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전국 경영대학 랭킹

큰 변수는 없었다. 한경비즈니스가 실시한 전국 경영대 평가에서 고려대 경영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1위를 차지했다. 고려대 경영대는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08년부터 5년 연속 선두를 달리며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2위와 3위는 각각 연세대와 서울대 차지였다. 이 또한 2008년부터 변함이 없다.

하지만 세부 부문으로 들어가면 미세한 조정은 있었다. 엎치락뒤치락 경쟁도 있었고 한 끗 차이의 각축전도 벌어졌다. 일부 대학은 결과 발표 전부터 예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경비즈니스 경영대 평가는 실제 기업에서 통하는 경영대의 위상을 들여다본다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내 경영대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한경비즈니스는 그 답을 기업 인사 담당자들에게서 찾았다. 기업 인사 담당자는 채용을 통해 학생들의 실력을 속속들이 평가한다. 대학 내 사정에도 밝다. 경영대는 특히 산업·기업 현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인력 시장의 실제 수요자인 기업이 인정하는 경영대는 채용으로 연결되는 ‘진짜 성적표’를 받는 셈이다.

국내 주요 경영대 졸업생들이 어떤 인재로 평가 받고 있는지, 지난 10월 말부터 2주간 한경비즈니스 기자들이 국내 200대 기업 인사 담당 임원급에게 직접 물어봤다. 질문은 총 9개였다. 전공 및 교양 교육의 업무 관련성, 업무 적응력, 조직 융화력, 발전 가능성, 창의적 업무 해결, 국제화 시스템, 성실성과 책임감, 신입 사원 채용, 진학 추천이 그것이다.


응답자들에게는 각 설문에 가장 ‘그렇다’고 생각되는 대학 10개를 뽑아 1~10위로 나눠 표시해 줄 것을 요청했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 모든 설문 조사 분석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했다. 랭킹을 정할 때는 1순위 대학에 10점, 2순위 9점, 10순위 1점으로 점수를 부여하고 이를 합산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그 결과 ‘2012 전국 경영대 평가’에서 고려대 경영대가 총점수 6271점으로 종합 1위의 영광을 안았다. 유일하게 6000점대를 돌파했고 총 6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진학 추천 면에서 조직 융화력, 성실성과 책임감에서 2위와의 격차를 크게 벌렸고 업무 적응력, 전공 교양 교육의 업무 관련성, 창의적 업무 해결, 신입 사원 채용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고려대 경영대는 ‘UTD 랭킹’ 발표에서 2011년 세계 95위에서 2012년 세계 86위로 9계단 상승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톱 10에 랭크된 대학들은 각각 고려대(1위)·연세대(2위)·서울대(3위)·성균관대(4위)·한양대(5위)·서강대(6위)·중앙대(7위)·경희대(8위)·한국외국어대(9위)·부산대(10위)다. 이 중 1위에서 4위 그룹은 지난 5년간 순위에 변동이 없었다.

고려대 법대가 사라지면서 경영대가 강자로 부상했고 전통적으로 상대가 강했던 연세대가 밀리는 모양새다. 입학 성적순으로는 최고 대학인 서울대는 경영대 평가에서 유독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평가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차별화와 분발을 고민할 시점이다.



한양대·중앙대 한 계단씩 상승

경쟁이 치열한 그룹은 5~8위권 대학이었다. 한양대는 지난해 5위에서 서강대를 누르고 한 계단 상승했고 서강대는 지난해 5위에서 올해 6위로 떨어졌다. 두 대학의 종합 점수는 4129점과 4126점으로 단 3점 차이 접전을 벌였다. 중앙대 또한 지난해 8위에서 한 계단 상승하며 7위로 약진했다. 경희대는 지난해 7위에서 올해 8위를 기록했다. 이 두 대학은 경영대 평가에서 매년 순위를 바꿔가며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지방대(경기·인천 제외)는 전반적으로 성적이 부진했다. 20위권 내에 랭크된 곳은 부산대(10위)와 경북대(12위)가 유일했다. 부산대는 지난해 11위에서 올해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며 지방대 부진 속에 돋보이는 성적을 냈다.

전반적으로 경영대 평가에서 1~10위의 대학들은 흔히 생각하는 대학 입학 성적순과는 다르다. 평가 부문에는 개인 태도에 해당하는 조직 융화력, 성실성과 책임감을 비롯해 창의적 업무 해결과 같은 업무 실력, 학교 투자와 직결되는 국제화 시스템 등이 모두 포함됐다. 기업에서 생각하는 스펙은 흔히 대학이나 취업 준비생들이 여기는 그것과 다르다. 중요한 것은 인풋 경쟁 못지 않은 아웃풋 경쟁이며 대학의 전방위적인 관심과 노력,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2012 전국 경영대 평가’는 보여주고 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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