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새 정부 출범은 투자 기회인가, ‘민영화’와 ‘내수 살리기’…새 정책 키워드

10년 만에 중국의 정권 교체가 시작된다. 2012년 11월 8일 중국의 18기 당대회를 통해 향후 중국을 10년간 이끌어갈 새 지도부가 선출된다. 이미 시진핑과 리커창이라는 1, 2인자는 확정돼 있는 상태이지만 시진핑 총서기 내정자를 포함해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라는 집단 지도 체제를 통해 새로운 10년의 중국이 시작된다. 새 정부의 성격을 알아야 10년의 중국이 보이고 투자의 길이 보이지 않을까.

현재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크게 3개 계파로 구성돼 있다. 이번 당대회에서 1992년 장쩌민 집권 이후 최대 계파를 유지해 온 상하이방에서 신진 세력인 태자당과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당)파로 권력 중심이 본격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현 후진타오 정부의 정치국 상무위원 수를 보면 전체 9명 중 상하이방 4명, 공청단 3명, 태자당 2명이었으며 태자당 상무위원들도 막후에 장쩌민 전 서기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고 보면 최대 계보는 여전히 상하이방이었다. 이들이 실제로 국영기업 중심의 개혁 개방을 진행해 온 현재 중국의 최대 기득권층이라고 볼 수 있다.

11월 8일부터 시작되는 이번 당대회를 통해 중국 정치권은 정치국 상무위원 수를 7명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지고, 이 중 시진핑 국가부주석, 리커창 부총리, 리위안차오 당조직부장, 왕치산 부총리, 장더장 부총리 등 이미 5명은 잠정적으로 확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태자당과 공청단으로 권력 이동

분명한 것은 중심 세력이 최대 기득권 세력인 상하이방에서 젊은 관료 세력인 태자당과 공청단파로 넘어간다는 사실이다. 수출 국영기업의 성장을 이끌어 온 것이 상하이방이라고 하면 이제 새 정권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갈 것이다.

새 정권은 기존의 12·5 규획의 큰 틀을 깨지는 않겠지만 10년이라는 긴 집권기를 통해 그들만의 색깔을 분명히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중국은 빈부 격차, 도농 격차, 농민공 문제, 내수 확대, 산업구조 고도화 등 고도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해결해야 할 여러 숙제로 새로운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새 정부는 지역적으로는 기존의 동부 중심 성장에서 ‘중서부의 성장 확대’로 또 국영기업이라는 기득권층 이외에 새로운 ‘민영기업’, 또 수출보다 ‘내수 시장’이라는 경제 주체의 형성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예를 들면 중서부 중심의 중국 제2 도시화와 민영화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실제로 차기 정부의 경제를 총괄할 것으로 예상되는 리커창 부총리는 주유소 사업까지 민영화한다는 전반적인 유통 개혁 시스템을 언급하는 등 비효율성을 제거하겠다며 시장화를 주도하고 있다. 또 자본시장 등 금융시장 개방도 다음 정부에서 본격화할 전망이다.

자본시장은 좀 더 효율적인 시장화를 통해 고도성장기를 통해 새로이 나타난 신흥 부자들의 돈을 제도권으로, 시장 안으로 흡수하고 글로벌화하고 개방해 민영기업들의 자금 조달 체계를 갖추는 등 세계 최대 제조업이라는 실물경제의 성장에 걸맞은 금융시장 발전을 꾀할 계획이다. 위안화의 국제화 등 장기적인 자본시장 개방안 역시 점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중국 정부가 내놓고 있는 경기 부양책의 핵심은 인프라 구축이다. 약 7년에 걸쳐 약 1조 위안(약 180조 원)의 인프라 구축을 통해 향후 중국의 도시화 방향을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즉 단순한 경기 부양책이라기보다 중국 경제의 지역적 구조조정의 큰 틀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인프라 구축의 큰 틀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내륙의 열십자(十) 개발을 통해 중국 지도의 3종 2횡의 완성, 즉 서부 축을 개발해 중서부 도시를 육성할 계획이다. 또 한 가지 축은 중국 변방의 거점 개발이다. 이를 통한 농민공(농촌 출신의 도시 노동자)을 자체 성안으로 흡수해 2차 도시화를 완성하고 지역 격차를 축소하겠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청두와 충칭에서 우한과 허페이로 연결되는 가로축과 허난과 우한 그리고 창사를 연결하는 세로축으로 연결하는 열십자축으로 중국 내부, 즉 중서부를 집중 개발하고 2차로 변방 성들의 거점 도시를 주변 아세안 국가들과의 교역 확대의 기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또 다른 예는 아세안 국가들과 변방 개발이다.

자원이 풍부한 내몽골의 도시 개발, 대만과 인접한 샤먼 개발, 남쪽으로는 쿤밍을 중심으로 한 베트남·라오스·미얀마 지역과의 교역 확대, 신장 지역을 개발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교역 확대, 또 둥베이 3성의 북한 접경 개발 등 주변 아세안 지역과의 경제 교류 확대를 통한 지방 경제의 성장 확대다. 이를 통해 빈부 격차를 해소하고 실질적인 도시화 수준을 70%까지 끌어올리려는 차기 정부의 질적인 발전을 위한 밑그림이다.



금융시장 개방 속도 빨라질 것

투자의 중심이 서부로 바뀐다면 향후 10년간 중국 경제성장의 중심은 수출 위주에서 내수 위주로 전환될 것이다. 이것은 중국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일 수도 있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71.2%를 차지한다.

정부 지출을 제외한다면 무려 85% 가까이 소비 비중은 올라간다. 반면 중국은 2011년 기준으로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4.9%에 불과하다. 미국과 비교할 때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결국 중국의 임금이 상승하고 도시화가 추가로 진행되는 등 내수 시장의 구매력이 커지는 구조로 간다면 시기적으로나, 구조적으로나 자연스럽게 내수 확대가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시기적으로 신정부 출범과 함께 내수 소비에 대한 중국 정부 정책의 강화가 예상된다. 이미 공청단파가 주도하는 감세 정책이 시작되고 있고 기업들로 하여금 인건비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 여러 가지 방향으로 국유재산을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내수 소비가 진작되고 있다.

세제 측면에서도 부가가치세에 해당되는 증치세와 영업세가 줄어들어 간접적으로 소득 증가 효과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교육·양로 등 사회보장의 혜택을 확대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 저축률을 낮추고 소비성향을 높이는 쪽으로 정책을 유도하고 있다. 또 내년 이후 내수 소비와 관련이 깊은 부동산 억제 정책도 중서부를 중심으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내년 이후 전반적인 중국의 소비 시장 확대는 한국 경제와 한국 소비재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한국 기업들에 중국의 소비 시장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휴대전화에서부터 ‘한류’의 엔터테인먼트, 호텔·카지노 기업까지 대부분의 소비재 기업들에 중국인들의 지갑은 이미 가장 큰손이다.

한국 기업 중에도 초코파이(오리온)에서부터 이랜드·갤럭시(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좋은 브랜드를 가진 기업들이 많다. 이 중 단기적으로는 경기에 덜 민감한 소비재인 인터넷·게임·제약·음식료·엔터테인먼트 업종이 유망하고 장기적으로는 내년 이후 경기 회복과 함께 자동차와 가전 등의 산업까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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