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한국·세계경제 대전망] 금융시장 - 대내외 위험도 ↑ …빨간불 지속

2013년 대내외 금융시장은 2012년에 비해 다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적으로는 유럽 재정 위기와 미국의 재정 문제가 상반기까지 지속되면서 재정지출 축소와 민간 부문의 디레버리지(de-leverage) 등으로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다소 부진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내적으로는 수출 증가율 둔화와 부동산 시장의 회복 지연, 가계 부채 문제 등으로 인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이뤄진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와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조치 등의 정책 효과가 다소 축소됨에 따라 정치적 변화와 맞물려 정책 대응이 강화될 여지는 있다. 또한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정책 대응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실물경제의 잠재 위험을 감안할 때 금융 시스템의 위험도는 소폭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내외 위험 요인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의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 당국의 순응적 금리정책에 힘입은 장·단기 금리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위험 기피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기업의 장기 투자에 대한 유인은 하반기 세계경제의 회복 여부에 따라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하반기 이후 수출 증가율이 회복 국면으로 전환되는 한편 기저효과에 따른 설비투자가 확대되면서 위험 자산 선호에 따른 금융시장 분위기도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 자금의 채권시장 유입에 따른 장기금리의 하락과 스페인·이탈리아의 재정 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감안할 때 자금 단기화와 유동성 확보에 대한 유인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도 대내외 금융 상황을 감안해 선제적인 자금 확보 노력이 확대되면서 단기자금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는 연금 및 보장 상품을 중심으로 장기 금융 서비스 수요가 지속될 전망이다. 퇴직금에 대한 중간정산 제한과 즉시연금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등을 감안할 때 개인연금과 의료, 장기 간병 관련 금융 수요는 경제 여건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 앞 황소상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2.1.2

증시 상반기는 약세, 하반기는 회복세

이 같은 금융 환경 아래 2013년 상반기 증권시장은 저성장과 경기 소순환 사이클의 하강이 겹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2013년 주식시장은 3~4월까지 약세를 보인 후 하반기까지 재상승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는 분산 및 적립식 형태의 투자가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 위기 이후 초반에 나타났던 V자형 경기 회복기(1단계)에는 자문형 랩과 같은 압축 성장형 펀드가 히트를 치지만 안정 성장 국면인 2단계에 진입하는 순간부터는 개별 종목이나 업종에 투자해도 지수를 이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경험적으로 저성장 국면에서는 특정 업종이나 종목에 올인하는 투자보다 포트폴리오 차원의 분산투자, 적립식 형태의 매매 기법을 적용하는 것이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된다.

수출주 대비 내수주의 멀티플 구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저성장 국면에서는 기업의 ‘성장’보다 ‘안정’에 투자자의 무게중심이 쏠리며 2012년 4분기 이후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내수주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코스닥 시장은 2013년 상반기 상대적으로 강세가 예상된다. 201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종목 장세는 2013년 상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는 리스크가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유로존의 재정 위기가 지속되며 글로벌 경기 둔화가 당분간 지속되고 환율 하락과 함께 수출주 중심의 대형주가 주가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모바일·콘텐츠·에너지발 혁명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구조적인 패러다임 변화로 연결될 전망이다. 한편 상생 경영을 넘어 경제 민주화로 진화하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는 2월 하순 출범하는 신정부로 하여금 중소기업 친화 정책을 쓰게 할 가능성이 높다.

채권에 대한 수요는 대내외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과 보험사의 운용 자산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채권 투자 비중이 소폭 감소하는 운용 계획을 수립하더라도 채권 투자 규모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역시 대출 수요 감소와 잉여 자금 증가로 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절대 금리와 조달 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2012년보다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중 확대 기조는 유지하되 적극적인 매수보다 신중한 매수 전략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주목할 투자자는 역시 외국인이다. 2012년 국가 신용 등급이 상향 조정되면서 상대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높게 평가 받았고 여전히 펀더멘털 대비 원화가 저평가돼 있다는 점, 동일 신용 등급 국가 국채 대비 높은 국채 금리 등 투자 매력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아시아계 중앙은행, 국부 펀드 등이 추세적으로 국채 비중을 늘리던 기존과 달리 점차 투자자 유형과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유동성 공급이 재개된 미국과 유럽계 은행 자금 유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인 저성장 구조, 감소하는 채권 공급량, 국내외로 증가하는 채권 수요 등을 감안할 때 채권 금리는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증권 어둡고 보험은 그나마 나아

금융 산업별로 보면 우선 은행업은 지루한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은행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핫 이슈는 저금리다. 주식시장의 방향성이 아니라 은행 영업 환경을 보더라도 이제는 금리 수준과 방향이 가장 중요한 항목이 되고 있다.

은행도 경험하지 못한 저성장에 초저금리 환경을 너무 낯설어 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환경은 성장을 제한하고 순이자마진(NIM)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자 이익의 대안 찾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또한 장·단기 금리 차의 역전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장기금리의 지속 하락은 은행의 중·장기 미래를 보여주는 한 단면일지도 모른다.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꽤 팽배해 있다. 따라서 2013년 한 해 동안은 은행은 저성장과 저금리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다.

증권업도 2013년 중요한 갈림길에 설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투자자 관점에서 답은 명쾌하다. ‘보호 육성’의 기조가 강화된다면 기존의 상위 증권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자본력이 우월하고 브랜드 및 신용도가 높고 모회사의 후광을 업고 있는 대형 증권사가 이에 해당한다.

만약 자본시장 육성 기조가 후퇴 또는 역공을 받는다면 자본이 적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특화된 증권사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금융지주·키움증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때 나머지 대형사를 포함한 증권사들의 주가는 철저히 밴드 안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보험사를 둘러싼 환경도 그리 밝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은 견조한 실적 흐름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은행 등 금융 중개업들과 달리 보험은 금융 당국의 규제가 강경 일변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력이 있기는 하지만 보험 사기에 대한 조사가 강화되고 있으며 저금리 부담을 일방적으로 은행에 떠넘기는 것과 달리 보험업은 제도 개선을 통해 공시 이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다.

이 같은 환경을 종합하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된 가운데 공시 이율 인하에 따른 비용 감소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동부화재·현대해상·LIG손해보험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2013년 세제 개편을 앞두고 판매가 증가한 즉시연금 시장에서 높은 시장 지배력을 가진 삼성생명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대형 생보사들은 손보사들과 달리 저금리의 부정적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강한 시장 지배력, 탄탄한 재무구조와 영업력을 갖춰 부정적 효과마저도 상당 부분 중화할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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