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드는 IPO 시장, 3조5000억 ‘ 판’…70~80곳 ‘ 대기 중’

비즈니스 포커스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말 그대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주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상장을 추진했던 기업들이 연달아 상장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2년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27개로 전년(67개) 대비 59.7% 급감했다.

신규 상장 기업들의 공모 금액 규모 역시 쪼그라들었다. 2011년 IPO를 통한 총 공모 자금 규모는 4조2667억 원이었지만 2012년 1조73억 원으로 전년 대비 76.4%나 줄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2012년 주식시장 침체 장기화에 따른 주가 하락 우려로 기업들이 IPO를 꺼린 것이 시장 위축으로 이어졌다”며 “대기업들의 상장 철회 영향이 가장 컸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작년 크게 위축됐던 IPO 시장이 올해는 되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작년 상장을 연기한 기업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이 2013년에 상장 또는 공모 시장에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재만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대기업 계열사를 포함한 70~80개 기업이 공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공모 금액은 2조5000억~3조5000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제금융 시장의 분위기도 괜찮다. 주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2월 11일 금융 정보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IPO 규모는 50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70억 달러를 앞섰다.


<YONHAP PHOTO-0285> The first interregional electric train manufactured by Hyundai Rotem is seen in the Ukrainian Black Sea port of Odessa March 14, 2012. Ukraine will receive six trains of this kind for Euro-2012 soccer championship. REUTERS/Yevgeny Volokin (UKRAINE - Tags: TRANSPORT SPORT SOCCER)/2012-03-15 07:44:32/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급물살 타는 현대로템 IPO

올해 상장이 예상되는 기업 중 이른바 ‘대어급’으로 분류되는 곳은 SK루브리컨츠·현대로템·미래에셋생명·현대오일뱅크 등이다.

먼저 SK루브리컨츠가 상반기 중 상장을 계획 중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SK루브리컨츠가 상반기 중 상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루브리컨츠는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만 5조 원 이상에 달해 올해 IPO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SK루브리컨츠는 SK에너지의 윤활유 관련 사업이 분할되면서 설립된 기업이다.

2011년 3조 원에 가까운 매출액과 영업이익률 약 17%로 5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SK루브리컨츠는 전 세계 고급 기유(윤활유의 원료)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 윤활유 부문 역시 업계 선두권이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해 10월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대표 주간사로 정하고 KDB대우증권·미래에셋증권·씨티글로벌마켓증권·크레디트스위스증권을 공동 주간사로 정했다. 주간사단 선정 이후 올해 1분기까지 실사를 완료할 목표로 빠르게 실사 작업을 진행해 왔다.

현대로템도 IPO 준비를 착착 진행 중이다. 현대로템은 IPO 시장의 기대주다. 공모 규모는 5000억 원 수준으로 전망되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현대로템은 상장 로드맵이 가시화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 3~4월께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고 3분기에 상장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는 2대 주주인 사모 펀드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MSPE)의 투자 회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MSPE는 2006년 현대자동차·현대로템과 3자 간 자본 제휴 협의를 통해 현대로템의 지분을 취득했다. 현재 지분 42.3%(2708만여 주)를 가지고 있으며 투자 원금은 2000억 원(주당 7500원) 수준이다. MSPE는 투자한 지 7년이 지난 데다 펀드 만기가 가까워져 옴에 따라 투자 회수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도 상장 시기를 가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는 올 하반기에 상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작년 상장을 추진했지만 업황 악화로 시기를 늦춘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관련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실제로 작년 6월 경 상장을 취소하면서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이 해산된 후 현재 다시 소집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오일뱅크의 IPO가 거론되는 이유는 ‘상장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1월 말 자사 사보를 통해 “새해에는 시장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회사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지난해 보류했던 기업공개를 다시 추진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생명 상장 의지 ‘뚜렷’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매출은 18조7000억 원, 영업이익은 작년 실적보다 88% 증가한 5680억 원을 목표로 설정했다. 권 사장은 “(IPO를 위해서는) 경영 실적도 좋아야 하고 투자자들에게 현대오일뱅크의 미래 가치에 대해서도 확신을 줘야 한다”며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들이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며 체질 개선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생명 역시 경영진이 IPO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사장은 지난 1월 28일 “올해는 다른 해와 달리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상장을 추진하는 만큼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IPO가 성사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 사장은 최근 최현만 수석부회장이 IPO 작업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고 언급한 데 대해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해 8~10월을 상장 시점으로 제시한 데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며 “오는 6월까지 2012 회계연도 결산 작업을 마치고 이후 상장 실무 작업에 들어가면 3개월 안팎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8~10월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사장은 “지난 수년간 IPO 준비 작업을 지속해 온 만큼 주주와의 약속 사항인 상장 작업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다만 시장에 돌출 변수가 발생한다면 IPO 시점을 다소 조정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할 여지는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올해 상장을 저울질하고 있는 주요 기업으로는 애경화학(애경그룹), 동부팜한농·동부생명(동부그룹), 현대로지스틱스(현대그룹), 현대삼호중공업(현대중공업그룹), LG실트론·LGCNS(LG그룹), 포스코건설(포스코그룹), LS전선(LS그룹), 삼성SDS(삼성그룹) 등이 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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