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파이넥스, 탈코크스 공정… 제철 패러다임 바꿔

대한민국 초혁신 기술

한국 기업의 도전으로 철강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새로운 기술이 대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바로 포스코의 파이넥스(Finex) 공법이다.

파이넥스는 값이 싼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석탄을 가공 없이 직접 사용해 쇳물을 생산한다. 고로(용광로)처럼 고품질 점결탄을 코크스로 만드는 별도의 공장 없이 내부 설비만으로 저품위 일반 분탄을 성형탄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탈코크스 공정이다. 그 결과 설비투자비와 오염 물질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는 환경 친화적인 제철 공정이다.

파이넥스 공법은 기존에 높이 100여m의 고로 위쪽에서 철광석과 코크스(유연탄을 고온으로 찐 것)를 집어넣고 아래로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어 쇳물을 녹여내던 고로 공법이나 값이 비싼 원료를 사용해야 하는 코렉스 공법보다 훨씬 효율적인 제선 공법이다.

쉽게 말해 값이 싼 철가루를 석탄으로 끓여 철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예전의 공법들은 철가루(분탄)를 끓이기 쉽도록 덩어리 형태로 만들어야 했고 또 끓는 온도를 맞추기 위해 반드시 석탄을 연탄(코크스)으로 재가공해야만 했다.



기존 설비 투자비 3분의 2 수준이면 돼

파이넥스 공정을 활용하면 원가가 훨씬 적게 든다. 코크스 공정이나 소결 공정과 같은 철광석과 원료탄의 예비 처리 설비가 필요 없어 투자비가 적게 들고 공해 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 세계적으로 풍부하고 값이 싼 지름 8mm 이하의 철광석(분광)과 일반탄을 사용한다.

생산원가 측면에서 보면 가루 형태의 분철광은 덩어리 형태의 괴철광보다 매장량이 풍부하다. 저급 가루 철광석은 세계 철광석 매장량의 80%를 차지한다. 가격 측면에서도 23%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석탄은 코크스를 생산하기 위한 고급 유연탄이 아닌 가격 20% 이상 저렴한 일반탄을 사용한다.

파이넥스 공법은 또 환경 친화적이다. 파이넥스 공정을 상용화하면 예비 처리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물질인 황산화물·질소산화물·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고로 공정보다 현저히 낮아진다. 이는 파이넥스 공정의 유통환원로가 탈황 작용을 하고 용융로에서 순산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1997년 15톤 규모의 파일럿 설비를 가동했다. 2003년에는 60만 톤 규모의 데모 설비를 가동했다. 2007년 150만 톤의 파이넥스 1기 설비를 신규 가동했으며 2013년 파이넥스 2기(연간 200만 톤) 신규 가동을 앞두고 있다.

고로는 생산 규모를 50만 톤에서 200만 톤으로 확대하는데 20년 이상 소요됐지만 파이넥스는 200만 톤으로 확대하는데 불과 10년이 소요됐다. 2013년 가동을 앞둔 파이넥스 설비는 200만 톤 규모인데, 투자비가 1조3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공법을 활용하면 이 정도 금액을 투자했을 때 150만 톤 수준의 설비밖에 만들지 못한다. 앞으로 2013년 7월 완공되면 포스코 생산 규모 1600만 톤의 25%를 파이넥스 생산 설비를 통해 생산하게 된다.

물론 파이넥스 공법은 리스크 요인도 있다. 호주와 일본 철강사들이 유사한 공법과 설비를 추진하다가 기술력 부족과 연구·개발비 부담으로 포기했다.

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중국 등의 일부 업체들은 소결 공장을 없애지 못하고 코크스 공장만 생략한 설비를 개발해 상용화한 정도다.

철강 제조 설비는 500만 톤부터 규모의 설비 효과가 가시화되는데 만약 파이넥스 설비가 200만 톤에서 규모 확대에 실패한다면 상용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홍진주 신한금융투자 철강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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