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한국·세계경제 대전망] 재테크 - 저성장·저금리…포트폴리오 균형 필요

2013년 재테크 전망을 위해선 먼저 자산 시장의 트렌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자산 시장의 흐름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추세로 보는 자산 시장의 트렌드를 ‘저성장·저금리·고령화’로 요약한다.

‘747 공약’으로 시작한 이명박 정부였지만 시대적 흐름은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1980~1990년대 한때 경이적인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지만 이젠 지난 일이 돼 버렸다. 2008년 이후 세계경제의 침체는 10년 넘게 쌓아올린 부채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이른 시간 내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다.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초저금리도 글로벌 금융 위기와 만나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고령화는 이미 와 있는 미래다. 향후 자산시장은 세 가지 변수가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그림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파이낸스빌딩 삼성증권 PB센터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1.5.31

손에 잡히는 수익 선호 가속화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연령대는 50대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상무는 “50대는 인생 100세 시대의 전환점이라는 숫자적 의미뿐만 아니라 자산 운용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퇴직 전까지 모아 놓은 돈만으로 노후 생활을 영위할 수 없기 때문에 너무 보수적으로도 혹은 공격적으로도 운용해서는 안 된다.

이에 따라 2013년에도 ‘손에 잡히는 수익’을 선호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금융시장에서는 월 지급식 상품이, 부동산 시장에서는 수익성 부동산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과 저금리의 결합은 투자자들에게 기대 수익률을 낮출 것을 요구한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금리는 ‘1년 만기 정기예금’으로, 투자는 1년 만기 예금금리를 넘기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낮아진다는 것은 기대 수익률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성장률 저하로 소득 창출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위험 자산에 많이 노출했다가 큰 손실이 나면 복구하기도 어려워진다. 낮아진 손실 회복력은 심리적 측면에서도 투자자들을 보수화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새로운 트렌드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짜고 재무 설계를 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포트폴리오 구성의 핵심은 ‘균형’이다. 올 한 해 인기를 끌었던 금융 상품들은 대부분 채권을 기초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9월 첫 발행된 30년 만기 국고채를 비롯한 장기 채권이 거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한 물가가 상승할 때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물가 연동 국채, 국내 채권에 비해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브라질 국채 등이 올 한 해 자산 시장의 주요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자산 시장 흐름은 최근 1~2년과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박경희 삼성증권 UH NW사업부 상무는 “과다한 유동성에 따른 자산 가격 상승이 일어나거나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이 나타날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편중된 투자는 모 아니면 도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안전 자산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안전 자산의 가격이 크게 올라갔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 자산의 가격이 싸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대표적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 가격은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을 나타내는 리스크 프리미엄은 전고점 수준에 도달해 있다.

투자자의 자산 가치가 충격을 받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박경희 상무는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안전 자산 위주로 이뤄져 있다면 주식 펀드·랩 등 자산으로 다시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재테크 영역별로 내년 시장을 전망해 보자. 먼저 2013년 코스피 경로는 ‘상반기 박스권, 하반기 이후 추세적 상승’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2013년 이후 나타날 패러다임 또한 하반기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3년 이후 나타날 핵심 테마로 ‘한국 원화를 포함한 아시아 통화 강세 기조, 중국 고정자산 투자 가속화, 미국 주택 시장의 회복 지속’을 꼽고 있다.

이 세 가지 테마가 실현된다면 2013년 주도주는 항공·해운·조선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주는 원화 및 아시아 통화 강세를 바탕으로 한 여객 수요 증가가 상승 모멘텀이 될 수 있다. 해운주는 중국 투자 확대에 따른 물동량 증가와 미국 주택 경기 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의 두 가지 수혜를 볼 수 있다. 조선 업황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주가는 기대감으로 미리 상승할 수 있다.

파생 상품 시장은 코스피 200 선물과 옵션, 주가연계증권(ELS)·주식워런트증권(ELW)·상장지수펀드(ETF)로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코스피 200 선물과 옵션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내에서는 차익 거래의 감소가 선물 유동성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또 해외에서는 신흥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 소비자동향지수(CSI) 300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으며 CSI 옵션 시장도 개장 준비 중으로 알려져 있다.

ELS는 올해 글로벌 저금리 기조의 대안 상품으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헤지 자산과 고유 자산의 분리 규정과 단기물 발행 금지 등의 규제가 2013년 현실화된다면 위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LW는 장기 침체에 접어들고 있다. 반면 ETF는 파생상품형을 제외하면 상장도 비교적 자유로울뿐더러, 상장 ETF의 개수로는 일본에 이어 아시아 2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식과 금을 기초 자산으로 한 ETF가 상장되는 등 다양한 변신을 하고 있어 2013년에도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2013년 절세형 상품 주목해 볼만

국내 펀드에서 주목해 볼만한 상품은 2013년부터 새로 도입되는 장기 펀드다. 연간 240만 원 한도로 납입 금액의 40%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2013년부터 가입 가능한 비과세 재형저축(펀드)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양극화·저성장 시대로의 패러다임 전환 국면에서 손쉽게 한 푼이라도 더 벌 수 있는 방법은 절세 효과가 있는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다. 연말정산 시 연간 400만 원 한도에서 소득공제를 해주는 연금저축펀드가 대표적이다.

해외 펀드 시장에서는 이머징 국채의 성과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곽재혁 농협중앙회 PB사업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일본·독일 등 선진국 채권 금리는 단기 국채 기준으로 0~0.5% 수준에 불과할 만큼 이미 낮아진 반면 이머징 국가 정부가 발행한 채권은 통상 선진국에 비해 금리가 높아 투자 가치가 양호하다”고 말했다.

2013년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하우스 푸어 문제 해결과 주택 거래 활성화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한다. 주택 시장 불황으로 35만 가구 이상에 달하는 일명 ‘깡통 아파트’가 계속 늘어나는 현실에서 깡통 아파트가 세입자들에게 대형 ‘부채 폭탄’이 될 수 있어 새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것으로 예측된다.

대통령 후보들이 내세우고 있는 부동산 정책 및 가계 대책이 새 정부에서 일정 부분 적용될 것으로 본다면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렌트 푸어 대책)와 저리 전세 자금 대출 확대 등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전셋값으로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임대주택 추가 공급이나 전월세 상한제도, 계약 기간 연장 같은 세입자 위주의 전세 대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아파트 시장은 2분기쯤 바닥을 찍고 상승세를 탈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긍정적 전망을 내놓는다. 대외적인 여건에서 미국 경기 회복으로 신규 주택 착공과 건축 허가 건수가 모두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9월 주택 착공 실적이 전월 대비 15% 증가한 87만2000건을 기록했다. 금융 위기 발생 직전인 2008년 7월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다.

1인 가구를 위한 주택 착공이 11% 증가했고 아파트 등 다가구를 위한 주택 착공이 25% 증가했다. 국내적으로는 최근 9·10 대책 발표 이후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하는 주택경기실사지수(HBSI) 전망치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2013년 상반기쯤 기준금리가 인하된다면 주택 시장에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 재건축 시장은 주택 시장 침체와 함께 서울시 소형 평형 확대 정책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2013년에도 ‘재건축의 봄’은 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