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Psy)형 인재 키워야

“그럼 왜 그 회사에 취직했느냐”고 물으면 답은 한결같다. “대학에서 비슷한 전공을 했기 때문”이다. “그럼 왜 그 전공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에도 답은 비슷하다. “수능 성적에 맞춰서….”

대 학 입시가 한창이다. 나도 30년 전에 겪었고 지금은 자식 세대가 겪고 있다. 입시 방법과 내용은 많이 변했지만 30년이 지났어도 본질은 그대로인 것 같다. 적성과 자질을 따지기보다 성적순으로 줄 세워 대학에 보내는 현상 말이다.

과학고 졸업생들의 의대 진학률이 높고 경영학과가 그 어느 대학에서나 가장 선호 대상인 것을 보면 오히려 과거보다 더 심해지지 않았나 싶다. 물리학과의 커트라인이 의대보다 높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지금 학생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최근 한 공중파 TV의 다큐 프로그램을 본적이 있다.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을 연결해 이른바 ‘청춘버스’로 일컬어지는 노선버스 안의 풍경을 담은 프로그램이었는데, 한 여대생의 인터뷰가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가장 힘든 것은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 구체적인 꿈이 없다는 것입니다. 꿈이 없으니 당장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이 학생이 예외일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남들 하는 대로’ 대기업 취업이나 고시 준비에 매달리는 게 대학가의 현실이다.

사회생활은 다를까. 직장인들과의 상담이 많은 헤드헌팅회사에서 일하면 직장인들의 의식 세계에 대한 놀라운 사실들은 많이 알게 된다. 그중 하나는 상당수가 회사 생활에서 별다른 흥미를 찾지 못한다는 점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굴지의 회사에서 핵심적인 일을 하는 분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그럼 왜 그 회사에 취직했느냐”고 물으면 답은 한결같다. “대학에서 비슷한 전공을 했기 때문”이다. “그럼 왜 그 전공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에도 답은 비슷하다. “수능 성적에 맞춰서….”

이런 사회의 생산성은 과연 어떨까. 최근 정부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은 주 44.6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반면 노동생산성은 최하위권이라고 한다. 자기 적성과 상관없는 일을 하니 재미있을 리 없고 재미없는 일을 하는데 생산성이 올라갈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이젠 좀 바꿔야 할 때가 왔다. 아니 바뀌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 무슨 일을 하든지 자기 적성에 맞고 또한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숨어 있던 끼나 창의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

그래야 일하는 개인도 행복해지고 기업이나 사회의 전체적인 생산성도 높아진다. 창의력이 요구되는 지식 서비스 고도화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최근에 세계적인 스타가 된 가수 ‘싸이 돌풍’은 이를 상징적으로 웅변해 준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진로-적성-직업’과 관련된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교육 현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가정이나 학교에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아이들의 적성을 찾아주고 또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진로 교육들이 이뤄진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결국 교육이다. 마침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가 중요한 까닭은 선거를 통해 새로운 아젠다가 만들어지거나 주요 정책의 골격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제 ‘직업 관련 교육’을 국가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지도자가 되었으면 한다. 과연 어느 당이, 어떤 후보와 참모들이 이런 아젠다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육동인 커리어케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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