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후식의 투자 노트] 채권 투자 다시 보기, 모두가 열광할 때 거품이 시작된다

금융시장에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금융자산의 운용에는 주식도 있지만 채권 투자도 있다. 최근 채권 투자에 대해 이례적인 상황들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이 글을 읽는 독자들과 함께 다시 한 번 고민해 보고 싶다.

모든 사람들이 한 방향을 주시하고 있을 때에는 거품(버블)의 가능성이 잉태되고 있었다는 것을 항상 경험한다. 증권사 영업장에 주부가 장바구니를 들고 어린아이와 같이 온다면 시장 과열 신호라고 한다.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주식을 매매하고 자금을 송금하기 때문에 증권사 객장 손님들은 사실상 별로 주요한 지표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 추석 명절 이후 필자는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대상자는 강남에 거주하는 40대 주부였다.

필자가 들은 내용의 요지는 “요즘은 채권 투자가 수익률과 안정성에서 가장 좋은 투자처”라는 내용이었다. 그분의 개인적인 투자 성향일지로 모르겠지만 주부들마저 이런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강조한다면 이는 곧 채권 투자에 대한 열기가 그만큼 뜨겁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개인들이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것에 우려감을 가지고 있다. 과거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당시와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일부 고객 계좌에 증권사 채권 창구를 통해 채권을 매수·매도한 경험이 있었지만 채권은 일반 개인들의 계좌로 투자할만한 상품이 아니었다.

이유는 이렇다. 채권 투자는 주식과 다르게 OTC(Over The Counter) 시장으로, 주식시장과 같은 공개시장에서의 거래 참여가 개인들에게는 어렵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은 증권사들이 ‘도매시장’에서 확보한 채권을 개인들이 ‘소매’로 매수하는 것이다.

만약 개인들이 매도를 원한다면 주식은 주식시장에서 바로 매도할 수 있지만 채권은 매수 상대편이 있어야 거래가 성사된다. 따라서 채권시장은 매수를 원하는 상대편을 찾기 쉬운 보험사·연기금·금융회사·외국인 등 기관 투자 비중이 높은 특성을 가진다.

그런데 가정주부들까지 나서 채권 직접 투자에 대한 낙관론을 펼치니 금융시장에 종사하는 이로서 점검해야 할 시장 행동 지표가 아닌지 그리고 채권 투자에 대한 위험은 없는지 다시금 살펴볼 시점인 듯하다.



채권도 ‘리스크’가 있다

채권 직접 투자에 개인들의 관심이 모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있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으며 경제의 저성장은 곧 금리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채권 투자의 자본 차익(Capital Gain)을 기대하게 된다. 주식시장으로 따지면 삼성전자의 주식 1주가 130만 원에서 140만 원이 될 가능성(8% 수익률)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채권 투자자들의 일부는 금리 하락을 예상하고 1~2년의 투자 기간 중 차익 실현으로 연 3~4%의 수익으로 2년간 8%대의 기대 수익률을 고려하고 투자하고 있다.

만약 삼성전자의 연간 이익 전망치가 예상보다 낮아지면서 130만 원대 주가가 110만 원으로 하락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 투자자는 없다. 삼성전자 주가가 140만 원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만 가지고 투자하는 투자자도 없다.

마찬가지로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수 있지만 예상과 달리 상승 반전할 수도 있다. 경제성장률만이 금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채권을 매수하는 투자자가 적어지면 금리는 반등할 수도 있다. 채권시장에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변동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인 투자자들은 채권이 변동성이 없고 안전한 자산이며 특히 국채는 더없이 안전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11일 금리를 인하했다. 기준금리 3.00%에서 0.25% 포인트 인하한 2.75%로 공표했다. 마침내 기다리던 한국은행의 금리가 인하됐는데 상당수의 개인 투자자들이 매수했던 30년물 국채 금리는 오히려 반등했다.

즉 개인 투자자들이 생각했던 반대의 사례가 나타났으며 이는 곧 채권 가격 하락으로 고객 통장에 기록되는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찍힌 상태다.

채권 직접 투자의 요인 중 두 번째는 10년 이상을 보유하게 되면 분리과세에 따른 개인 금융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개인 금융 종합과세가 현행 4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예상도 포함된 수요 기반인 듯하다.

절세는 중요한 재테크 수단이다. 앞서 언급한 채권 투자를 통한 자본 차익과는 다른 측면이다. 그런데 30년 만기 채권을 산다는 것은 30년 동안 평균 3% 수준(매입하는 시점에서 차별적인 가격)의 이자만 받겠다는 것이다.

사실 경제에 대한 30년의 예측이 어려울 수 있는 개인이 그 기간 동안 어떤 한 가지 상품에 투자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만약 개인 투자자들이 채권에 사정이 밝아 다양한 만기 채권에 투자한다면 모르겠지만 30년 만기 국채에 선뜻 투자하는 것은 필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개인 투자자가 30년 미래를 내다본다고?

필자가 생각하는 거품(bubble)의 종류는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해당 상품을 이번에 매수하지 못하면 큰일이 나는 양 투자 관심이 집중될 경우다. 최근 필자가 생각하는 채권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의 양상이 조금은 거품 현상과 유사한 측면이 있는 듯하다.

필자는 채권 전문가는 아니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투자 행위를 권고하는 자산 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지난 6개월 동안 개인 채권 매매 비중은 1%도 되지 않으며 20년 이상 장기 채권에 대한 매매 비중 역시 미약하다.

개인들이 투자하기에는 투자 환경이 어렵다는 뜻이다. 금융 종합과세 회피를 위한 절세 수단으로 장기 국채 투자를 하든지, 금리 하락을 겨냥한 자본 차익을 위한 투자를 하든지 모든 경우에서 필자는 우려감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만약 ‘채권 투자=안전 투자=원금 보전 투자’라는 믿음을 가지고 투자한다면 다시금 사실을 확인해 보기 바란다.

한 가지 더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대한민국은 30년 만기 채권을 매달 발행한다. 해당 월의 발행 규모가 적고 많음에 차이는 있지만 이번 달이 아니면 매수하지 못하는 채권이 아니다. 투자하더라도 ‘이번이 아니라면 안 된다’며 조급해할 이유는 없다.

혼란스러운 유럽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스페인 구제금융에 대한 소식이 임박했다는 뉴스도 있다. 미국의 대선이 진행 중이지만 미국의 재정 절벽에 따른 우려감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경기 회복의 징후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 환경이 어려우니 장기 채권시장에 돈이 몰리는 이유일 수 있지만 채권 투자가 투기적인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은 금융시장의 또 다른 거품인 듯하다. 주식시장에만 거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안전 자산 투자 대상으로서의 채권 투자가 투기적인 투자 형태로 변질된다면 투자 상품의 기본이 훼손될 경우 어려워질 수 있다.

사실 2006년과 2007년 5년 만기 폐쇄형 베트남 펀드 열풍이 불었다. 5년도 짧지 않은 중기적인 만기였다. 그럼에도 아직 대다수의 투자자가 어려움을 겪는 게 투자 상품 거품의 사례일 수 있다. 채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볼 만한 사례다.


민후식 파인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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