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한화그룹 인수 10년’이름 바꾼 한화생명, 우량 금융사 변신…‘ 글로벌’로 높이 난다

지난 10월 대한생명이 한화생명으로 사명이 변경됐다.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한 지 10년 만이다. 10년은 강산이 한 번 바뀌는 시간이다. 한화생명도 환골탈태했다. 부실 금융사에서 우량 금융사로 거듭났다. 이제는 글로벌 금융사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10년 안에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다. 인수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경영 정상화 과정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의 한화생명이 더 대단해 보이고 미래가 더 기대되는 것이다. ‘부실 금융사’라는 딱지를 떼고 한화그룹 인수 후 ‘글로벌 보험사’로 거듭나고 있는 한화생명의 10년 스토리를 담았다.


현대 기업의 역사를 ‘인수·합병(M&A)의 역사’로 봐도 큰 탈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기업들의 M&A가 수도 없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도 M&A를 통해 삼성그룹 품에 안기며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고 외환위기 시절 비틀대던 기아자동차도 현대자동차그룹에 넘어가며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로 거듭났다.

물론 수많은 기업들이 M&A로 흥한 반면 적지 않은 기업들이 무리한 M&A로 쓰려지기도 했다. 인수되는 회사가 누구를 주인으로 만나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대한생명은 운이 좋았다. 한화그룹에 인수되면서 새 날개를 달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패는 숫자가 말해준다. 한화그룹 인수 뒤 대한생명의 성장은 괄목할만하다. 2002년 매각 주간사인 메릴린치가 평가한 대한생명의 가치는 1조6150억 원.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10년 3월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는데, 이때 시가총액 규모는 7조6865억 원이었다.

2002년에 비해 5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대한생명은 2006년 국내에서 두 번째로 연간 수입 보험료 10조 원을 돌파했다. 한화 인수 당시 2조2906억 원에 달했던 누적 결손금도 2008년 4월 모두 털어냈다.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 비율)도 인수 당시 95.6%에 불과했으나 2012년 3월 말 기준 224. 3%로 껑충 뛰었다.

인수 당시 29조 원에 지나지 않았던 총자산도 지난 6월 70조 원을 넘어섰다. 2011 회계연도 경영 실적을 보더라도 잘나가는 한화생명을 확인할 수 있다. 2011 회계연도 수입 보험료는 전년도보다 7346억 원 증가한 11조8322억 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도 5216억 원으로 전년 대비 878억 원 늘어났다.

영업의 효율 지표인 유지율과 설계사 정착률은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2년 3월 기준 13회 차 유지율은 85.0%, 25회 차 유지율은 61.7%를 기록한 데 이어 설계사들의 1년 정착률 또한 52.8%로 안정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난 까닭은?

한화생명은 인수 10년간 외형뿐만 아니라 내실도 탄탄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실이야말로 외형을 키우는 어머니나 다름없다. 내실의 힘은 건전한 비전, 탄탄한 조직력, 고객 신뢰 등에서 비롯된다. 이 중 고객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화생명 고객 서비스에 대한 호평은 그래서 의미 깊다. 한화생명은 지난 6월 한국표준협회(KSA)가 주관하는 ‘2012 한국 서비스 대상’에서 생명보험 부문 종합 대상을 3년 연속 수상했다. 한국능률협회(KMAC)에서 주관한 한국 산업의 서비스 품질 지수(KSQI) 조사에서는 콜센터 부문에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이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선정하는 고객 중심 경영(CCM) 우수 기업으로 3년 연속 선정돼 고객의 불만 사항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하는 기업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한 대외 기관의 인증도 받았다. 개인정보보호협회가 주관하는 우수 사이트로 한화생명 홈페이지가 5년 연속 인증 받아 고객 개인 정보 보호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부실 회사를 내실 있고 고객 신뢰가 넘치는 회사로 만드는 비결은 첫번째로 리더십이 자리 잡혀야 한다. 한화생명의 성공 요인은 여러 가지지만 무엇보다 김승연 회장의 리더십을 높이 사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인수 직후 대표이사로 등재하며 월급을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년간 무보수로 근무하면서 영업 현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일례로 인수 다음 해인 2003년 5월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한화생명 연도대상 시상식에서 김 회장은 이례적으로 와이셔츠 차림으로 단상에 올라 애창곡인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를 열창하며 소탈하고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날 오후 2시부터 밤 9시까지 공식 행사를 마친 뒤에는 전국 각지로 떠나는 6000여 명의 FP들에게 일일이 작별 인사를 나누며 감동을 선사했다.

영업과 서비스 혁신으로 기업의 체질을 바꾼 것도 내실을 다지는 원동력이었다. 2007년 9월 한화생명이 생보 업계 최초로 도입한 ‘찾아가는 서비스’가 좋은 예다. ‘고객이 있는 곳이 곧 고객센터’라는 역발상으로 시작한 이 서비스는 현재까지 36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한화생명의 대표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또 불의의 사고를 당한 고객들이 신속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보험금 지급 프로세스 전반을 심사센터로 집중해 정확하고 일원화된 보험금 지급이 가능해졌다. 상생 경영의 일환인 ‘우행터(우리들의 행복한 일터 만들기)’도 차별화된 서비스 중 하나다.

한화생명의 고객 만족(CS) 강사가 기업체나 공공 기관 등 고객사를 직접 방문해 CS 마인드나 행복 일터를 위한 노하우 등을 전파하고 있다. 2008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뒤 현재까지 544개 고객사 2만5000여 명이 교육을 수료할 만큼 그 인기가 높다.



제2의 도약 가능할까?

한화생명은 이번 사명 변경으로 제2의 도약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톱 인(Top In) 2020’이라는 중·장기 비전을 수립하고 향후 10년간의 전략을 단계별로 실행 중이다. 2013년까지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기(Run-Up)로 영업 체력을 강화하고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2015년까지는 선도사와의 격차를 줄이는 단계(Jump-Up), 2020년에는 본격적인 선두 경쟁을 위한 단계(Fly-Up)라는 전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FP를 통한 모집채널을 전국 7개 지역본부에서 10개 지역본부로 확대한 바 있다. 또 연금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와 VIP 고객 확보를 위해 은퇴 시장에 대한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은퇴연구소를 지난 4월 출범시켰다.

박사 1명, 석사 3명을 포함한 연구 인력 6명과 사내 마케팅 지원 인력 등 10여 명이 활동 중인 은퇴연구소는 앞으로도 사내·외 우수 인력을 지속적으로 충원해 나갈 예정이다. 고객이 한화생명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차세대 컨설팅 인프라도 구축했다. 올해 5월 론칭한 재무 설계 브랜드 ‘콕콕 라이프(Life)’는 어렵게만 느껴진 재무 설계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서비스다.

유럽 위기로 촉발된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한화생명 출범을 계기로 영업 체력 강화에 나섰다. 영업 체질 개선 전략인 NSP(New Stimulation Program) 운영이 그 첫 단계다. 영업 조직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맞춤 육성 프로그램인 NSP를 통해 지금까지 관행처럼 가져왔던 생각과 일하는 방식을 개선해 영업 문화 혁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FP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보험 설계사’가 아닌 ‘금융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육성하는 로드맵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고객 니즈가 다양화함에 따라 채널별 상품 포지션 전략도 구상 중이다. 대면 FP 모집 채널은 ‘콕콕 라이프’를 활용한 보장과 연금 위주의 생애 재무 설계, 방카슈랑스는 경쟁력 있는 저축 상품, TCM 채널은 중저가 상품을 특화해 고객이 폭넓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사명 변경 후 퇴직연금 시장에 회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퇴직연금 시장은 2008년 이후 연평균 97%씩 성장할 정도로 유망한 시장이다. 향후에도 연평균 20% 내외의 성장을 지속해 2015년 100조 원, 2020년 200조 원으로 전망된다.

한화생명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퇴직연금 적립금 1조9700억 원을 달성해 2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보험·증권업계가 은행권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낸 결과로 퇴직연금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최근 퇴직연금 시장의 과열된 금리 경쟁에 휩쓸리지 않고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 재원 마련이라는 취지에 맞도록 고객 중심의 맞춤 컨설팅, 선진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자산 운용, 한국형 퇴직연금 시스템 등 고객 서비스 인프라 구축에 노력을 기울인 결실이다.

한화생명은 상반기에 이미 250여 명의 퇴직연금 전문 FP를 육성했고 올 연말까지 100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그동안 대기업 중심의 퇴직연금 시장 공략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한화생명은 2015년 퇴직연금 적립금 5조 원을 달성하고 2020년 적립금 10조 원을 돌파한다는 비전을 세웠다.

한화생명은 사명 변경을 계기로 글로벌 종합 금융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한화생명은 10년 안에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 회장은 지난해 6월, 10월 말에 연이어 베트남을 방문해 호앙쭝하이 경제부총리와 만나 생명보험 진출 등의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이제는 글로벌이다

한화생명은 2009년 4월 국내 생명보험사로는 최초로 베트남 보험 시장에 진출한 금융사다. 국내 생명보험사가 단독으로 지분 100%를 출자해 해외 보험 영업을 위한 현지법인을 설립한 첫 사례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한화생명은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생명 베트남 현지법인의 납입자본금은 6000만 달러다. 신계약 실적은 2009년 308억 동(VDN)에서 2011년 837억 동으로 271.7% 대폭 늘어났다. 점포 수도 2009년 5개에서 2011년에는 호찌민·하노이·냐짱·껀터·깜란 등 18개로 늘었다.

450명에 불과했던 설계사 수도 5000여 명으로 늘어나며 견실한 보험사의 틀을 갖추게 됐다. 베트남 현지법인은 올해까지 대도시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 중심으로 지점 수를 약 30개로 확대하는 등 전국적인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15년까지 설계사 수를 1만 명까지 늘리는 한편 신규 계약 시장점유율 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영업 네트워크 확장 이외에도 베트남 법인은 현지 실정에 맞는 상품 개발과 고객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2010년 12월 베트남 계획투자부 등이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에 수여하는 ‘골든 드래곤(Golden Dragon) 2010’을 수상했다. 보험업의 특성을 살려 베트남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2009년 영업 시작 이전부터 매달 호찌민과 하노이의 아동 병원을 찾아가 간식을 나눠주고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는 봉사 활동을 올해까지 3년째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다. 지난 10월부터는 임직원을 중심으로 헌혈 봉사를 추가로 벌이고 있다.

베트남은 산업화 이전의 한국처럼 생계형으로 피를 파는 매혈이 아직도 많아 피를 뽑는 일에 대한 거부감이 남아 있다. 그런 분위기에서 한화생명 임직원들이 직접 헌혈 캠페인에 나서자 행사 당일 이를 지켜본 한화생명과 같은 건물을 쓰는 다른 현지 기업 직원 100여 명도 동참하는 등 큰 호응을 끌어냈다.

헌혈 캠페인은 베트남 현지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등 베트남인들에게 한화생명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 밖에 사랑의 집 지어 주기, 장애인 보호 센터 지원 등 다양한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생명이 베트남 생보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법인장과 주재원 2명을 제외하고는 최고영업관리자, 재무관리자 겸 선임계리사, 영업관리자 등 150여 명의 직원은 현지에서 채용한 인력이다. 이들은 베트남 보험 및 금융 환경에 밝을 뿐만 아니라 설계사들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유대감이 강해 조직 경쟁력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10월 말 중국보험감독관리위원회로부터 합작 생보사 설립 인가를 취득하며 중국 진출에도 성공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중국 보험 시장에 외국계 보험사의 진입이 중단된 뒤 처음으로 설립 인가를 취득한 외국계 보험사로 기록됐다.

한화생명은 설립 인가 취득에 따라 곧바로 조직, 인프라 구축 등 법인 설립 작업에 착수했다. 올해 안에 중국 현지에서 보험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한화생명의 중국 측 파트너는 저장성 정부 산하 국영기업인 ‘저장성국제무역그룹’으로 국유자산관리와 무역업을 주력 업종으로 하고 있으며 최근 합작 생보사 설립을 포함해 투자신탁·선물 등 금융업 진출에 적극적인 곳이다.


합작 생보사의 자본금은 5억 위안(약 900억 원)으로 한화생명과 중국 측이 각각 50%씩 투자하게 된다. 합작 생보사의 경영과 보험 영업 부문은 한화생명이 담당한다.

한화생명 합작사는 저장성 항저우에 본사를 두고 진출 초기 저장성을 중심으로 영업 기반을 확보한 후 이른 시일 내 중국 전역으로 영업 지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저장성은 중국 4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고 있으며 중산층이 많아 생명보험 사업에 적합한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수입 보험료 기준 세계 5위의 생명보험 시장으로 매년 20%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그간 베이징·상하이 등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보험 시장이 저장성·장쑤성·산둥성 등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스턴 컨설팅그룹과 중국사회과학원에 따르면 향후 중국의 생명보험 시장은 연평균 15% 이상의 성장을 지속해 2020년 수입 보험료 규모가 미국과 유사한 약 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베트남에 이어 중국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동아시아·동남아 신흥 시장을 거점으로 한 글로벌 보험사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 측은 “신흥 시장 진출을 위해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해외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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