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바람 부는 증권가] 이트레이드증권, 새 주인은 LS?

최근 금융 투자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증권사 인수·합병(M&A)이다. 현재 매물로 나온 증권사는 이트레이드증권·아이엠투자증권·리딩투자증권 등 모두 중소형 업체다. 대주주가 모두 사모 펀드(PEF)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증권사들이 매물로 나온 것은 증시 불황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대주주들의 복잡한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여의도 증권가의 핫이슈로 떠오른 M&A 흐름을 취재했다.


여의도 증권가는 요즘 M&A로 바람 잘 날이 없다. 현재 공개 매각에 나선 증권사는 이트레이드증권·아이엠투자증권(구 솔로몬투자증권)·리딩투자증권 등 3곳이다.

매각 이유는 조금씩 다르다. 이트레이드증권은 대주주인 사모 펀드의 투자금 회수가 표면적인 이유다. 아이엠투자증권은 대주주인 솔로몬저축은행의 영업정지가 매각의 도화선이 됐다. 리딩투자증권은 대주주인 사모 펀드의 투자금 회수와 특수관계인인 W저축은행의 유상증자 자금 마련을 위해 매물로 나왔다.

증권사들이 매물로 나오면 매매 대금이 어느 정도이고 누가 새 주인이 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하지만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매매 성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매각을 두고 여러 설들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곳은 이트레이드증권이다. 국내 최초의 온라인 증권사라는 차별성에 아이엠투자증권이나 리딩투자증권에 비해 수익성도 좋고 사업 구조도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도 인수 후보군 거론돼

현재 이트레이드증권의 대주주는 G&A 사모 펀드다. 사모 펀드 무한책임 투자자(GP)인 G&A는 2008년 7월 이트레이드증권 인수를 위해 3350억 원 규모의 ‘G&A KBIC 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조성했다. 이 펀드에는 LS네트웍스가 1010억 원을, 복수의 투자자가 2220억 원을 출자했다. G&A는 2009년 7월 G&A사모투자전문회사로 사명을 바꿨다. G&A는 보유 중인 지분 84.58%와 경영권을 매물로 내놓았다.

G&A 심상훈 이사는 이트레이드증권 매각에 대해 “인수 후 4년 정도가 경과했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를 위해 시장에 매각 의사를 타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 이사는 “일각에서는 펀드가 5년 만기라는 말도 있지만 실제 10년짜리 펀드로, 2018년이 만기”라고 덧붙였다.

블라인드 펀드(투자 방안을 정하지 않은 펀드)가 일반적인 미국의 사모 펀드는 ‘10+2(10년 만기, 2년 연장)’ 구조다. 국내 사모 펀드는 보통 ‘7+2(7년 만기, 2년 연장)’에서 ‘8+2(8년 만기, 2년 연장)’ 구조다. 8년 만기 펀드라면 4년 투자, 4년은 투자금을 회수하는 기간이다. 결국 G&A 사모 펀드의 이트레이드증권 매각은 보편적인 투자 회수 과정인 셈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지금은 대형 증권사들도 수익성 악화를 걱정할 정도로 업황이 좋지 않다. 이에 대해 심 이사는 “우리도 현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금융회사와 사모 펀드 등 10곳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관심의 배경으로 이트레이드증권의 차별화된 강점을 들었다. 국내 최초 온라인 증권사라는 특화된 장점 위에 인수 이후 투자은행(IB) 육성 등을 통해 사업 구조 다원화에 성공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인수 후보군은 국내외 금융회사나 증권사가 없는 대기업 등이다. 국내 금융사 중에는 KB금융지주가 주목받는다. KB금융지주는 지주 내에서 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 2008년 한누리증권(현 KB투자증권)을 인수하며 증권업에 진출한 것도 은행 이외의 분야에서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였다. 걸림돌이라면 2조 원이 넘는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시에 두 개의 M&A를 진행하기가 버거울 것이란 시각에서다.

해외에서는 중국계 금융사들이 거론된다. 중국은 향후 온라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큰 데다 이트레이드증권을 통해 노하우와 기술을 확보할 수 있어 이점이 많다는 평가다. 실제 중국계 증권사 한 곳이 이트레이드증권의 투자 설명서(IM)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인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대기업이다. 대기업 중에서도 증권사가 없는 롯데·LS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롯데는 증권사가 매물로 나올 때마다 인수 후보로 지목돼 왔다. 카드·보험 등을 보유한 데다 그룹 차원에서 증권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LS다. 이트레이드증권의 모태는 LG투자증권이다. 현 대표인 남삼현 사장, 홍원식 전무 등이 LG투자증권 출신이다. LS그룹은 LS네트웍스를 통해 G&A 사모 펀드에 1010억 원을 투자했다. 범LG가인 LS가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한 M&A 전문가는 LS네트웍스와 G&A 사모 펀드의 관계에 주목하라고 주문한다. 처음부터 이트레이드증권 투자를 목적으로 결성된 사모 펀드에 LS네트웍스가 특별한 의도없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겠느냐는 것이다. LS네트웍스로서는 투자 기간에 회사와 업종에 대해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다. 투자해도 좋다는 판단이 서면 인수하고 그렇지 않으면 재무적 이익만 취하면 된다.

이트레이드증권은 G&A 사모 펀드 이후 매출과 이익이 꾸준히 증가했다. 2009년 2734억 원이던 영업수익은 지난해 6614억 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이익도 260억 원에서 303억 원으로 증가했다. 올 상반기 영업수익은 2380억 원, 순이익은 62억 원이다. LS네트웍스로서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닐 수 없다.

심 이사는 이에 대해 “인수자로 LS그룹이 거론되지만 현재로선 정해진 게 없다”며 “누가 됐든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곳이 이트레이드증권을 인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의 매각 가격은 4500억 원 수준이다. G&A의 투자금 3350억 원에 기간의 투자 수익을 더하면 그 정도 수준은 될 것이라는 게 IB 분야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아이엠투자증권의 불안한 미래

솔로몬저축은행의 영업정지에 따라 매물로 나온 아이엠투자증권도 매각 작업을 시작했다.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는 지난 9월 18일 신한금융투자, 말레이시아 CIMB그룹, 언스트앤영 등으로 구성된 신한금융투자 컨소시엄을 매각 주간사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예보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 컨소시엄이 다른 경쟁 업체들보다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제시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잠재적 인수자들을 효율적으로 경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최대 주주 에스앰엔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 49.81%와 경영권이다. 특수목적회사(SPC) 에스앰엔파트너스의 최대 주주는 지분 95.25%를 가진 솔로몬사모투자전문회사(PEF)다. 솔로몬PEF는 솔로몬저축은행 및 계열 저축은행(16.3%), 공무원연금(30%) 등이 주요 주주다. 솔로몬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운영 주체가 예보로 넘어갔다.

예보 관계자는 “실사 결과 아이엠투자증권은 자기자본도 꾸준히 증가하고 당기순이익도 내고 있어 경영 상태가 생각보다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아이엠투자증권은 2012년 상반기 영업수익 2760억 원, 당기순이익 64억 원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소매 영업에 대한 부담이 적고 법인 영업과 IB 부문에 강점이 있다는 점도 아이엠투자증권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예보 측은 시장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사모 펀드의 투자금 수준인 약 2000억 원 수준에 매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리딩투자증권도 매각 대상이다. 매각 대상은 박대혁 부회장, IWL 파트너스, 리딩 밸류 사모 펀드(PEF) 등이 보유한 지분과 경영권이다. 매각 목적은 리딩 밸류 사모 펀드의 투자비 회수와 경영 개선 명령을 받은 W저축은행 유상증자 자금 마련이다.

리딩투자증권과 W저축은행 지분 구조의 정점에는 리딩밸류PEF가 있다. 리딩밸류PEF의 밸류에프원이 W저축은행 지분 100%를, 밸류에프투 유한회사가 리딩투자자문 지분 32.27%를 보유하고 있다. 리딩투자증권은 이 밖에 박대혁 IWL파트너스 부회장이 3.02%, IWL파트너스가 17.8% 등을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한 주요 지분은 55.97%에 이른다.

문제의 발단은 W저축은행이었다. 경영 개선 명령을 받은 W저축은행이 3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려고 했지만 사모 펀드 LP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리딩투자증권 매각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2.1.2

리딩투자증권, IPO 좌절 후 매각도 난항

M&A 관계자에 따르면 애초에는 W저축은행 매각에 무게를 뒀다고 한다. LG투자증권 출신으로 증권업에서 일가를 이룬 박대혁 부회장으로서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다. 그러나 W저축은행을 매각하기에 시장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결국 리딩투자증권 매각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매각에 앞서 기업공개(IPO)를 준비했지만 이마저도 부진한 영업 실적에 길이 막혔다. 현재 진행 중인 매각도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시장 상황이 나쁠 뿐만 아니라 리딩투자증권의 잠재 부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리딩투자증권은 자기자본 투자를 통해 246억 원을 투자한 SSCP와 계열사 에스티엠코퍼레이션의 부도로 막대한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다. 리딩투자증권은 두 회사의 부도 후 담보권 처분 등을 통해 7억 원을 회수하는 데 그쳤다. 이로 인해 리딩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49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무한책임 투자자(GP)인 IWL파트너스 측은 현재 일반 기업, 사모 펀드 등과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업 실적 악화와 최근 불거진 잠재 부실로 인해 가격을 정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증권사 사정에 따라 M&A 가능성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 너무 나쁘다는 점이다. 증시를 짓누르는 압박 요인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섣불리 인수에 나설 주체가 없다.

증권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매각과 관련해 갈수록 상황이 나빠질 것으로 본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올해 실적이 예년보다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수료 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대형 증권사보다 높은 중소형 증권사의 실적이 더 나쁠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 중에는 3년 이상 적자를 기록한 곳도 있다”며 “2012년 실적이 발표되는 내년 초가 되면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매물이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증권사 간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지 않다. 증권사 간 M&A가 이뤄지려면 시너지 효과가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모든 증권사들이 차별화 없는 백화점식 영업을 한다면 증권사 간 M&A도 시너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증권사의 가치는 결국 자본과 브랜드, 생산수단 등에 있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자본과 브랜드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 특성상 생산수단은 이동이 굉장히 자유롭다. 증권사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이유다. 증권업계 일각에서 “증권사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 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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