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에세이] 기본으로 돌아가라

신약 개발이 어렵다 보니 인프라가 탄탄하지 않은 제약 기업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하기가 어렵고 제네릭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최근에는 그 경향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11 월 18일은 ‘약의 날’이다. 이날은 국민에게 의약품의 가치를 알리고 약업계 종사자들의 사명감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약은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역사학자에 따르면 서양에서는 약 4000년 전 수메르인의 점토판이나 기원전 1550년대 이집트인의 파피루스에 약물과 처방법이 기록돼 있다고 한다.

이러한 약은 18세기 후반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과학의 발전과 함께 획기적인 진전을 맞게 됐고 질병에 따른 인류의 고통을 덜고 수명을 연장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기본적으로 제약회사의 본분은 신약을 통해 환자들의 충족되지 않은 의료 수요를 맞추는 것이다. 적절한 치료제가 없어 고통 받는 환자와 고통을 지켜보는 가족의 아픔, 적절한 치료제가 없어 안타까워하는 의료진의 마음에 공감하며 모든 이에게 더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선사하는 것이 제약사의 본분이다.

제약사의 진정한 ‘비상’인 신약 개발은 몇 년에 걸친 연구·개발(R&D) 및 투자를 통해 이뤄진다, 이는 오랜 인내와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필요로 한다. 실험하는 몇 백만 개의 약물 중 채택되는 것은 1~2개에 불과하다.

10년 이상의 연구와 최대 1조 원에 달하는 투자, 개발 후의 대규모 임상을 통한 효과 및 안전성 검증 작업까지 한 신약의 승인을 위해 노력하고 기다리는 마음은 마치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과 같다.

이렇듯 신약 개발이 어렵다 보니 인프라가 탄탄하지 않은 제약 기업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하기가 어렵고 제네릭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최근에는 그 경향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제약 업계가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R&D 투자와 신약 개발이 필요하고 이를 장려하는 경쟁 환경 및 사회적인 컨센서스가 필요하다. 신약 개발에 성공한다면 제약사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치료받지 못한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고무적인 윈-윈(win-win)이 된다.

최근에는 의료 서비스의 개념이 확대됨에 따라 단순한 치료가 아닌 예방 및 관리와 같은 추가적인 영역이 활발히 개척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 관련 서비스도 보다 특화되면서 차별화된 치료약, 기술 및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R&D 투자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신약 개발 및 제약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재계가 모두 힘을 모으는 등 신약 개발에 매우 고무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제약사가 가진 기술력을 한국이 자체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BMS제약은 업계 평균보다 높은 15%의 매출 대비 R&D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 한 해 200개에 달하는 BMS 임상 시험 중 5분의 1을 한국에서 진행했다.

이러한 임상 시험들을 바탕으로 한국BMS제약은 소위 ‘블록버스터’급이 될 신약들을 파이프라인에 대기해 놓고 있다. 비록 단시간 내 가시적인 성과가 없을지라도 지속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이렇게 실질적인 투자가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절대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제약사에는 ‘집중적인 연구’, ‘인내’와 ‘기다림’과 같이 기본적인 덕목이 빛을 발한다. ‘약의 날’을 맞아 환자들에게 빛과 희망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도 함께 기억됐으면 한다.


마이클 베리 한국BMS제약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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