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춘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문화·에너지·환경 명소로 만들 겁니다 ”
입력 2012-10-18 15:39:56
수정 2012-10-18 15:39:56
스페셜 인터뷰
“냄새가 전혀 나지 않죠?”조춘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은 대답을 듣기도 전에 곧이어 말했다.
“냄새 측정 기구로 측정해 보면 수도권 매립지에서 나는 냄새보다 사람 입 안에서 나는 냄새가 더 고약할 정도입니다.”
조 사장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여기서부터가 매립지입니다”라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계자의 말을 듣기 전까지 기자는 ‘여기부터가 공원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매립지라고 했을 때 연상되는 쓰레기 냄새는 전혀 없고 오히려 젖은 풀 향기가 풍겼다.
마침 기자가 방문한 날 견학 온 유치원생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매립지를 둘러보고 있었다. 조 사장은 환경마크협회 이사, 한국환경자원공사 감사 등을 거친 ‘환경 베테랑’으로 소문나 있다. 그는 2008년부터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수장을 맡아 왔으며 2014년까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이끌 예정이다. 지난 10월 9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서 조 사장을 만나 수도권 매립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청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약력 : 1944년생. 74년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제9대 고려대 총학생회장. 95~98년 환경마크협회 이사. 98~2000년 한국환경자원공사 감사. 20 04~2008년 수도궈분할반대범국민운동본부 국민홍보단장. 2007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현).
수도권 매립지 규모가 상당한 것 같습니다.
수도권 매립지는 2000만㎡ 크기의 친환경 매립지입니다. 단일 매립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죠. 서울·인천·경기도 지역의 2400만 명의 시민이 배출하는 폐기물을 매립하고 있습니다. 폐기물 매립 후 발생되는 메탄가스 등 매립 가스와 침출수 또한 첨단 기술력으로 처리하고 있고요.
수도권 매립지로 들어오는 폐기물의 양은 얼마나 되나요.
2011년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1만6543톤이 들어옵니다. 건설 폐기물과 사업장 폐기물이 가장 많고 그다음이 생활 폐기물이죠. 지역별로 보면 서울에서 약 7000톤, 경기도에서 약 6000톤, 인천에서 약 3000톤 정도입니다.
폐기물을 매립할 때는 침출수와 음식물류 폐수 처리가 가장 곤란하다고 들었습니다.
매립 가스와 침출수 처리가 모든 매립지의 문제죠. 하지만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서는 완벽한 침출수 처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생활쓰레기 매립지 침출수와 음식물류 폐수의 병합 정화 처리 방법’에 대한 중국 발명 특허를 취득했습니다. 이건 공사가 2006년 ‘침출수 및 음식물 폐수의 혼합 처리’라는 새로운 처리 기술을 개발해 중국·인도·베트남에 기술 특허를 출원한 결과입니다.
폐수 처리 특허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우리나라는 음식물 폐수나 매립지 침출수를 바다에 버릴 수 있었어요. 물론 해양오염 방지를 위한 런던협약 가입국이긴 합니다만, 그동안은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로 우리나라가 조금 관대한 적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런던협약이 강화됐습니다.
2003년부터 공사는 음·폐수 육상 처리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어요. 내년부터는 바다에 버릴 수 없게 되니까요. 이번에 특허를 딴 기술은 음·폐수와 침출수를 모아 생물학적 처리 공정을 거친 후 그 과정에서 미분해된 오염물질을 화학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죠.
침출수와 음·폐수 혼합 처리 시 발생하는 바이오 가스의 액화천연가스(LNG) 대체 및 생물 처리 과정에서 미생물을 기르는 데 필요한 메탄올로 대체하는 효과 덕분에 연간 37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됐습니다.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겠군요.
물론입니다. 오늘도 캄보디아에서 기술 제휴하고 싶다며 공사를 찾아왔죠. 폐기물 처리 시설 설치 및 운영 사업 추진을 파키스탄 등 16개국에서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신기하게도 매립지인데 쓰레기 냄새가 전혀 나지 않습니다.
공사에서 정말 신경 쓰고 있는 부분입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중심으로 아파트들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신도시도 계속 개발되고 있고요. 여기서 냄새가 났다면 절대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거나 개발이 되지 않았겠죠. 주변에 사람 사는 곳이 많아진다는 것 자체가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방증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더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죠. 사람들이 많이 살게 되니까 냄새를 잡는 데 더욱 신경을 쓰게 됩니다. 매립 가스 수직 포집관만 1175개가 있고 가스 소각 시설도 6기가 있습니다.
포집한 매립 가스는 어떻게 처리하나요.
이렇게 포집한 매립 가스를 모아 다 태워버리는 게 아니라 자원화하고 있습니다. 폐기물 매립 시 발생되는 매립 가스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거죠. 악취를 막는 것은 물론 신·재생에너지 생산으로 에너지 수입 대체 효과까지 거두고 있지요.
이를 통한 신·재생에너지 생산이 연간 약 4.3억 kWh입니다. 약 18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으로, 605억 원 정도의 원유 대체 효과를 갖습니다. 이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인정받아 유엔 기후변화협약이 청정 개발 체제 사업으로 승인했고 현재 연간 90만 CO₂톤 이상의 탄소 배출권을 획득한 상태입니다.
매립 가스 이외에도 자원화되는 것들이 있나요.
생활 폐기물 중에 가연성 폐기물을 처리해 연료화하기도 합니다. 가연성 폐기물 고형 연료화(RDF) 사업이라고 하는데요, 가연성 폐기물을 파쇄·선별·건조해 화력발전소나 지영난방, 산업용 보일러 등에 들어가는 연료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폐기물과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으로부터 연간 201만Gcal의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매립지를 공원으로 만들 생각은 어떻게 하셨나요.
매립지라고 하면 누구나 싫어합니다. 자기 지역에 들어온다면 반대부터 하죠. 하지만 매립지가 깨끗하고 친환경적이고 동네 주민들을 위한 놀이터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누구나 다 매립지가 유치되길 바랄 겁니다.
이 때문에 공원화를 생각했죠. 우리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환경 테마 공원 ‘드림파크’는 매립지의 기능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수도권 시민 및 지역 주민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 중 골프·승마·수영 등이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지요. 그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 행사 개최 등 지역 경제와 주민 복지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수도권 매립지를 어떤 형태로 만들 계획인가요.
우리는 제2의 런던 리밸리를 꿈꾸고 있습니다. 과거 매립지였지만 이번에 런던 올림픽이 열렸던 장소죠. 이런 리벨리와 마찬가지로 수도권 매립지에서도 2014년 아시안 게임을 개최합니다. 더 이상 매립지가 ‘쓰레기더미’가 아닌 새로운 문화 시설로 재탄생시키는 게 공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봅니다.
이후연 기자 leewho@hankyung.com | 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