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중국 재테크] 5세대 지도부 교체와 경제 방향… 시장 개방보다 ‘ 안정 성장’에 무게 중심

세간의 예상을 깨고 중국공산당은 빠른 변화보다 안정 성장을 택했다고 판단된다. 지난번에 설명한 것처럼 중국 지도부는 크게 3개 계파로 구성돼 있다. 그중 상하이방(상하이 관료 출신)과 태자당(혁명 원로 자제 그룹)은 현재의 경제 발전을 이끌어 온 국영기업들을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개혁하자는 쪽이다.

반면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은 시장경제와 민영 경제를 좀 더 빠른 속도로 받아들이자는 쪽이어서 성장보다 체질 개선에 무게를 둬 왔다. 향후 중국을 이끌어갈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7인의 구성을 보면 공청단보다 태자당과 상하이방이 중심이다. 결국 개혁보다 성장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인사를 보면 시진핑을 중심으로 한 태자당이 위정성과 왕치산 등 3명이며 장쩌민 계열의 기존 최대 계파였던 상하이방이 서열 3위인 장더장부터 류윈산 5위, 장가오리 7위까지 역시 3명이 차지했다.

반면 공청단파는 리커창 총리 내정자뿐이며 류윈산 상무위원만 후진타오 전 서기 등 공청단과 가까운 관계로 평가 받을 정도다. 결국 이번 상무위원 선출은 예상을 깨고 보수 세력의 승리로 결정된 것으로 판단된다. 또 지역적으로도 시진핑을 포함해 서부 출신 상무위원이 3명이나 되는 등 지역적인 균형도 맞춰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경제의 성장 모델로 ‘광둥 모델론’과 ‘충칭 모델론’이 있다. 광둥 모델은 광둥성, 즉 홍콩과 선전 그리고 광저우로 이어지는 광둥성의 개방처럼 개혁 개방을 기본으로 하는 성장 모델로, 중국을 성장시키자는 상대적으로 개혁주의자들의 이론이다. 충칭 모델은 현재의 공산주의 이론에 바탕을 두고 국영기업을 기초로 큰 정부로 복지를 강화하고 빈부 격차를 해소해 현실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성장 이론이다.

실제로 한 중국인 교수는 이번 지도부 교체에서 경제정책의 변화 정도를 광둥성 서기 출신이며 공청단파인 왕양의 상무위원 진출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왕양의 상무위원 진출은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중국 경제의 광둥 모델 그리고 이를 주장해 오던 공청단파 역시 이번 5세대 지도부 교체에서 중심 세력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고 평가된다. 즉 시장 개방이나 구조 개혁도 하겠지만 그 이전에 안정적인 경제 성장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향후 10년 콘셉트는 소득 증가와 균형 발전

이번 18차 당대회를 통해 후진타오 주석은 향후 성장 목표를 명확히 제시했다. 이어 열린 1중전회(제1차 전체회의)에서도 새 지도자 시진핑 서기 역시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고 일성을 외쳤다.

구체적인 성장 목표는 2010년 국내총생산(GDP, 40조 위안) 대비 2020년 GDP를 2배(80조 위안)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계산하면 10년간 연평균 약 7.5% 이상 고성장해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일부 우려와 달리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밖에 주민소득을 실질소득 기준으로 2020년까지 2배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향후 경제 성장 방향을 내수 소비 강화에 두겠다는 정책 의지라고 해석된다.

또 실질적 경제 리더인 리커창 총리 내정자는 이번 당대회를 통해 향후 10년간 중국 경제를 이끌어갈 목표인 ‘4대 신현대화’로 산업화와 정보기술 응용, 도시화, 농업 현대화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여전히 중국 경제는 산업화와 도시화를 근간으로 안정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결국 새 지도부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는 노력은 해나가겠지만 1차적으로는 중국 경제 전체의 안정적인 성장에 좀 더 무게중심을 둘 것으로 예측된다.




2013년 중국 경제의 화두는 내수 성장과 이원화

새 지도부가 국민소득을 늘리고 소득 격차를 축소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전반에 대한 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임금 인상은 내수 소비 확대를 가져오지만 한편으로는 원가 상승에 따라 중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양면성이 있다. 결국 새로운 지도부 10년은 성장의 축을 수출에서 내수로 점진적으로 옮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이원화가 예상된다.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 중부와 서부 지방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투자와 도시화를 위한 규제 완화가 예상되고 동부에 대해서는 규제를 지속해 지역 격차를 해소해 나갈 전망이다. 또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 증가를 유도하고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한 세제 개편 등도 예상된다.

중국의 경제 성장 모델은 점·선·면 형태로 확대돼 왔다. 베이징·상하이 등 동부의 중심 도시가 개발됐고 이것이 동부 연안 도시들로 선형으로 연결돼 개발이 이뤄졌다. 이제 새 지도부에서 중서부까지의 전반적인 성장 정책이 본격화한다면 구매력이 있는 내수 시장의 인구가 과거 2억~3억 명에서 10억 명 이상의 인구로 확대될 것이다. 또 그 발전 과정은 신정부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2015년 말까지의 성장 계획을 봐도 전체 국가 성장률은 7.5%로 성장률 계획을 낮췄지만 대부분의 중서부 성들은 연평균 10% 이상의 고성장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번 새 지도부에 서부 지역 출신 상무위원이 3명, 동북 출신 상무위원이 1명 등 상대적으로 경제가 낙후된 지역이 많은 것도 지방경제 육성 의지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중서부 대개발의 중심에 있는 우한·창사·청두·충칭과 같은 주요 중서부 도시들의 부동산 가격은 이번 조정기에도 하락 폭이 적었으며 최근에는 가격 회복이 시작되고 있다. 또 7%대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면서 경제 경착륙 우려가 커지는 중국이지만 충칭·쓰촨·섬서성 등 중서부 주요 성들은 오히려 10~15% 고성장하고 있다.

결국 새 정부 10년간 중국은 제2차 도시화 과정을 진행하면서 전반적인 소비 시장 확대 붐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 2013년 중국 경제는 과거 정권 교체기처럼 큰 폭의 변화가 일어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실제적인 경제에 대한 밑그림은 12월 중 있을 예정인 경제공작회의에서 제시될 것이며 2013년 3월 전인대에서 보다 구체적인 정책들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3년 경제는 성장으로 가는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새 정부 출범과 각종 소비 부양책으로 소비가 4분기 들어 소폭이지만 개선 추세에 있고 2013년에는 중서부 개발 확대와 함께 투자와 소비 부문에서 회복세가 커질 전망이다.

중국의 수출도 미국 부동산 경기 회복 등에 대한 영향으로 9월 이후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으며 2013년 연간으로도 미국의 경기 회복세를 감안하면 올해의 부진한 수출에 대한 기저효과로 수출 회복세도 커질 전망이다.

현재 중국 증권사들의 경제 전망치에 따르면 2013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8.2% 전후로 올해보다 확실히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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