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쪽으로 튀어

유쾌·상쾌·통쾌한 사회 풍자
감독 임순례
출연 김윤석, 오연수, 김성균, 한예리, 백승환, 박사랑


최해갑(김윤석 분)은 한때 한국의 체 게바라로 불릴 정도로 유명했던 운동권 대학생이었지만 지금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대충대충 살고 있다. ‘안 다르크’로 불렸던 열혈 운동권 출신 아내 안봉희(오연수 분),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디자이너의 꿈을 키워가는 딸 민주(한예리 분), 아버지에게 불만이 많은 아들 나라(백승환 분), 사랑스러운 막내딸 나래(박사랑 분)가 최해갑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남들과 달라도 잘살 수 있다고 믿는 그들은 행복을 찾아 남쪽 섬으로 떠난다. 그러나 평화로운 생활도 잠시, 휴양지 개발 열풍이 섬을 뒤흔들면서 해갑의 가족은 위기를 맞는다.

오쿠다 히데오의 베스트셀러 ‘남쪽으로 튀어!’가 영화화됐다. 1970년대 전학공투회의(전공투) 출신 좌파 아버지가 지금은 아나키스트로서 공권력에 용감하게 맞서 싸운다는 원작 줄거리는 전혀 이물감 없이 한국 현실에 녹아든다. 일본의 1970년대 전공투 세대와 한국의 1980년대 운동권 세대가 비슷한 경험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투쟁의 논리가 지배했던 20대를 거쳐 이후 화려한 버블 경제의 흐름 속에서 자본주의의 최전선을 장식했다.

한국에서는 이들이 386세대라고 불리며 1990년대 민주주의 발전과 자본주의의 발전 양쪽 모두에서 중추적인 캐릭터를 담당하지 않았던가. 원작 소설에서 할 말 다하고 살며 주변 사람들을 경악시키는 주인공 우에하라 이치로는 그렇게 영화에서 최해갑이라는 한국적 캐릭터로 매끄럽게 재탄생한다.

그동안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 영화는 ‘화차’, ‘하울링’, ‘용의자X’, ‘백야행’ 등으로, 주로 미스터리나 공포 장르를 택했다면 소설 ‘남쪽으로 튀어!’는 심각한 주제를 유머러스한 가족 드라마로 풀어간다는 면에서 좀 더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임순례 감독은 클라이맥스인 섬 개발을 둘러싼 대립에서 용산 참사라든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를 연상시키는 최근 정치적 상황을 삽입하되 그것을 너무 크게 부각하지는 않았다. 사회 참여적 발언 자체를 도맡아 하는 최해갑에게서 인간적인 웃음을 좀 더 끌어내려고 노력했다는 느낌이다.

‘나꼼수’ 등 진보 성향 유명 인사들의 거침없는 발언에 매료됐던 관객이라면, 또 ‘더 잘사는 법’이 반드시 ‘남의 것을 빼앗으면서까지 더 돈을 많이 버는 법’은 아닐 것이라는 의문을 던져본 관객이라면 영화 ‘남쪽으로 튀어’가 통쾌한 소화제처럼 받아들여질 것이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감독 데이빗 O. 러셀
출연 제니퍼 로렌스,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 니로
(L-R) JENNIFER LAWRENCE and BRADLEY COOPER star in SILVER LININGS PLAYBOOK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 감정이 폭발한 나머지 한순간에 직장과 집까지 모두 날린 팻의 인생에 또 다른 의미에서 답이 없는 여자 티파니가 뛰어든다. 남편이 죽은 뒤 외로움 때문에 회사 내 모든 직원들과 잠자리를 가졌다는 이 여자, 이번엔 팻에게 저돌적으로 구애한다.



러브 레터
감독 이와이 슌지
출연 나카야마 미호, 도요카와 에쓰시

1990년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멜로드라마의 걸작이 재개봉된다. 와타나베 히로코는 2년 전 죽은 약혼자 후지이 이쓰키의 추모식 날, 그의 중학교 졸업 앨범에서 옛 주소를 발견하고 그리운 마음에 안부를 묻는 편지를 띄운다. 며칠 후 거짓말처럼 답장이 날아온다.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
감독 존 무어
출연 브루스 윌리스, 제이 코트니, 패트릭 스튜어트

‘다이 하드’ 시리즈의 최신작. 늘 사고에 휩싸이는 뉴욕 경찰 존 매클레인은 외아들 잭이 러시아에서 사건에 휘말렸다는 소식을 듣고 해외로 향한다. 하지만 눈앞에서 대형 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존은 아들이 모스크바에서 작전을 수행 중인 CIA 요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plat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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