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자동차 시장의 역설, 보호무역 강화…글로벌 메이커 직격탄

현대자동차가 11월 9일 브라질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남아메리카에 짓는 첫 번째 공장으로 2016년까지 연 1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폭스바겐은 2016년까지 34억 유로(4조9000억 원)를 투자해 생산 라인을 대폭 증설할 예정이다. BMW 역시 3억9500만 달러를 투자해 브라질 공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최근 확정했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올 들어 유독 브라질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 경기 하강의 흐름을 브라질만 피해 가고 있는 걸까. 실상을 살펴보면 이유는 엉뚱하게도 브라질의 보호무역주의에 있다.


<YONHAP PHOTO-0062> 현대자동차, 브라질 생산공장 준공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현대자동차(회장 정몽구)는 9일(현지시간) 세계 4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브라질 상파울루 주 피라시카바 시에서 연간 15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 준공식을 했다. 준공식에는 정 회장과 미셸 테메르 브라질 부통령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2012.11.10 << 국제뉴스부 기사 참조 >> fidelis21c@yna.co.kr/2012-11-10 01:24:12/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시장 침체에도 증설하는 자동차 업체들

사실 브라질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 중에도 경기 둔화가 빠른 나라 중 하나다. 2010년 7.5%였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해 2.7%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경제성장률은 올해 1.5%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세계 4위 자동차 시장인 브라질 자동차 시장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9월 자동차 신규 등록 대수는 28만8108대로 작년 동기 대비 8% 줄었다. 수입 자동차 판매량의 판매 감소 폭은 더 크다. 9월 5만5000대가 팔려 30% 줄었다.

브라질 정부는 제조업의 20%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을 살리기 위해 각종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 생산 업체와 부품 업체들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 주는 것은 물론 신규 자동차 구입자들에 부과되는 자동차세도 5월부터 깎아 주고 있다. 업계와 소비자들에 대한 총감면액은 100억 달러에 이른다. 브라질개발은행도 자동차 업계에 최대한 낮은 이율로 대출을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은 역부족이다. 올 초 10%가 넘던 월별 전년 대비 판매 감소 규모가 소폭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을 뿐이다. 경기 하강이 계속되면서 소비심 리가 얼어붙고 있는 데다 연체율이 폭증하면서 브라질 은행들도 대출을 옥죄고 있어서다. 급하게 브라질 국내에 생산 시설을 늘려야 할만한 이유는 없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브라질 정부는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차에 대한 세제상 불이익도 주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수입차에 대한 세율을 30% 포인트 인상한 것이다. 브라질 내에서 생산된 차라도 부품의 65% 이상이 브라질산이라야 ‘세금 폭탄’을 피해갈 수 있다.

이 같은 정책으로 수입차 판매량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수입차 시장의 32%를 점유하며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기아차가 대표적인 예다. 기아차 브라질 법인은 올해 10만 대 판매를 예상했지만 10월 말까지 판매량은 4만5000대에 그쳤다. 조제 겐디니 기아차 브라질법인장은 “그간 브라질에서 해 온 일들이 모두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브라질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인구 2억5000만 명의 브라질은 지난 6년간 3000만 명이 빈곤층에서 벗어나며 중산층이 40% 늘었다. 2014년 월드컵, 2016년 올림픽 개최를 거치며 중기 발전 전망도 밝다. 그만큼 자동차 시장의 잠재력이 큰 것이다.

결국 현지 자동차 공장 신설은 수입차에 대한 불이익을 피하면서 시장 공략을 지속하기 위해 택한 선택이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잇단 공장 신설 발표에 수입차 규제가 소비자들의 피해로 돌아가고 브라질 국내 자동차 산업 경쟁력도 낮출 것이라는 비판도 수그러들고 있다. 오히려 자동차 생산 시설 증설로 고용이 늘어나 브라질 국내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물론 이 같은 브라질의 자동차 정책이 장기적으로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브라질은 보호무역을 통해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노경목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