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항상 미래를 보고, 운용 철학 강조하죠”

정찬형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

금융 투자 업계가 수익성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실적을 내면서 업계의 부러움을 받는 회사가 있다. 바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이다. 그 결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수익성 지표와 안정성 지표를 양대 축으로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하는 ‘2012 베스트 금융 CEO’에서 자산 운용 부문 ‘톱’을 기록했다. 2008년부터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이끌어 온 정찬형 사장을 만나 그 비결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약력 : 1956년생. 1981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84년 고려대 경영학 석사. 1981년 한국투자신탁운용 입사. 2003년 한국투자신탁운용 전무. 2006년 한국투자증권 전무. 2007년 한국투자신탁운용 부사장. 2008년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장(현).


자산 운용 부문 1위를 차지하셨습니다. 비결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회사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가 가장 큰 이유였다고 봅니다. 이와 함께 직원들의 열정이 있었습니다. 또 하나 금융지주 차원의 지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만약 한국금융지주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꾸준히 우리를 믿어주기에 시장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원칙’을 가지고 꾸준히 펀드를 운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성과로 나타난 거죠.

순이익 부문에서 타사를 큰 격차로 따돌렸습니다. 그 이유는 뭡니까.

다양한 펀드가 있지만 자산 운용사의 수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펀드는 주식형 펀드입니다. 2006년 4조8000억 원 수준이던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국내 주식형 펀드 수탁액은 현재 그 두 배가 됐습니다. 시장점유율도 당시 8% 수준에서 16.1%까지 급성장했습니다.

또 약 4조5000억 원 규모의 ‘삼성그룹주’ 펀드, ‘내비게이터’ 펀드, ‘한국의 힘’ 펀드는 우리나라 주식형 펀드를 대표하는 펀드가 됐습니다. 바로 이 같은 주식형 펀드의 성장이 높은 순이익을 내는 원동력입니다. 또 리스크 관리를 철저하게 했습니다. 현재 많은 자산 운용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투자와 관련해 손해를 봤습니다. 우리 회사는 PF 투자와 관련해 ‘깨끗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합니까.

자산 운용의 두 축은 ‘펀드 매니지먼트’와 ‘리스크 컨트롤’입니다. 펀드 매니지먼트는 가장 중요한 수익원이고요. 하지만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두 부서의 의견이 충돌할 때면 거의 무조건 리스크 관리 부서의 손을 들어줍니다. 즉 창보다 방패를 우선순위에 두는 거죠.

이와 함께 펀드를 운용할 때도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확실한 출구 전략이 있는 것을 먼저 합니다. 제가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런 리스크 관리 시스템입니다.

경영 성과뿐만 아니라 펀드의 수익률도 장·단기 수익률이 모두 업계 최상위권입니다. 특별한 투자 노하우가 있는지요.

시장은 항상 변합니다. 어떤 특별한 기법을 가지고 특정 시점에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 기법이 결코 항상 통할 수는 없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항상 미래를 봅니다. 즉 장기 성과를 가지고 매니저를 평가한다는 뜻이죠.

저는 매니저들에게 운용 철학을 강조합니다. 자산 운용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펀드매니저가 확실한 철학을 가져야 허투루 운용하지 않고 윤리적으로도 강해진다고 봅니다.

또 우리는 한두 명에게 의존하는 ‘스타 매니저’ 시스템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장기 성과로 고객에게 인정을 받으려면 운용을 위한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조직적으로 잘 짜여 있어야 합니다. 또한 취임 후 신입을 많이 뽑았고 도제식으로 계속 사람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투자신탁운용 출신들이 (투자를) 잘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맨파워는 어디서 온다고 보십니까.

현재 증권사·자문사·운용사를 포함한 금융 투자 업계 전체에서 한국투자신탁운용 출신 최고경영자(CEO)는24명 정도입니다. 그만큼 한국투자신탁운용 출신에 대해 ‘믿음’이 크다는 겁니다. ‘삼투신(한국·현대 ·대한투신)’ 시대부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타 회사에 비해 기업 문화가 보다 동적이고 개방적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내부의 경쟁도 더 치열했습니다. 또 1980년대 말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었기 때문에 조직원들이 ‘살아남기 위해’ 더 열심히 일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회사를 떠난 조직원들도 타 회사에서 인정을 받게 됐고요. 결국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역사가 조직원들의 맨파워를 더 강하게 해준 것 같습니다.

KINDEX(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브랜드)의 운용 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플러스알파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니즈에 따라 수많은 상품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이 중 하나인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품입니다. 우리는 현재의 시장을 나누려는 것이 아니라 커지는 시장에서 더 많은 것을 얻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패시브 ETF에 대해 운용 보수를 낮춘 것도 그 일환입니다. 아울러 한국투자신탁운용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된 ETF 상품을 더 키워 금융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데 힘쓸 계획입니다. 물론 이 같은 상품들은 그에 합당한 보수를 받아야겠지요.

ETF 외에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분야가 있는지요.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중위험·중수익’이라는 화두를 처음 시장에 던진 운용사이며 ‘플러스알파’를 추구하는 상품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에는 전 세계 주식·채권·통화·원자재·리츠 등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에 투자해 변동성을 줄이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한국투자글로벌타겟리턴’ 펀드를 출시했습니다. 이 펀드는 설정 1년간 9%대의 수익률을 기록 중입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앞으로도 ‘인컴 제너레이션(Income Generation)’이 자산 운용 업계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자산의 변동성을 낮추는 동시에 확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 즉, 인컴(Income)을 낼 수 있는 상품이 시장을 이끌어 갈 것입니다.

이와 관련, 해외에 상장돼 있는 다양한 채권 ETF에 투자하는 4가지 종류의 해외 채권 펀드를 동시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장기 성장성이 좋은 중국의 A주(중국 본토에 상장된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ETF도 곧 출시될 계획입니다.

최근 증시 침체로 금융 투자 업계가 어렵습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이에 대해 어떤 대응책을 갖고 있는지요.

올해 우리 회사의 펀드 성과가 상당히 우수했는데도 불구하고 환매가 많았습니다. 이는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상승 여력에 대한 확신이 줄어들어 성과가 좋은 펀드들부터 이익 실현에 나섰던 것으로 보입니다. 고객이 우리 펀드로 좋은 경험을 가지고 환매했다면 다시 기회가 왔을 때 재유입되는 식으로 고객의 신뢰가 이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우리는 변화에 휩쓸리지 않는 장기적인 철학을 가지고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간 쌓아 온 리서치 능력과 운용에 대한 경험이 올해와 같은 어려운 시기를 버텨낼 버팀목이 될 것으로 봅니다.


대담= 김상헌 편집장·정리=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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