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기업 복지 혜택, 청소해 주고 저녁 배달까지 ‘와우’

직원들이 보다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2011년 어느 날 필 리빈 에버노트 최고경영자(CEO)는 아내에게 이렇게 물었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데 집 청소를 해주는 것은 어떨까. 가사 부담을 덜어주면 부부가 더 잘 지낼 수 있고 가정이 화목해지면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회사가 직원들을 배려하고 있다는 메시지도 줄 수 있고….”

리빈 CEO는 아내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 노트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 업체 에버노트는 매월 두 번씩 직원 250명의 집을 무료로 청소해 주는 복지 혜택을 도입했다.

미국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복지 혜택이 진화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스톡옵션 등 금전적 보상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 정신적인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추세다.

에버노트는 휴가를 가는 직원들에게 1000달러씩 주는 제도도 만들었다. 단 친정이나 시댁이 아니라 재충전을 위한 여행을 가는 조건이다. 리빈 CEO는 “직원들의 마음 상태는 생산성과 직결된다”며 “행복한 직원들이 좋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원의 부모를 지원하는 기업도 있다.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는 직원 부모 및 조부모에게 영양사의 컨설팅과 개인 트레이너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양 의무를 회사가 분담하는 셈이다. 딜로이트는 또 불임과 불화 등 가정 문제를 상담해 주기도 한다. 딜로이트 측은 “가사 부담을 덜어주고 가정의 평화를 도모하는 이 같은 복지 혜택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과 가족들에 대한 무료 식사 제공, 출산 장려금 지원 등도 확산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업체 페이스북 직원들은 야근을 하면 사내 식당에 가족을 초청해 함께 식사할 수 있다.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페이스북 직원들은 또 출산하면 4000달러, 입양하면 5000달러를 받는다. 구글 직원들은 사내에서 식사 및 드라이클리닝, 마사지 서비스를 무료로 받는다. 출산하면 500달러를 지원받는다.

스탠퍼드 의대도 의사들의 집을 무료로 청소해 주고 식사도 배달해 준다. 바이오 업체 제네텍은 집에 가져갈 수 있는 저녁 식사를 제공한다. 또 자녀가 아파 학교를 갈 수 없어 갑자기 보모가 필요할 때 등 비상 상황 발생 시 보모를 구해준다.

과거 미국 기업들은 직원들에 대한 보상으로 스톡옵션 등 금전적인 것에 초점을 뒀다. 이후 구글 등이 사내 무료 식사 등을 제공, 직원 개인이 직장 내에서 누리는 복지 혜택을 늘렸다. 최근에는 이 같은 복지 혜택이 직원 가족으로까지 확대됐다.

가사와 육아 부담 때문에 발생하는 정신적 피로감을 줄여 창의성은 물론 일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데이비드 르윈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경영대학원 교수는 “직원들에 대한 보상으로 금전적인 것보다 시간과 정신적인 평화에 초점을 두는 미국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기업들의 이런 변화가 삶의 질을 중시하는 직원들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이런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점차 비슷한 복지 혜택을 도입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신세대 24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5.2%가 직장 선택의 기준으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선택했다. 한 전문가는 “기업들은 직원 개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맞춤형 인사제도와 가족 친화형 복지제도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그래야만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일의 생산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설리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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