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후식의 투자 노트] 애플의 변화와 한국 IT주, 싸이와 스티브 잡스의 공통점은

최근 전 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싸이라고 한다. 싸이는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이제 전 세계 7억 명이 한 번은 봤다. 내려 받기로 다른 사람들과 ‘강남스타일’을 공유하면서 보았다면 10억 명, 15억 명이 봤을 수도 있다.

유튜브만이 아니라 각국의 TV 쇼 등을 통해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시청한 숫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한국 노래다.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듣는 데도 기뻐하고, 춤추고, 노래도 한다.

필자도 초등학교 시절에 미국 팝송을 소리 나는 대로 한글로 적어 불렀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어느 유럽 시골 마을에서 10대가 흥얼거리면서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를 그네들의 언어로 적어 외우는 모습이 떠오른다.

만약 ‘강남스타일’을 싸이가 부르지 않고 싸이가 말춤을 추지 않았더라도 이처럼 전 세계적 광풍이 불었을까. 같은 곡을 작사하고 동일하게 춤을 고안해 미국의 팝가수 혹은 중국의 재미있는 캐릭터의 가수가 ‘강남스타일’을 노래하고 춤췄더라도 전 세계 7억 명의 유튜브 시청자가 생성됐을까.

이러한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하긴 힘들 것이다. 다른 누가 아닌 바로 ‘그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불렀기 때문에 더 ‘강남스타일’의 유머러스함이 시청자들에게 강하게 전달됐다고 본다.


<YONHAP PHOTO-0775> An ipad 2 is displayed on October 5, 2011 in Los Angeles, showing the changed Apple website paying homage to the company's visionary leader Steve Jobs who died from cancer aged just 56. Jobs revolutionized modern culture and changed forever the world's relationship to technology through inventions such as the iPad and iPhone. AFP PHOTO/Frederic J. BROWN /2011-10-06 11:17:26/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하나 둘씩 이탈하는 ‘애플 마니아’

정보기술(IT) 업체 중에서 싸이와 ‘강남스타일’이 가지는 ‘일체성’과 비슷한 게 있다. 애플과 스티브 잡스였다. 잡스는 새로운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검은색 상의와 청바지 차림으로 나와 전 세계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애플 마니아는 신제품을 사기 위한 긴 행렬의 수고스러움으로 보답했다. 신제품에 대한 찬사와 새로운 패러디를 인터넷에 유포했다. 아직도 애플 제품에 대한 마니아 층은 두터운 상태다.

하지만 2011년 10월 5일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이후 애플은 이전과 확실히 달라 보인다. ‘애플 그 자체’였던 스티브 잡스의 창조성이 점차 희석되고 있다. 신제품에 대한 열풍도 예전만 못하다. 여전히 애플 제품 판매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제는 가끔씩 애플 마니아 층이 이탈하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일체성이 약화된 것이다. 실제로 애플 주가는 2012년 9월 21일 705.07달러 최고가 이후 2개월 동안 24% 하락했다(11월 14일 종가 536.88달러). 물론 연초 411.23달러 대비 최고가는 71% 상승했으며 지난 11월 14일 기준으로 31% 올랐다.

급격한 상승에 따른 주가 조정 양상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열풍으로 IT 업계의 새로운 시장 형성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한 선두 업체 애플의 주가 조정은 쉽게 넘어갈 이슈는 아닌 듯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면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더 높은 창의성을 가진 신제품을 기대한다. 하지만 아이폰 5, 아이패드 미니에 대한 평가는 한결같은 목소리가 아니었다. 시장의 반응도는 높았지만 성장률에 대한 폭발력은 낮아졌기 때문이다.

과거 애플 규모와 차원이 다른 거대 규모에서의 성장률은 베이스 효과로 인해 반감되고 있다. 달리 표현하자면 소비자들의 애플 선호도가 더 커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에 대한 깜짝 이벤트성 수요 촉진 효과가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애플 생산 공정의 문제점도 소비자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 효용이 한계점이 이르렀는지 혹은 다다르고 있는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지만 일정 부분 임계치에 근접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IT 시장은 매우 빠르게 변화한다. 주식시장에서 IT 업종은 변동성이 높다. 시장 수요를 창출하거나 신제품의 효과가 극대화될 때 이익률(수익성)과 매출액(성장성)이 동시에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반대도 같은 양상이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 기대치가 낮아지면 급격하게 시장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아직까지는 애플이 이 같은 소비자 수요 기반이 위축되고 있는 과정은 아니다. 하지만 상승 국면 속에서의 이탈이 시장점유율, 신제품 교체 수요 응답률 등에서 조금씩 노출되고 있다.



애플 ‘삐걱’하면 한국도 위험해

주식시장에는 많은 변수들이 영향을 미치지만 그중에서 최고경영자(CEO) 및 경영진 효과가 큰 변수다. 경영진에 대한 신뢰감은 미래 가치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경영진의 능력, 전략적인 방향성 등이 기업 사업 모델의 변화에 영향을 준다.

애플의 최근 주가 조정은 경영진 변화 요인이 반영되고 있는 듯하다. 최근 부사장급 핵심 임원 2명이 퇴사했다. 이런 변화는 새로운 역량으로 집결될 수도 있지만 그동안의 성공적인 성과의 한계성을 보여주는 사례일 수도 있다.

애플은 여전히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거대 IT 선두 기업이다. 기술적인 선도력, 290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 보유를 감안한 다양한 성장 잠재력, 향후 펼쳐질 iTV·클라우드 서비스·빅 데이터 서비스 가능성 등이 있다.

하지만 분명 경영진의 변화 과정에서 위험 인자가 발생될 수 있다. 전략적인 불협화음은 변동성 높은 IT 산업에서 치명적인 결과로 발전될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필자는 애플의 잘못된 변화가 장기적인 위험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려한다. 거대 IT 기업인 애플의 변화 과정은 한국 IT 업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삼성전자와 특허 전쟁, 삼성그룹 부품 구매의 축소 등만의 영향이 아니다.

애플의 경우 삼성 외에도 LG그룹·SK하이닉스, 이 밖에 수많은 IT 부품 업체들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 업체 등에서의 변화 요인도 발생될 수 있다. 지각변동 이후에 닥쳐올 ‘쓰나미’도 있을 수 있는 괜한 우려감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 잣대의 첫 번째는 애플과 같이 경영진의 평가가 돼야 한다. 경영진이 지속적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해왔는지, 또는 도덕적인 경영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단순히 매출액·순이익만 살펴본다면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에 의한 비용 확대 요인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둘째, 경쟁력 기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채 구조 등 재무적인 요인도 있지만 제품 경쟁력 확인이 필요하다. 경쟁 업체가 언제든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IT 부품이라면 매출액(=주문량) 증가보다 핵심 기술 경쟁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셋째, 많은 비중을 특정 업체에 편향된 부품 공급 구조에 있다면 상대적으로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만약 세트 업체의 변화가 부품 업체의 급격한 주문량 감소에 따른 재고 자산 비용 부담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IT 산업은 세트업체-부품업체로의 가치 사슬이 이어져 있다. 신제품이 원활하게 소비자에게 판매된다면 영업 레버리지 효과로 매출액 증가율보다 이익 증가율이 높은 특성을 갖게 된다. 하지만 만약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도가 낮아지면 세트-부품의 재고는 함께 증가하게 된다. IT 산업의 제품 재고는 소재 산업의 재고와는 다른 특성이 있다.

철강재는 가격 변화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재고 자산으로 언젠가는 판매될 수 있는 제품이다. IT 제품과 부품은 해당 제품에 적합하게 만들어졌으며 경쟁 업체들과의 경쟁으로 인해 시간 경과에 따라 재고 자산이 아닌 불용 재고(Scrap)로 전량 비용화된다. IT 거대 기업인 애플의 변화를 예의 주시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민후식 파인투자자문 대표이사 hoosik_min@pineinv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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