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르는 글로벌 부동산 시장] 미국 회복 지속…캐나다는 안정 국면

글로벌 금융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부동산 시장에 화색이 돌고 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가 되는 각종 지표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2012년 미국 주택 시장은 혼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회복세가 지속되는 양상을 보였다.

미연방주택금융공사(FHFA)의 2012년 3분기 기준 전년 대비 계절 조정치 감안 주택 구매 가격 지수는 0.86% 추가 상승하며 2006년 2분기 이후 최고치인 2.31% 올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케이스-실러 주택 가격 지수 역시 10대 도시, 20대 도시가 지난해 6월 2003년 수준까지 회복되며 시장 회복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여줬다.

건축 경기의 지표가 되는 주택 착공량(housing start) 또한 2012년 9월 기준 전년 대비 34.8% 급증하며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건설협회의 2012년 10월 건설업자의 건축 심리 역시 2006년 5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전미 중개인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의 기존 주택(existing homes) 판매량도 지난해 10월 전년 대비 2.1% 상승했다. 이는 5년 동안 최고 판매량으로, 미국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표가 되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온기가 감지됐다. 상업용 오피스 임대료가 상승하고 임대주택의 공실률은 떨어지고 있다. 주택 소유율은 장기 평균치를 밑돌고 주택 시장의 거품은 서서히 걷히는 모습이다. 그 결과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부동산 가격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고무적인 사실은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공공 지출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민간 부문의 자생적인 회복에 있다는 점이다.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 부양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의 자생적인 회복은 2013년 미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한다.


<YONHAP PHOTO-0590> MILLBRAE, CA - APRIL 25: Model homes on display in the Millbrae Estates development on April 25, 2011 in Millbrae, California. New home sales rose 11.1% in the month of March according to the Commerce Department. David Paul Morris/Getty Images/AFP==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 /2011-04-26 07:52:28/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6~8% 올라

미국 부동산이 이처럼 회복세를 보이는 데는 미국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에 힘입은 바 크다. 세 차례에 걸친 양적 완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 등 전례 없는 정책 수단이 꺼져 가던 부동산 시장의 불씨를 살렸다.

미국 부동산 컨설팅사 클릭 투 블루오션의 크리스 임 대표는 “미국 부동산 시장이 살아난 데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발생한 2007년 이후 미국 부동산 시장은 극도로 침체됐다.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한 저소득층의 주택은 은행으로 넘어갔고 은행은 이들 주택을 달러당 50~60센트에 시장에 내놓았다. 1억 원짜리 주택이 5000만~6000만 원에 무더기로 나온 셈이다. 이 같은 악순환은 2년 가까이 이어졌고 미국 부동산 시장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가 시장에 개입했다. 은행이 쌓인 재고 주택을 정부가 매입한 후 기관투자가들에게 넘겼다. 50%는 투자자들이 댔고 나머지 50%는 5년 후 상환하는 조건으로 정부가 자금을 댔다.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에 전미부동산협회 등의 반발도 있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는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책을 강행했다. 부동산 시장의 소프트 랜딩이 그만큼 절실했던 것이다.

정부로부터 주택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조금씩 매물을 시장에 내놓았다. 임 대표는 “집을 사려는 사람이 10명이면 매물로 나온 주택은 100채, 200채이던 것이 정책 추진 후 10채, 20채로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소프트 랜딩할 수 있었다.

<YONHAP PHOTO-0204> 미국모기지차압주택경매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리어 (모기지 빚을 깊지못해 모기지회사 은행에)차압당한 주택 경매에서 입찰 번호판을 들고있는 입찰응모자(AFP=연합뉴스) SAN MATEO, CA - APRIL 25: A man raises his bidding number as he bids on a foreclosed home during the REDC foreclosed home auction April 25, 2009 in San Mateo, California. Over 100 foreclosed homes were auctioned off today as part of a five day foreclosed home auction event in the San Francisco Bay Area. 487 properties are on the block for the five day event. Justin Sullivan/Getty Images/AFP ==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2009-04-26 11:22:26/ <저작권자 ⓒ 1980-200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 같은 정책에 힘입어 미국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부터 안정을 되찾았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50~70%까지 떨어졌던 부동산 가격이 50% 이상 회복됐다. 일부 지역은 최고점 대비 80% 가까이 가격을 회복한 지역도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의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이 회복도 빨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당시 신규로 지어진 주택들이 빠르게 소진되며 회복을 이끌었다.

아시아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나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등 고가 주택들도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중국인 투자자들의 덕이다. 중국인들은 거주용으로 주택을 구입하기도 하지만 투자용으로 미국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가격이 회복되면서 투자 심리도 살아나고 있다. 제로에 가까운 금리도 투자 심리 회복에 도움이 되고 있다. 재닛 옐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부의장은 현재 7.9%인 실업률이 6.5%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금리 제로 상황에서 갈 곳을 잃은 투자자들은 부동산으로 눈을 돌렸다. 현재 미국 부동산 가격은 최고점 대비 70~80% 수준으로 투자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수익률도 연 6~8%에 이른다. 애리조나 주 등은 매니지먼트 비용을 제외하고도 연 8%의 수익이 가능하다. 여기에 최근 집값도 오르고 있어 향후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이 같은 환경에 따라 미국 부동산은 2013년에도 회복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해처럼 6~8%의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올해에도 연 3~4%의 완만한 회복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승철 동양증권 PB전략팀 부동산 컨설턴트는 “주택 시장의 지나친 붐을 기대하기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큰 폭으로 빠진 집값이 지난해처럼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며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회복세에 무게를 두는 것은 미국 경제가 최악을 벗어난 데다 Fed의 적극적인 양적 완화 조치로 모기지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수요층의 매수 심리가 살아나 부동산 수요 시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급속한 가격 상승보다는 이전 가격을 회복하는 수준의 점진적인 상승이 예상된다.”



불안 요인에도 불구, 3년간 상승 지속

불안 요인도 있다. 2013년에 그림자 재고(shadow inventory) 조정이 본격화되면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재정 절벽 역시 시장 회복에는 큰 부담이다.

재정 절벽이 현실화된다면 미국의 신용 등급이 추가 하락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이 펼쳐지면 이자율이 올라 주택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주택 매수 심리가 급격히 악화되면 확실한 주택 시장 수요 회복은 불투명해지고 침체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

임 대표는 그러나 이 같은 불안 요인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이 폭락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주택 재고 물량이 눈에 띄게 줄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향후 3년은 상승률은 다소 떨어지겠지만 회복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이 안정되고 가격이 회복되면서 투자 메리트는 이전에 비해 줄어들었다. 임 대표는 현재 상황에서 눈여겨볼 투자처로 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을 꼽았다. 재정이 어려운 주 정부가 내놓은 건물이나 토지를 매입할 경우 협상에 따라 2~30% 싼값에 투자가 가능하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한편 지난해 과열 양상을 보인 캐나다 주택 시장은 2013년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2000년 1분기부터 2008년 1분기까지 급등했던 캐나다 주택 가격은 정부의 다양한 규제 정책에도 상승을 멈추지 않았다.

2009년 2분기부터 2010년 2분기에도 18% 가까운 상승을 보였다. 2012년 3분기까지 캐나다 11개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2.92% 상승했다.

캐나다 정부는 그동안 과열된 주택 시장을 진정시키고 가계 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2012년 7월 모기지 규제를 강화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밴쿠버와 토론토의 주택 가격과 거래량이 모두 감소하며 현재는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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