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의 경제학] 전세가율 70% 넘으면 가격 ‘상승’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임차 제도다. 개념 자체는 간단하지만 이를 외국인에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일정 금액을 집주인에게 맡기면 세입자는 2년간 추가 비용 없이 집을 사용하지만 2년 후 전세금을 그대로 돌려줘야 하는 집주인은 어떤 이익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외국인들의 시각대로 전세를 주는 집주인들은 과연 자선 사업가들일까.

그렇지는 않다. 전세라는 제도는 몇 십 년간에 걸쳐 임대인과 임차인이라는 양 당사자의 필요에 따라 형성된 제도다. 다시 말해 세입자(임차인)나 집주인(임대인) 양쪽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면 벌써 사라졌을 제도라는 뜻이다. 그러면 예를 들어 집주인(임대인)이 5억 원에 산 집을 3억 원에 전세를 주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일까.


대개 전세금 3억 원을 은행에 예금하면서 얻는 이자가 집주인의 이익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는 현재의 전세난의 원인이 저금리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저금리 때문에 집주인들이 은행에 맡겨 놓은 전세금에 대한 이자가 적어지자 집주인들이 이자를 보전하기 위해 전세금을 올리기 때문에 전세금이 오르는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전세금을 은행에 맡겨 놓고 그 이자를 받기 위해서만 전세를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자 수입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3억 원의 전세금을 은행에 맡겨 놓는 것보다 집을 사지 말고 5억 원을 은행에 맡겨 놓는 게 훨씬 이익이 크기 때문에 집을 사서 전세를 주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 시장이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세를 주면서 집주인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적은 자본으로 집을 살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지렛대 효과를 이용할 수 있다. 2만 원에 산 주식이 3만 원이 됐다면 상승률은 50%이며 수익률도 50%다. 같은 원리로 2억 원에 산 주택이 3억 원이 됐다면 상승률은 50%다. 그런데 수익률은 전세금에 따라 달라진다. 그 주택을 살 때 전세금이 1억 원이었다면 자기 자본은 1억 원이므로 수익률은 100%가 된다. 상승률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시세가 상승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어 있다. 만약 시세 상승 가능성이 없다면 지렛대 효과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전세 안고 집 사는 ‘지렛대 효과’ 활용

둘째, 전세금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오른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27년간 매년 8% 이상씩 전셋값이 상승해 왔으며 최근 4년간 평균 상승률도 8.5% 정도다. 만약 5억 원짜리 집을 3억 원 전세로 산다면 6년 후에 전세금은 4억8900만 원, 7년 후에는 5억3100만 원이 된다. 결국 전세를 끼고 집을 사더라도 전세금이 지속적으로 오르기 때문에 6~7년 후에는 집값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집을 산 후 6~7년 후부터는 본인의 자본금을 모두 회수하고 남의 자본으로 다른 곳에 투자한다든지 은행에 예금해 이자 수익을 얻는 구조다. 그런데 이 두 번째 이익도 전세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전제 조건을 두고 있다. 만약 전세금이 오르지 않는다면 전세 제도가 유지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전세금 인상에 대한 상한제가 시행된다면 전세 제도 자체가 월세 제도로 급속히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지금 당장은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없지만 미래의 임대 수익을 위해 전세로 주택을 매입할 수도 있다. 주택 임대 형태를 월세로 하지 않고 전세로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임대 소득세다.

임대 소득이 주 수입원인 사람은 월세를 받는 것이 당연히 유리하지만 근로소득 등 다른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는 임대 수입이 누적되면 최고 41.8%의 세금을 내게 된다. 이런 경우라면 전세를 끼고 여러 채를 사두었다가 은퇴 후 수입이 줄어들면 그때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 절세 효과가 크다. 물론 나중에 임대용 주택을 사는 것도 방법이지만 매매가에 비해 전셋값이 높은 지금이 매입의 적기로 볼 수 있다.

그러면 전셋값 비율이 어느 정도 이상이면 임대용 주택의 매입에 유리할까. 예를 들어 보자. 어떤 사람이 아파트를 3억 원에 매입해 전세를 1억8000만 원에 임대했다면 전세가율(매매가에서 전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60%다. 그런데 전세를 주지 않고 월세를 줬다면 보증금 3000만 원에 매월 75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전세를 월세로 전환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비율을 월세 전환 비율이라고 한다. 임대차보호법에서는 14%까지 허용하지만 시장에서는 6~12%에 형성되고 있다. 앞에서 예로 들은 75만 원은 보수적으로 6%를 적용한 것이다. 만약 보증금이 없다고 하면 월세는 90만 원 수준이며 연 임대료는 1080만 원이 된다. 이를 총 투자금이라고 할 수 있는 매매가 3억 원으로 나누면 연 3.6%가 나오는데, 이것이 임대 수익률이다.



아파트는 공실률 낮아…새로운 기회 등장

임대 수익률이 연 3.6%라면 낮은 것일까, 아니면 높은 것일까. 이것은 투자하는 사람의 자금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여유 자금이 충분한 사람이라면 임대용 집을 사서 받는 월세를 받는 수준이 은행 정기예금보다 높기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여유 자금을 은행에 넣어두나 집을 사서 월세로 받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은행 이자는 매년 오르는 것이 아니지만 월세는 장기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은행에서 대부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경우는 정기예금 금리가 아닌 주택 담보대출 금리가 의사결정의 기준점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월세 수입이 대출금리보다 높으면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뜻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 12월 말 기준으로 정기예금을 포함한 저축성 수신 금리의 평균치는 3.1%다. 여유 자금이 많아 은행에 넣어두고 그 이자로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은행에 넣어두는 것보다 주택을 사서 월세를 받는 것이 연간 0.5%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투자하려는 사람이라면 3.6%는 만족할만한 수익률이 아니다. 주택 담보대출의 평균치가 4.16%이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투자할 때 오히려 0.56%만큼 손해가 나게 된다. 결국 전세가율이 60%이고 월세 전환 비율이 6%일 때는 여유 자금이 있는 사람은 투자가 가능하지만 대출을 받아서까지 투자할 사람은 없다는 의미다.

그러면 전세가율이 더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 대략 전세가율이 70% 이상 되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투자하더라도 손해가 나지 않는다. 물론 자기자본을 투자하는 것이 은행에 예금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전세 제도는 집값이나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전제 조건하에 형성된 제도다. 그러나 전세가율이 70%가 넘는다면 집값이나 전셋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수익이 나게 된다. 과거에는 지방에나 70%가 넘는 주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수도권에도 전세가율이 70%가 넘는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물론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에 비해 아파트의 투자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요가 많고 공급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아파트는 공실률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새로운 기회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