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산책] 스마트 창업의 시대

유선 인터넷 혁명보다 훨씬 거대한 게 스마트 혁명이다.
스마트 혁명을 통해 대한민국이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최단기간 최빈국에서 2만 달러대 중진국 대열에 합류한 효율경제의 최우등 국가지만, 선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8년 만에 졸업한 2만 달러 계곡에 8년째 머무르고 있으며, 앞으로도 10년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020년 고령화사회 본격 진입까지 불과 7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한 영원히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우리의 마지막 기회가 바로 스마트 혁명이다. 스마트폰과 소셜 네트워크가 인간을 새롭게 진화시키면서 호모 모빌리안이 탄생한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벤처가 아닐까. 우리에게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극복한 ‘벤처 신화’가 있다.

코스닥과 벤처기업특별법이라는 벤처제도에서 유선 인터넷 혁명의 기회를 맞아 인터넷 선도 국가로 부상했었다. 유선 인터넷 혁명보다 훨씬 거대한 게 스마트 혁명이다. 인간의 모든 생활이 스마트폰과 소셜 네트워크에 융합되면서 나타나는 변화는 인류사적 대변화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스마트 혁명을 통해 대한민국이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출발이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3년이나 늦은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3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게 됐다. 4세대 통신망으로 불리는 롱텀에볼루션(LTE)에서는 세계를 확실하게 선도하고 있다. 과거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로 한국의 인터넷 산업이 성장한 것과 유사한 형태의 기회가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볼 점은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서는 기존의 대기업들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더라도 1차 벤처 혁명의 시대에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신산업은 신생 기업들의 몫이었다. 스마트 산업에서도 신생 기업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창업의 활성화는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의 개선 ▷창업 생태계 조성 ▷혁신적 창업 교육이 필요하다. 제도 개선의 핵심은 재도전을 보장하는 실패 지원 시스템이다. 또한 생태계는 주변 역량을 품앗이할 수 있는 개방 혁신이 키워드가 될 것이다.

지금의 스마트 창업은 과거 ‘벤처 1.0’의 창업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생태계 기반의 가벼운 창업이 특징이다. 혼자 모든 것을 다하는 무거운 창업이 아니고 주위와 협력하는 창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쟁 중심의 기존 교육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카오와 애니팡·드래곤 플라이트의 관계, 혹은 애플과 앱스토어와 같은 관계를 보면 시장과 혁신의 개방 협력의 미래를 그려 볼 수 있을 것이다.

교육 또한 굳어진 교육이 아닌 유연한 교육이 필요하다. 스마트 창업 교육은 개방 교육으로 정규 학위 과정이 아닌 열린 유연한 교육과정으로 미국의 특이 대학, 제네럴 어셈블리(General Assembly) 등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교과과정은 콘텐츠 중심의 온라인 교육과 콘텍스트 중심의 오프라인의 프로젝트 교육으로 구성된다. 또한 1주 풀 코스 혹은 주말 코스 등 다양하게 구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심에 열린 집단 교육을 위한 열린 강사진의 참여가 절대적이라고 본다. 재능의 나눔을 실천하는 스마트 프로보노(pro bono:전문가들이 공익을 위해 재능을 나누는 것)들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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