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슈퍼리치 밀착 리포트]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PB센터 부센터장 “슈퍼리치들은 확신이 들 때만 투자하죠”

‘한국의 슈퍼리치(리더스북)’의 저자인 신동일 씨는 20년 이상 KB국민은행에서 퇴직연금과 프라이빗뱅킹(PB)을 담당해 온 전문 금융인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PB센터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압구정에서 6년 이상 PB 팀장으로 일하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과로 자타 공인 베스트 PB가 됐지만 그보다 더 큰 소득은 따로 있다.
수백, 수천억 원대의 자산을 보유한 슈퍼리치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돈 주고도 사지 못할 정보들을 체득한 것.

그는 “PB센터에 오기 전에는 은행원인 나조차 슈퍼리치는 아예 다른 부류의 사람일 것이라는 오해를 했었다”며 “그들의 사소한 습관부터 투자 패턴, 라이프스타일 등을 옆에서 보고 듣고 겪어보니 시간이 걸릴 뿐 나도 슈퍼리치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통계적으로 보면 한국의 슈퍼리치는 매년 증가세인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 배경이 뭘까요.

예전에는 10억 원 정도가 슈퍼리치의 기준이었지만 요즘 시대엔 통상적으로 부동산을 포함해 100억 원대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부자들을 말합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슈퍼리치 수가 14만 명이 넘는데 전년 대비 상당히 증가했죠.

경제는 어려워지는데 부익부 빈익빈은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에도 이러한 양극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 역시 샐러리맨의 한계를 극복하고 부자가 되고 싶어 PB가 됐고 맨손으로 시작해 100억 원대 부자가 된 슈퍼리치들을 보면서 희망을 발견했으니까요.

‘샐러리맨은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일반적인 견해가 사실상 현실 아닌가요.

샐러리맨으로 10~15년을 살다가 100억 원대 슈퍼리치가 된 분들도 하나같이 ‘샐러리맨은 답이 없다’고 말합니다. 종잣돈을 모으고 사업 아이템을 찾는 단계인 거죠. 실제로 슈퍼리치 중에는 대부분 직장 생활 중 현업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은 사람이 많아요. 시장에 대해 장악하고 있고 네트워크 구축이 잘돼 있다면 기반을 잡기가 쉽죠.

결국 창업이 ‘답’인 셈인데, 사실 창업 환경도 예전 같진 않잖아요.

물론 이미 슈퍼리치가 된 분들이 창업하고 성공을 일구던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은 어려움이 많아요. 하지만 확률이 낮아졌다고 가능성이 없어진 것은 아니죠. 안 된다는 마음으로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게 진짜 실패 아닐까요.

부동산 사업으로 슈퍼리치가 된 어떤 분은 신혼 시절 주말마다 부동산 중개소에 가서 커피를 타주며 하루 종일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요. 그중엔 급매물 같은 고급 정보도 있었고, 또 친분을 쌓은 공인중개사가 좋은 정보를 일부러 연락해 알려주기도 했던 거죠.

요즘 사람들은 너무 쉽게 성공을 꿈꾸는 경향이 있어요. 인터넷만 찾으면 답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건 없어요. 가령 요즘 경매로 돈 벌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좀 복잡해 보이고 남들이 기피하는 물건을 파고들면 분명 기회 요소가 있어요. 시대가 달라졌지만 노력한 만큼 주어진다는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돈 되는 정보’가 중요하다는 얘기네요.

맞습니다. 요즘엔 정보가 널려 있으니 그런 면에선 오히려 환경이 더 좋아졌죠. 물론 그만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옥석을 가릴 줄 알아야겠지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무료로 뉴스들을 많이 보는데 사실 제일 좋은 것은 신문을 읽는 겁니다.

경제 관련 뉴스나 관련 방송 프로그램들도 좋은 정보원이죠. 슈퍼리치들은 공중파 방송은 보지 않아도 경제 방송은 빼놓지 않고 챙겨 봅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라고 할지라도 한 번 더 리뷰하고 캐치하는 거죠. 자산 규모가 클수록 투자에서 손실이 나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는데, 그만큼 자기만의 투자 노하우와 원칙이 있어서 PB가 아무리 권해도 선별해 투자하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슈퍼리치들의 투자 원칙은 뭔가요.

원칙은 확신이 들었을 때 투자한다는 거죠. 초고액 슈퍼리치로 갈수록 투자와 관련해 두텁고 핵심적인 전문가 집단을 두고 있어요. 보험 하나를 들더라도 전문가 2~3명이 일치했을 때야 액션을 취해요.

수입 브랜드 사장인 어떤 슈퍼리치는 ‘내가 그런 네트워크를 좀 더 일찍 구축했더라면 성공이 빨라졌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돈 많은 자산가 주변에 전문가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일반 고객이 전문가의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약간의 비용이 들더라도 세무 상담을 받는다거나 상품을 선택할 때 최소 2군데 이상의 금융회사 담당자에게 상담을 받는 등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투자할 때 3-3-4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슈퍼리치들의 특징입니다. 우리나라 슈퍼리치들의 자산 구조는 부동산이 70%로 높은데, 나머지 30%를 절세 상품에 30, 정기예금 등에 30, 투자 자산에 40으로 운용하는 거죠. 즉 안전 자산과 투자 자산을 항상 6 대 4로 하는 겁니다. 일반인들은 종잣돈이 없을수록 한방을 꿈꾸는데 그러면 리스크가 커요.

투자 습관 외 다른 공통점은 뭐가 있나요.

일반인과 슈퍼리치의 가장 큰 차이는 수입원 다변화 습관이에요. 샐러리맨은 수입이 월급 통장 하나지만 슈퍼리치들은 끊임없이 다른 수입원을 모색하죠. 부자 마인드도 차이점이에요. 슈퍼리치들은 맨손이었을 때부터 부자가 되겠다는 강한 열망과 생각을 갖고 있었죠.

시간을 활용하는 법도 남달라요. 아침에는 단 5분, 10분이라도 수첩이나 메모지에 ‘오늘의 할 일’을 두세 개 적고 시간 낭비, 동선 낭비가 없도록 스케줄을 짜는 겁니다. 남들과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죠. 지출 통제 습관, 돈 관리 습관은 무서울 정도로 체질화돼 있어요.

올해 그렇게 더웠는데도 어떤 1000억 원대 슈퍼리치인 회장님은 선풍기 하나 틀어놓고 생활한다고 해 놀랐습니다. 뭘 그렇게까지 하느냐 싶기도 하지만 그런 분들은 습관의 중요성을 알고 있어요. 사소한 습관이 무너지면 안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거죠. 하지만 아낄 땐 아껴도 쓸 땐 또 통 크게 쓰기도 해요. 사업 기회가 왔을 때는 과감하게 지르기도 하고 남모르게 기부하는 분들도 요즘엔 많죠.

슈퍼리치라고 해서 다 같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자수성가형과 상속형은 성향이 좀 다르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사실 슈퍼리치 중 60%는 유산상속형이나 땅 부자들이 많아요. 지금까지 얘기한 슈퍼리치들의 특징은 자수성가형 부자들, 1세대 부자들 얘기고 소위 부모 잘 만나 유산상속으로 슈퍼리치가 된 이는 사실 겸손하지 못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사업을 잘 이끌어보겠다는 마인드보다 가진 돈으로 편하게 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요. 씀씀이도 좀 다르죠. 1세대 슈퍼리치들은 고생고생해 돈을 모은 만큼 근검절약이 몸에 배었지만 2세대 상속형 슈퍼리치들은 자신을 보여주기 위한 ‘과시용’ 아이템에 아낌없이 쓰기도 해요. 하지만 교육이 철저히 잘돼 있는 2세대들도 많아요.

샐러리맨들이 슈퍼리치에 한 걸음 가까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걸음이 중요합니다. 하루 커피 3잔을 두 잔으로 줄이는 등 실천하는 절약이 필요하죠.

두 번째는 지출 습관이에요. 지출 습관을 잡지 못하면 절대 슈퍼리치가 될 수 없어요. 용돈 계좌를 따로 만들고 급여일 다음날 일정 금액을 그 계좌로 이체한 후 한도 내에서 쓰는 노력을 해보세요.

세 번째는 투자처 발굴입니다. 단돈 얼마라도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해요.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해서 인센티브를 받는 것도 일종의 추가 수입이죠. 목표를 정하고 종잣돈을 마련해 원룸 월세를 받을 수도 있고요. 여건이 허락하면 투 잡도 좋죠.

자,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머릿속으로만 하지 말고 구체적인 목적과 방법, 시한 등 꿈 노트를 적어 매일 체크해 보세요. 하나 더 이 모든 것을 혼자 해서는 안 됩니다. 가족과 함께 목표를 공유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한번뿐인 인생을 폼 나게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일반인들은 일회성에 만족하며 ‘폼 난다’고 생각하지만 슈퍼리치가 된 분들은 미래의 모습을 그리며 진짜 만족감을 느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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