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 로펌은] 김앤장 왜 강한가? 막강 ‘맨파워’…전문화·대형화 성공

한경비즈니스의 ‘2012 베스트 로펌’ 조사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2위 그룹을 압도적으로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김앤장은 ‘법조계의 삼성’이다. 1973년 김영무 변호사가 서울 광화문에 사무실을 개소한 이후 국내 최고 로펌으로 성장했다. 국내외 변호사만 580여 명에 달하고 공인회계사와 변리사·세무사 등을 포함하면 800여 명의 전문 인력이 포진해 있다.



세계 100대 로펌 선정

김앤장의 명성은 바다를 건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계 100대 로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7월 세계적 법률 전문 미디어 영국 ‘후스후 리걸(Who's Who Legal)’이 ‘세계 100대 로펌’을 선정했는데, 여기에 김앤장이 포함됐다. 100대 로펌 대다수는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로펌이었다. 아시아에서는 김앤장을 포함해 인도·중국·싱가포르의 로펌 등 4곳이 선정됐을 뿐이다.

김앤장의 1위 비결은 뭘까. 법조계에서는 ‘맨파워’를 첫 번째로 꼽았다. 김앤장 관계자는 “김앤장의 역사는 곧 인재 영입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로펌 설립 초기부터 합류한 이들이 대부분 서울대 법대 수석 입학·졸업, 사법시험 수석 합격·졸업 또는 최연소 합격 등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1980년에 합류한 정경택·신희택·양영준·정병석 변호사, 1981년 현천욱·허익렬, 1982년 박준·전강석 변호사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3명의 대표 변호사 중 한 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재후 변호사도 서울대 법대에 수석 입학해 재학 중 고시에 합격한 후 판사의 길을 걸었던 인물이다. 이렇게 강력한 인재 풀이 갖춰지자 해마다 사법연수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한 쟁쟁한 변호사들이 줄지어 김앤장의 문을 두드렸다.

대부분이 사법연수원을 수석 또는 차석으로 통과한 인재들로 판·검사직을 마다하고 김앤장으로 발길을 돌린 경우다. 사시 21회 수석 최동식, 25회 차석 박성엽, 26회 수석 김진오, 35회 차석 이능규, 36회 차석 선용승 변호사 등이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김앤장을 선택했다.

김앤장만의 독특한 조직 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분업화 시스템이 그것이다. 김앤장이 다루는 전문 분야는 인수·합병(M&A), 세무, 회계, 중재, 지식재산권 등 50개가 넘고 각 분야별 분업화가 확실하게 이뤄졌다. 그 결과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쟁점이 복잡하고 규모가 큰 법률 서비스는 전문성을 갖춘 여러 변호사가 팀을 이뤄 참여한다. 많게는 20~30명의 변호사가 한 팀으로 움직이면서 세무·회계 등에 정통한 공인회계사 및 지재권 업무에 능통한 변리사까지 투입된다. 김앤장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1970년대부터 변호사들을 해외 유학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기업 M&A·중재·조세 등 각 분야에서 ‘국내 최고’라는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다. 국내 M&A 역사에서 김앤장이 관여했던 거래에는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사안이 무척 많다. 이는 변화무쌍한 기업 활동을 발 빠르게 뒷받침할 수 있는 김앤장의 업무 능력과 새로운 영역에의 도전이 체질화돼 있는 김앤장의 문화가 낳은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 미디어 그룹인 블룸버그가 발표한 M&A 법률 자문 순위에서는 2008년 이후 국내 M&A 법률 자문 거래 건수 및 거래 총액 기준 1위는 물론 아시아·태평양(일본 제외) 지역 M&A 자문에서도 줄곧 최상위권에 랭크돼 왔다. 올 10월에는 세계적 비즈니스 정보 제공 매체인 톰슨로이터가 주관하는 ALB (Asian Legal Business) 어워드에서 ‘올해의 한국 딜(Korea Deal Firm of the Year)’로 선정됐다.

국제 중재와 조세 분야 등에서도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지표들이 나와 있다. 국제 중재 전문지 ‘글로벌 아비트레이션 리뷰’에서 국제 중재 분야 ‘세계 24위’, 영국의 법률 정보 매체인 리걸이즈의 ‘조세 분야 2012 핸드북’에서 조세 분야 ‘세계 12위’에 올라 있다. 국제중재팀의 업무 수행 능력은 해외에서도 정평이 나있다.

김앤장의 역사를 보면 오늘의 김앤장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앤장은 1970년대 국책은행과 기업들의 차관 도입 업무를 수행하며 진가를 보여줬다. 당시 대한항공(5억 달러)과 호남정유(2억 달러)의 차관 도입은 한국 기업의 신인도를 높인 대표적인 사례다. 1980년대 중반부터 해외 증권 발행 등 국제 금융 조달과 관련한 자문에서 명성을 높였다.

금융권과 기업들의 외국인 대상 수익증권 발행과 해외 전환사채 발행 등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는 폴로·캘빈클라인·샤넬·구찌 등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들이 김앤장을 찾으며 지식재산권 분야에서도 선두 주자가 됐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때는 대상그룹의 라이신 사업부문을 독일 바스프에 매각하는 거래를 성사시키며 6억 달러의 외자 유치에 성공했으며 삼성중공업 건설중장비 사업부문을 볼보에 매각하는 거래를 수행하며 홍콩에서 발행되는 국제적인 법률 잡지 IFLR로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우수 로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앤장은 법률 시장이 개방됐지만 외국사와 합자하지 않고 독자 노선을 고집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쌓아 놓은 자신감의 또 다른 표현이다. 법무법인이 아니라 조합형 로펌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김앤장 관계자는 “사무소 설립 초기부터 조합 형태 로펌이 의사결정 때 유연성이 높고 대형화에 가장 적합한 체제라고 생각해 조합형 로펌 형태로 조직했다”고 말했다.

여러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조합원이 포진한 조합 형태 로펌은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고객이 필요한 서비스를 즉각적으로 종합해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국내 진출을 선언한 24개 영미계 로펌 형태를 봐도 대부분 조합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앤장 관계자는 “전문화와 대형화를 통해 구축한 원스톱 토털 서비스와 팀플레이는 김앤장만의 강점”이라며 “각 분야 전문가들을 더 보강하고 규모도 획기적으로 키워 외국계 대형 로펌과 당당히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이재후 김앤장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우리 힘으로 외국계 로펌과 경쟁 자신”
“창립 이후 약 40년간 추진해 온 ‘전문화를 통한 대형화’ 전략의 성과를 바탕으로 외국 로펌과 대등하게 경쟁할 것입니다.” 이재후(72) 김앤장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법률 시장 개방에 대응하는 김앤장의 전략을 이렇게 말했다. 김앤장의 강점인 ‘원스톱 토털 서비스와 팀플레이’를 내세워 외국 로펌과 정면 대결하겠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Q 김앤장이 국내 최고의 로펌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A 우수한 인재들의 팀플레이와 원스톱 서비스를 꼽을 수 있습니다. 각자의 전문성과 경험, 시스템이 맞물려 사안별로 유연하게 작동되는 것이 김앤장의 강점입니다. 각 프로젝트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 고객의 다양한 고민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이는 분야별로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가 두텁게 포진돼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원스톱 토털 서비스는 기업에서 요청하는 법률 서비스의 내용이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김앤장은 어떤 요청에도 응할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Q 김앤장의 인재 육성 전략을 소개해 주시죠.

A 인재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김앤장의 전통은 설립 초기인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로펌의 경쟁력은 우수한 인재 확보 및 육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김앤장이 추구하는 인재상은 엄정한 윤리의식과 일에 대한 치열한 열정, 가족처럼 따뜻한 유대감과 신뢰로 팀워크를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내부 교육 프로그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잠재 역량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이를 적극적인 자세로 표현하는 사람을 ‘최고의 인재’로 생각합니다.

Q 김앤장의 글로벌 경쟁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요.

A 40여 년에 걸쳐 벽돌을 하나씩 쌓아올린다는 자세로 각 전문 분야의 인재를 양성해 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해 왔습니다. 실제로 최근 외국 유수 평가 기관의 평가에서 ‘세계 100대 로펌’, 국제 중재 분야 세계 30위, 조세 분야 12위 등 글로벌 수준의 로펌과 견줘 손색이 없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변호사 숫자가 수천 명에 달하는 외국 대형 로펌과는 규모·매출액 등에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 나름의 노하우와 장점으로 고객을 위해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법률 시장 개방 시대를 맞아 국내 로펌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A 법률 시장 개방에 따른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렇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법률 서비스가 고도화되고 국제화되는 기회로 삼는 것이 우리나라 변호사들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시장 개방을 계기로 우리나라 로펌 업계에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거나 해외에서 법적 분쟁을 겪게 됐을 때 우리가 리걸 파트너로서 현지의 법률 지식뿐만 아니라 현지 로펌들과도 협업(co-work)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됐을 때 비로소 국내 로펌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모티브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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