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베스트 PB센터] 트렌드 - 30억 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 ‘집중 공략’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가 고액 자산가들의 인기를 끈 지는 이미 오래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하나둘씩 설립된 각 금융권의 PB센터는 지난 10여 년간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큰 폭으로 성장해 왔다.

은행·증권·보험의 PB센터는 고객의 자산을 불려주는 금융 투자와 관련된 서비스는 물론이고 세무·법률 등의 재테크 전반에 대해 조언해 주는 수준까지 왔다. 요 몇 년 사이에는 미술품 감정, 골프 레슨 등 문화생활을 넘어 자녀의 맞선을 주선해 주는 등 고객의 개인적이고 독특한 ‘입맛’까지도 만족시키는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했다.

그 결과 이제는 PB 조직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해당 금융사의 ‘서비스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실제로 PB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금융권 특히 은행 내부에서는 고액 자산가들을 상대한 경험이 풍부한 ‘PB센터장’ 출신들이 속속 요직을 꿰차고 있다. 부자 고객들을 상대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경험, 풍부한 네트워크가 이들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금융사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누구든 이 같은 ‘환상적 PB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한다. 문제는 그 서비스를 받을 만한 ‘자산’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각 금융권들이 PB 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동안 PB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쌓은 데이터베이스와 발달한 IT 등 각종 노하우가 바탕이 돼 보다 더 많은 고객들에게 PB 서비스와 같거나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PB 출신이 조직 핵심으로 떠올라

신한은행은 보유 자산 3억 원 이상의 PB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한PWM센터’를 개점했다. 신한은행에서 PB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고객은 5억 원 이상의 자산가였다. 일반 영업점 VIP는 자산 1억 원 이상이다.

하지만 PWM센터의 개점을 계기로 기존 1억 원과 5억 원 이상으로 양분된 자산 관리 시장에서 3억 원 이상의 ‘중간 자산가’들에게 PB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PWM센터는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와 공동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즉 보다 공격적이고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길 원하는 이 계층의 니즈에 적극적으로 다가가겠다는 것이다.

또 씨티은행은 보다 파격적으로 PB 고객 기준을 은행 예치 자산 2000만 원 이상 고객으로 정했다. 기존의 PB 영업의 문호를 낮춰 국내 1100만 명에 이르는 ‘신흥 부유층’을 새로운 타깃으로 삼은 것. 기존 씨티은행의 PB 기준은 1억 원(씨티골드) 및 10억 원(씨티프라이빗)이었다. 물론 이들 고객 모두에게 전통적 PB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긴 힘들다.

하지만 씨티은행은 전담 PB를 둬서 자산 관리 서비스를 하고 온라인·모바일 수수료를 평생 면제하며 필요할 때마다 즉각 금융 상담을 해주는 ‘실시간 채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해외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 면제, 긴급 현금 서비스, 해외 체류를 위한 계좌 개설 지원 등 글로벌 서비스도 선보인다.

금융권은 이처럼 PB 서비스의 문턱을 낮춤과 동시에 기존 PB 서비스에 비해 한 단계 더 높은 등급의 고액 자산가에게는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원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30억 원 이상의 초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이 내부적으로 정한 PB 고객 분류 기준은 5억 원 이상이다. 이들은 그간 ‘골드앤와이즈’ 브랜드를 통해 PB 서비스를 받아 왔다.

KB국민은행은 이와 별도로 예탁금 30억 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지난해 말부터 명동과 강남 등지에 대형 ‘스타PB센터’를 개점해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소수 고객 특화 사모 및 헤지 펀드를 맞춤 설계해 준다.

또 고객의 증권 투자 수요에 부합하기 위해 KB투자증권 직원이 상주하는 증권BIB(Branch In Branch) 점포를 센터 내부에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고액 자산가를 위해 영어·일본어에 능통한 외국인 전담 PB를 배치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자산 1억 원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VIP클럽, 5억 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골드클럽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10억 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고객을 위해 2004년부터 WM센터 3곳을 운영 중이다.

그간 은행에 비해 PB 영업에 다소 소극적이던 증권사들이 최근 초고액 자산가를 중심의 PB센터를 속속 여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다. 기존의 수수료에 의존하는 수익 구조에서는 별다른 비전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액 자산가가 많기로 유명한 삼성증권은 VVIP 점포인 삼성앤드인베스트먼트(SNI)센터를 7곳 두고 있다. 여기서 관리하는 자산은 현재 8조 원이 넘는다. 미래에셋증권은 그랜드인터컨티넨탈·강남파이낸스·센터원 등 3곳의 VIP센터에서 기존의 자산 관리 서비스에 기업 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결합한 ‘오피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투자증권·KDB대우증권 등도 10억 원 이상의 고액 자산가들을 위한 ‘V 프리빌리지’와 ‘PB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전문가그룹 전면에…자산별 세분화 전략도

고객의 세분화와 함께 금융권 PB 업계의 대표적 트렌드 중 하나는 ‘시스템화’다. 기존의 PB센터는 PB 개인의 능력이 중요했다. PB는 말 그대로 자산가를 밀착 마크하며 재테크의 영역이건 사생활이건 간에 홀로 모든 것을 척척 해내는 ‘슈퍼맨’이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는 PB는 경험 있고 노련한 소수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PB 개인의 경쟁력 향상은 물론이고 이들을 서포트할 수 있는 변호사·세무사·부동산 전문가 등 ‘전문가 조직’을 꾸리는 게 화두다.

신한금융그룹은 은행과 증권의 협업을 기반으로 한 매트릭스 조직인 IPS(Investment Products & Services) 조직을 갖춰 놓고 있다. 20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IPS 조직은 은행과 증권을 아우르는 다양한 상품을 PB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상품·리서치·세무·부동산·가업승계 분야의 전문가 자문 서비스를 서포트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트로이카 PB 전담팀’도 운영한다. 자산 관리 지원 전담팀은 솔루션 파트너, 은행 PB, 증권 PB 3인으로 구성된 팀으로 고객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고액 자산가 1명을 위해 세무사와 부동산 컨설턴트, 기업 컨설턴트, PB 등 4명의 전문가가 팀을 이뤄 ‘주문 제작형’ 서비스로 고액 자산가를 서비스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PB 역할을 하는 FP와 별도로 전문가 그룹이 있다. 전문가 그룹은 세무 전문가 5명, 투자 전문가 2명, 부동산 전문가 2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돼 각 분야의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고객 상담 및 FP 지원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증권사에서는 애널리스트들이 고액 자산가 영업에 투입되기도 한다. 애널리스트들은 전통적으로 자산운용사나 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을 위해 서비스해 왔다. 개인 고객을 위한 서비스는 주로 지점 설명회였다.

하지만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애널리스트와 만나 직접 일대일 상담을 받는 게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 같은 서비스를 하고 있는 증권사도 늘어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총책임자인 리서치센터장이 개인 상담에 나서는 곳도 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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