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오바마 집권 2기의 세계경제, 불확실성 지속…‘ 알파 라이징’ 뜬다
입력 2012-11-15 11:11:09
수정 2012-11-15 11:11:09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오바마 정부가 집권 2기에 들어선다. 하지만 미국과 세계경제 앞날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부실 사태와 유럽 위기를 거치면서 이전보다 영향력이 커진 심리 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로 긍(肯·긍정)과 ‘부(否·부정)’, ‘부(浮·부상)’와 ‘침(沈·침체)’이 겹치면서 앞날을 내다보기가 좀처럼 힘들어졌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이럴 때일수록 키워드로 본 경제 예측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키워드 1 세계경제 :
‘불확실성’과 ‘위기 상시화’
1990년대 이후 세계경기는 사이클이 사라졌다든가, 있더라도 그 폭이 줄어들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정도로 장기 호황을 경험했다. 하지만 미국·유럽의 잇단 위기를 거치면서 그 어느 쪽도 옳은 결론이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오히려 금융을 중심으로 네트워킹이 한층 진전되는 경제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커졌고 심리적인 요인이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 과거의 경기순환은 주로 인플레와 관련돼 발생했다. 종전 경기순환 이론대로 한 나라 경기가 호황을 지속해 인플레가 문제가 되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대신 경기는 하강 국면에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경기순환은 침체가 북유럽 위기(1990년대 초), 아시아 외환위기(1997년), 일본의 장기 침체(1990년대 이후) 등 국지적으로 발생했을 뿐 이번 위기처럼 전 세계적인 침체로 이어진 적은 없다.
이번 경기 침체는 금융 불안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종전과 같지만 ▷세계적으로 동반 침체가 진행됐다는 점 ▷금융 불안에서 실물경제 침체로 전이 속도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빨랐다는 점 ▷경기 하강 폭이 짧은 순간에 대공황 때와 버금갈 정도로 컸다는 점 ▷위기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진행형 등이 종전과 다른 점이다.
그런 만큼 유럽 위기가 실물경기로 전이되면서 거세지는 경기 논쟁이 2012년 이후 회복 국면으로 재진입하는 ‘소프트 패치’인지, 아니면 ‘더블 딥’에 빠질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런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예측의 정확성을 위해 무엇을 유념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키워드 2 세계 질서와 경제학계 :
‘뉴 노멀’과 ‘행동경제학’
정확한 미래 예측이 전제가 돼야 하는 사회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더 그렇다. 이런 추세는 미래를 대비하고 예측하는 능력이 경제 주체들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대두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세계 속에서의 기업과 금융사의 위치 파악과 지향할 미래상에 대한 방향 설정은 나침반과도 같은 존재다.
유럽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세계경제는 어떻게 될까. “모든 것이 바뀐다.” 금융 위기가 발생한 지 4년째를 맞으면서 세계인들에게 대부분 예측 기관들이 역설하는 주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활동을 주도해 왔던 글로벌 스탠더드와 전혀 다른 ‘뉴 노멀(new normal)’ 시대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잇단 위기를 거치면서 세계경제를 특징짓는 현상인 뉴 노멀은 종전의 글로벌 스탠더드와 글로벌 거버넌스의 한계에서 출발한다. 금융 위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을 주도했던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했다. 이제 금융 위기 이전에 통용됐던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신뢰와 글로벌 스탠더드의 이행 강제력은 땅에 떨어졌다.
뉴 노멀 시대에는 세계경제 최고 단위부터 바뀔 것으로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규범과 국제기구를 주도해 왔던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 7개국(G7)에서 중국이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른 주요 20개국(G20)으로 빠르게 이동되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은 2019년이면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제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추세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각국의 이익이 보다 강조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추세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신(新)보호주의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제기구의 회의론과 함께 신역할론도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키워드 3 세계 산업 :
‘알파 라이징’
오바마 집권 2기에서도 가장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곳은 역시 산업 분야다. 모든 것이 보이는 증강현실 시대를 맞아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차별화 혹은 고부가 제품을 통한 경쟁 우위 확보 요구가 증대된 반면 후발 기업들은 창의·혁신·개혁·융합·통합·글로벌 등 다각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 격차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는 새로운 공급 여건이 정착되고 있다.
수요 면에서는 트렌드의 신속한 변화에 따라 고부가 제품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는 반면 이들 제품 소비에 드는 비용을 무료 콘텐츠 제공 등을 통해 줄여나가는 이율배반적인 소비 행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각 분야에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런 움직임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통한 인간 중심의 커넥션은 사회현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종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나눔·기부 등 이른바 ‘착한 일’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가 증대되고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는 기업과 계층에 대해 가치와 평가를 부여하는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벌써부터 개인과 기업, 산업의 상생 협력을 통한 공동 성장으로 모두가 ‘+α’가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알파 라이징 업종’과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최하 소득 계층(BOP) 비즈니스’가 2010년대를 상징하는 유망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많은 분야에 걸쳐 변화를 몰고 오는 ‘뉴 노멀’이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로 정착되지 못할 때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뉴 노멀에 대한 실망감과 금융 위기 이전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향수까지 겹치면서 ‘규범의 혼돈(chaos of norm)’ 시대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키워드 4 기업 경영 :
‘융·통합’과 ‘투 트랙 전략’
2013년을 겨냥한 글로벌 선도 기업들의 경영전략에서 나타나는 화두는 융·복합이다. 유·무선 통합에 이어 통신과 금융, 자동차와 신소재 등 이종 산업 간 새로운 결합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하나의 지주회사가 모든 것을 통제해 나가는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의 화두는 인수·합병(M&A)이다.
금융권에서도 M&A를 통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유럽 위기로 부실 금융사가 정리된다면 금융권 전반의 이합집산이 이뤄질 것으로 금융 업계는 보고 있다. 대기업과 금융사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 시장에서도 M&A가 활발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4년 이상 지속됨에 따라 자금 사정 등에서 기업 혹은 금융사 간 차별화가 확실하게 나면서 M&A 시장에 매물이 많이 출회된다. 이때 시장에 진입비용을 다 치른 기업들을 인수하느냐가 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느냐의 관건이 되기 때문에 자금 사정이 좋은 기업들은 출회된 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트렌드에 맞춘 경영전략과 함께 금융 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본모습을 찾기 이전까지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심리 요인과 네트워킹 효과 간의 선순환이냐 악순환 관계냐에 따라 불확실성 시대가 지속될 점에도 대비해 나갈 계획이다. 이 때문에 경제 주체들은 시장 지배력 강화 등 성장 기반을 마련하면서도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리스크(위험) 관리에 힘을 쏟는 ‘투 트랙(양면)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