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스피치]마음속으로부터 ‘예스’를 받아내는 비책, 역지사지(易地思之) 전략을 활용하라

지난 9월 중소기업의 김모 사장은 고민에 빠진 적이 있다. 바로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중요한 고객에게 선물을 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불황에다 자금난까지 겹쳐 어찌할지 모르고 있었다. 게다가 고객은 워낙 높은 자리에 있어 저렴한 선물을 할 수도 없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아내가 이유를 캐물었고 며칠 뒤 아내는 남편에게 보자기를 하나 내밀었다. 거기에는 아내가 직접 담근 몇 가지 김치와 간장게장이 들어 있었다. “그분 기러기 아빠라며? 아내의 손맛이 그리울 것 같아 내가 맛있게 담가 봤어” 라는 말에 김 사장은 고객에게 그 선물을 건넸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다른 사람이 보낸 한우 갈비세트와 굴비를 제치고 김 사장의 선물이 고객에게 가장 특별한 의미를 줬고 도움을 받으려던 일도 잘 풀렸다.

‘상대방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의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은 맹자가 남을 먼저 생각하는 하우와 후직, 안회의 생활 방식을 칭찬해 사람들에게 본받도록 한데서 유래한 말이다. 역시사지는 관용과 너그러움의 뜻으로 쓰이지만 김 사장에게는 상대의 상황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점이 오히려 자신에게 더 큰 긍정의 결과를 가져다준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배려의 태도가 오히려 자신의 비즈니스에 중요한 전략으로 사용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역지사지는 자기 자신을 위한 비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협상에서도 종종 역지사지는 중요한 돌파구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서로 갈등하거나 다른 기준을 놓고 의견이 엇갈릴 때 “상대방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지금 저 사람은 어떤 것들이 고민일까?”를 헤아리는 태도를 가지면 그것에서 오히려 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은 원래 고민하던 것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상호 합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연봉을 협상하는데 후보자의 능력에 비해 우리 회사의 기준 급여가 낮게 책정돼 입사 가능성이 적다고 하자.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를 들여다보면 또 다른 대안이 나온다.

그가 외국에서 공부하고 와서 아직 일정한 거처가 없다면 회사의 기숙사를 제공하는 방법도 있고 결혼을 앞둔 직원이라면 회사의 가전제품을 파격적인 가격에 구입하도록 도와줄 수도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돈 이외의 것에 관심이 더 많을 수도 있기 때문에 먼저 상대방의 처지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잘 생각해 보면 된다. 이런 것들이 가능하려면 상대의 상황을 먼저 알아보고 가늠해 보는 관심과 배려가 몸에 배어야 한다.

종종 리더들이 대화를 하면서 실수하는 것은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고 결론만 제시하거나 혹은 제안을 수락할 것인지 말 것인지 OX 문제로 나눌 때가 있는데, 이는 충분히 좋은 대안들을 놓치는 셈이다.

상대가 수락하지 않을 때에도 왜냐고 묻기보다 괘씸해하거나 그저 독단적으로 강요함으로써 일시적인 순응을 받아낼 때도 있다. 겉으로 보이는 ‘예스(yes)’를 얻어낼 것이 아니라 마음속으로부터 ‘예스’를 받아내려면 상대방이 놓인 상황과 처지를 먼저 고려하라. 그리고 그것을 함께 이야기 나눌 단서를 제공하라. 그 안에 더 좋은 정답이 있다.

역지사지의 태도가 부족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사과 한마디만 하면 풀릴 일을 그대로 방치해 직원의 가슴속에 응어리를 만들어 퇴사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업무 지시를 받고 자신이 없어 못한다고 대답한 부하를 이기적인 사람으로 단정 지어 평판이 나쁜 직원으로 만드는 일도 발생한다. 그저 어깨 한번 두드리며 할 수 있다고 격려하면 될 일을 자신의 원칙만 생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더 이상 역지사지는 착하게 살라는 말이 아니다. 전략적으로 살라는 뜻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라.



안미헌 한국비즈트레이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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