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파리의 IT 이야기] 매출 1조 원 꿈꾸는 카카오, 페이스북도 못한 ‘모바일 플랫폼’ 안착

“모바일! 모바일! 모바일!”

2013년 새해 정보기술(IT) 분야 화두가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내년에는 모바일 분야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그냥 짐작이 아닙니다. ‘모바일 기술 대상’과 ‘인터넷 대상’ 심사를 하면서 느꼈고 최근 카카오 블로거 데이 행사에 참석한 뒤 확신하게 됐습니다. 오래전부터 인터넷 혁명에 이어 모바일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는데 마침내 때가 왔습니다.

카카오는 블로거 데이 행사를 서울 한복판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했습니다. 돈을 벌지도 못한다는 신생 기업이 왜 호텔에서 행사를 할까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이날 밝힌 수치를 보고 이해하게 됐습니다. 10월 매출이 400억 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40억 원이 아니라 400억 원입니다. 8월 47억 원, 9월 138억 원, 10월 400억 원…. ‘대박’입니다. 연초만 해도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었고 카카오가 얼마나 버티느냐가 관심사였습니다.

카카오 매출이 급증한 것은 모바일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 됩니다. 카카오 임원이 그러더군요. “작년 이맘때만 해도 우리가 ‘플랫폼’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믿지 않았습니다.” 폰이나 태블릿은 화면이 작은데 과연 ‘모바일 플랫폼’이 가능하겠느냐고 생각했겠죠. 그러나 플러스친구, 카타오스타일 등 소호(SOHO)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가 뜨고 선물하기 등이 인기를 끌면서 순식간에 판세가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게임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게 큰 힘이 됐습니다. 카카오 플랫폼에 오른 게임이 31개인데, 다운로드 1000만 건을 돌파한 게 3개나 됩니다. 애니팡은 39일 만에, 캔디팡은 28일 만에, 드래곤플라이트는 26일 만에 1000만 건을 넘었습니다.

또 애니팡은 카카오 입점 후 매출이 400배로 늘었고 드래곤플라이트는 2800배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게임이 플랫폼을 활성화하는 촉매가 된 셈입니다.

카카오가 내년에 월평균 500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면 연매출은 6000억 원에 달합니다. 그 이상도 가능하겠죠. 지금 추세라면 매출 1조 원도 헛된 꿈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올해 매출은 5000억 원을 밑돕니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카카오가 매출 규모에서 국내 2위 포털 사업자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비슷해지거나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연매출 2조 원대 NHN이 카카오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바일 플랫폼으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9억 명이 사용한다는 페이스북도 고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기업공개(IPO) 후 주가가 한때 반 토막이 난 것도 모바일 비즈니스가 신통치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모바일에서 고전하기는 구글도 마찬가지고 NHN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치 기반 서비스 포스퀘어도 모바일 플랫폼으로 진화하지 못한 채 고전하고 있죠. 영상 공유 서비스 ‘컬러’는 연말에 아예 서비스를 접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혁명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한때의 유행도 아닙니다.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엄청난 대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하철에서 다들 무얼 합니까. 폰으로 뭔가를 봅니다. 퇴근 후에도 집에서 PC를 켜지 않고 폰이나 태블릿으로 인터넷 서핑을 하죠. 모바일 오피스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동 중에도 회사 일을 처리하는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모바일은 돈이 안 된다”는 말이 맞습니다. 그러나 내년부터 달라질 것이라고 봅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http://blog.hankyung.com/kim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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