켰는데 만족도가 높다. 최근 유행하는 셰어(share) 하우스 형태의 기숙사로, 월 5만~6만 엔만 내면 나머지는 회사가 보조해 준다.



기업의 25% 사택 제공 검토

중개회사인 휴먼노트에 따르면 기숙사를 제공하려는 IT 기업이 증가세다. 대개 이업종 인력과 고밀도로 교류할 수 있게끔 셰어 하우스를 선호한다. 비슷한 취향의 회사 동료에게선 얻기 힘든 다양한 접촉 기회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라는 회사 배려다.

이 수요를 노린 건설 붐도 한창이다. 건설사인 이누이창고는 도쿄 도심에 무려 644개실을 갖춘 기숙사용 셰어 하우스를 건설 중이다. 모두 기숙사를 원하는 회사에 분양할 계획이다. 복수의 기업이 거대한 기숙사를 공유함으로써 이업종 교류의 실현 무대를 제공하기 위한 기획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회사 제품의 실험 무대로 기숙사를 활용하려는 수요도 있다. 신니테츠스미킨은 태양열과 지열로 만든 에너지 시스템의 실험 장소로 자사 기숙사를 활용한다. 회사 개발의 독자적인 최신 환경 시스템의 시험 가동으로 상용화 이후의 자료 취합에 제격이라는 평가다.

자사 물건이기 때문에 데이터를 집적해 향후의 영업 활동에 쓸 수 있어 고무적이다. 직장과 생활이 공유되는 단독 기숙사이기 때문에 유대감과 연대감도 남다르다. 지역 교류에도 활용된다. 기숙사에 농원을 병설해 지역 주민과의 교류 공간으로 활용하는 식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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