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 동력 ‘농업’, 농산물 수요 ‘ 쑥쑥’…기관투자가 ‘주목’

부동산을 통한 재테크에서 농지를 빼놓을 수 없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데다 지목이 전환되거나 주변에 개발 호재가 생기면 수십 배로 가격이 뛰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해외 트렌드를 관찰하면 이 같은 농지 투자의 패턴은 바뀔 수 있다. 자산 가치 상승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 자체에 대한 투자’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많은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농업 분야를 미래 투자처로 주목하고 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농산물 수요가 첫 번째 이유다. 세계 인구는 2050년 90억 명으로 늘어날 전망인데 이에 따른 농산품 수요는 70%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농지가 한정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농산물의 가치는 갈수록 높아질 수 있다. 농업의 기업화가 진행되면서 투자가 가능한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도 이유다. 관련 리서치 업체 마스다르파밍의 리처더 퍼거슨 팀장은 “소규모 농가들이 통합되는 기업화가 앞으로 20~30년간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업에 투자하는 첫 번째 항목은 역시 농지다. 영국에서는 연금 펀드와 교육재단 등 기관투자가들을 중심으로 농지에 대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진행되면서 지난 5년간 땅값이 2배로 뛰었다. 모건스탠리는 2008년 금융 위기 전 우크라이나의 농장을 대거 매입하기도 했다. 위르겐 짐머 서스테이너블 자산관리 수석연구원은 “농지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라며 “농업과 관련 가치 사슬 투자의 매력도가 계속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YONHAP PHOTO-0949> 현대자원개발, IFC와 해외 영농사업 MOU (서울=연합뉴스) 현대자원개발과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는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IFC 본사에서 우크라이나 등 이머징 마켓에서의 대규모 영농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은 현대자원개발이 운영하는 연해주 농장 모습. 2012.10.24 <<현대자원개발>> photo@yna.co.kr/2012-10-24 11:03:25/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농지 가격은 계속 오를 것”

부동산 투자에 따른 환금성 저하에 부담을 느끼는 헤지 펀드들은 농업 관련 장비 및 기술 기업에 투자한다. 세계적 트랙터 제조사인 존디어와 종자 업체인 신젠타 등의 주식을 사는 방식이다. 영국의 동물 유전자 회사인 제너스의 주식은 주가수익률(PER) 26배에 거래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기업들의 대형화도 빨라지고 있다. 구소련 붕괴 이후 농업의 기업화가 빠르게 진행된 러시아에서는 처키조보와 블랙어스파밍 등이 상장 기업으로 발전했다. 160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한편 변호사를 70명 따로 두고 있는 농업 기업도 있다. 이들 변호사들은 개별 농장주로부터 농지를 사들이는 일을 한다.

기존의 농업 인프라를 사들여 설비와 인력 구조를 개선해 수익을 내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대상은 모잠비크의 녹말 공장에서 영국의 곡물처리센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뉴질랜드 최대 기업인 낙농업 업체 월드폰테라는 세계 각지의 낙농업 관련 시설 매입과 리모델링에 5억2500만 뉴질랜드 달러(4752억 원)를 투자해 생산량을 대폭 늘렸다.

물론 리스크도 있다. 변덕스러워지고 있는 날씨와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 등으로 1년간 지은 농사의 소득이 기대를 밑돌 수 있기 때문이다. 작물을 재배한다면 1년에 한두 번 있는 수익 창출 기회를 위해 오랫동안 돈을 묶어 놓아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농업 관련 글로벌 주요 업체들의 주가도 지나치게 올라 있어 신규 투자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농업의 산업구조 개편은 먼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FTA)이 늘어나면서 농업 경쟁력 제고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는 점 등을 감안하면 농업의 산업화는 생각보다 빨리 이뤄질 수도 있다. 농업의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야 할 이유다.


노경목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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