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선거와 재정 절벽 [상·하원 선거가 재정 절벽 탈출 키포인트]

11월 6일(현지 시간) 미국은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세계 최강 국가를 앞으로 5년간 누가 이끌고 나갈지는 세계 공통 이슈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은 미국이 선거 이후 예상되는 ‘재정 절벽(fiscal cliff)’ 위험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관심이다.

재정 절벽은 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 예산 자동 삭감과 각종 경기 부양용 정책의 시한 종료에 따른 큰 폭의 미국 재정지출 감소를 의미한다. 재정지출 감소는 최근 온기가 돌고 있는 미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결 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대선은 물론 미 상·하원 선거 결과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상·하원 선거는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진다. 현재는 민주당이 상원,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상원 100석 중 33석과 하원 435석 전부가 새로 선출된다. 새롭게 선출되는 의원들은 내년 1월 3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신임 대통령도 이들과 함께 제정 절벽에 대처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원 구성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재정 절벽 해결 노력이 벽에 부딪칠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은 재정 절벽 문제와 관련해 완전히 상반된 방침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측은 기업들에 대한 감세안을 철회하고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늘려 재정지출 축소 없이 재정 적자를 해소할 방침이다. 반면 공화당은 현 정부 들어 새로 만들어진 사회보장 정책을 대폭 축소하는 한편 부유층 감세를 영구화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최근까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하원에서는 공화당의 승리가 확실시된다. 반면 민주당은 상원에서의 우위를 지키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새로 뽑는 33석 중 23석이 기존 민주당 몫인데 이 중 일부가 공화당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게 된 상황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백악관과 의회가 정면충돌할 수 있다.

양쪽이 서로의 재정 절벽 해결 대책을 밀어붙이면서 의회의 사회보장 정책 축소에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맞설 수 있는 것이다.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민주당이 상원에서 승리한다면 새로운 정부의 사회보장 정책 축소안 통과를 저지하면서 시간을 끌 수 있다.


<YONHAP PHOTO-0735> U.S. President Barack Obama receives a standing ovation as he addresses a Joint Session of Congress inside the chamber of the House of Representatives on Capitol Hill in Washington September 8, 2011. Obama proposed a $447 billion jobs package on Thursday to help boost the U.S. economy, challenging Congress to pass legislation made up largely of tax cuts for workers and businesses. REUTERS/Larry Downing (UNITED STATES - Tags: POLITICS BUSINESS EMPLOYMENT)/2011-09-09 08:50:00/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정치 실패로 내년 초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

선거를 치른 후 재정 절벽 해결을 위해 남아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선거가 끝나고 의회가 열리는 11월 13일부터 12월 14일까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양당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마지막 시한이다. 내년부터 시작될 예정인 예산 자동 삭감을 여기서 미루지 못하면 미국 경제는 당장 내년 초부터 침체될 수 있다.

문제는 오바마 행정부를 거치며 벌어진 민주·공화 양당 시각차가 대선을 통해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바마는 지난 10월 언론 인터뷰에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 정파적 방침을 잠시 접어두던 정치적 협력 기능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롬니 역시 정파적 이견을 조율하는데 그렇게 능숙한 인물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가 주지사로 재직한 매사추세츠 주의 민주당 당원들은 롬니가 상대당에 냉정하고 거리를 두는 인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양당이 어떻게든 합의를 이끌어 낼 것으로 보는 시각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최소한 예산 자동 삭감만이라도 미루지 않으면 내년부터 미국과 세계경제에 미칠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노경목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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