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지운’식 B급 감성 가득, 라스트 스탠드 外

라스트 스탠드 The Last Stand
감독 김지운
출연 아놀드 슈워제네거, 포레스트 휘태커, 조니 녹스빌

김지운 감독이 할리우드 신고식을 치렀다. 김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 작 ‘라스트 스탠드’는 앞서 미국에서 개봉됐고 알다시피 흥행이 썩 좋지는 않았다. 미국 관객에겐 우리처럼 김 감독의 연출이란 점보다 주지사 출신 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본격적인 액션 컴백 작이 더 와 닿는 문구였을 것이다. 왕년의 액션 스타가 환갑이 지난 노쇠한 모습을 보인다는 데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스토리 전개는 꽤 간결하다. 마약왕 가브리엘 코르테즈(에드아르도 노리에가 분)가 범인 수송 작전 중 도주를 감행한다. 헬기보다 빠른 튜닝 슈퍼카를 타고 멕시코 국경을 향해 질주하는 그를 추격하기 위해 FBI가 총동원된다.

그런데 정작 사태 파악이 늦은 FBI 대신 코르테즈와 혈투를 벌이는 건 작은 국경 마을 서머턴에서 근무하는 보안관 레이 오웬스(아놀드 슈워제네거 분)다. 오웬스는 과거 로스앤젤레스(LA) 강력반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경력이 있지만 지금은 범죄의 중심부인 LA와는 담을 쌓고 조용히 고향 마을에 정착해 있다.

그의 곁에 있는 수하라고 해봤자 모두 경험이 미숙한 변변치 않은 인물들이고 장비도 열악하기 그지없다. 최첨단 장비를 갖춘 FBI의 무시를 받으며 레이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코르테즈를 잡을 만반의 준비를 한다.

영화는 코르테즈의 추격전이 시작된 전날 밤부터 다음 날 사건이 해결되기까지의 과정이다. 서부극의 구조에 할리우드 액션 장르 영화의 클리셰(진부한 표현)들을 조합하고 예상 가능한 수순의 장면들을 배치해 놓았다.

그런데도 이 추격전은 시종 긴장을 잃지 않는 에너지로 가득하다. 규모를 갖춘 레이싱 장면이나 뉴멕시코의 옥수수 밭 추격전 설계가 볼거리라고 내세울 수 있겠지만 정작 영화를 풍성하게 해주는 복병은 따로 있다. 바로 중반 이후부터 탄력을 더하는 김 감독 특유의 유머다.

김 감독은 이제 목소리까지 늙어버린 슈워제네거를 십분 활용하는 묘를 발휘한다. ‘터미네이터’의 그 강했던 액션 전사는 스스로 ‘이젠 늙었다’는 대사로 관객을 웃기고 눈이 안 보여 돋보기안경을 쓰는 모습까지 가감 없이 보여주는데, 그 모습이 위태롭기보다 정감 있고 유머러스하게 작용한다.

‘라스트 스탠드’의 외형은 흔히 보았던 할리우드 액션 영화지만 그 마디마디를 채우는 건 결코 흔하지 않은 김 감독만의 색깔이다. 액션 영화의 팬이자 B급 감성을 자유자재로 운용하는 김 감독의 팬이라면 분명 반길만한 요소들로 가득한 영화다.



신세계
감독 박훈정
출연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 박성웅, 송지효

한국판 ‘무간도’. 경찰 강 과장(최민식 분)의 권유로 범죄 조직에 들어가게 된 신입 경찰 이자성(이정재 분)은 2인자 정청(황정민 분)의 오른팔을 거쳐 끝내 조직의 우두머리가 된다. 이 과정에서 그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경찰도, 조폭도 아닌 자신의 정체성이다.





분노의 윤리학
감독 박명랑
출연 이제훈, 조진웅, 김태훈, 곽도원, 문소리

26세 이하 관람 불가 선언. 살해당한 미모의 여대생을 도청한 남자, 그녀를 이용한 남자, 그녀를 스토킹한 남자 그리고 그녀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남자 4명이 서로의 존재를 알아챈다. 다른 남자들 때문에 그녀가 죽었다고 믿게 된 그들은 서로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다.





하디의 도망자
감독 마틴 허버티
출연 톰 하디, 폴 폭스

‘인셉션’,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톰 하디의 매력 발산. 청혼에 실패하고 외인부대에 들어간 머레이는 알제리의 원 거주민인 아랍 사람들을 박해하는 알제리 프랑스인에게 공감하지 못하고 아랍인들을 지지하게 된다. 영국의 모험가 사이몬 머레이의 실화를 토대로 만든 영화.


이화정 씨네21 기자 zzaal@cine21.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