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대선 판도, 정치 테마주의 운명

지금 대한민국의 관심은 모두 한곳에 집중되고 있다. 바로 12월 19일에 있을 18대 대통령 선거다. 그렇기 때문일까. 별다른 모멘텀 없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증시에서도 후끈 달아오르는 주식들이 있다. 바로 대선 후보들 및 유력 정치인들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이른바 ‘정치 테마주’들이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박근혜·안철수·문재인 등 각 후보별 관련 테마주를 집중 분석하고 이들 주식의 미래를 진단했다.

12월 대선이 다가올수록 각 대선 후보들과 관련된 기업의 주식, 즉 ‘정치 테마주’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애초에 후보들과의 친분 등에서 형성됐던 정치 테마주는 이제 각 후보가 내놓는 정책 한 줄 그리고 각 후보의 대수롭지 않은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 주가가 ‘널뛰기’를 하는 수준까지 왔다.

중요한 것은 과연 개인 투자자들이 이들 정치 테마주에 투자해 과연 돈을 벌 수 있는지 여부다. 안타깝지만 정치 테마주를 통해 투자 수익을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9월 말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이후 정치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급등했던 131개 종목 가운데 48개 종목의 현재 주가는 최고가 대비 평균 4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대표적 정치 테마주로 분류했던 35개 종목을 대상으로 지난해 6월부터 올 5월까지 주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주가는 최고 평균 331% 상승했지만 거래에 참여한 계좌 중 195만 개에서 1조5494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유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가의 높은 변동성 때문이었다.

실제로 매매 손실 대부분은 개인 투자자 계좌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 투자자에 비해 고수로 평가 받는 ‘슈퍼 개미들’도 정치 테마주의 변동성에는 버텨내지 못했다. 한 슈퍼 개미는 정치 테마주 투자로 이 기간 동안 무려 26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 6월 이후 주가가 100% 이상 상승한 35개 종목 중에서 테마주로 회자되는 16개 종목도 주가가 평균 172% 급등했지만 해당 종목 매매 계좌 가운데 21만 개에서 67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이는 대부분(99.26%)이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로 파악됐다.

설사 ‘천운’이 따라줘 그간 테마주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렸더라도 지금부터는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증시의 격언이 현실이 될 때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대선 테마주들의 주가는 슬슬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주가 올라도 개미는 쪽박?

한국거래소가 올 9월 18일부터 28일까지 대선 테마주로 분류된 44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주가는 평균 13.37% 하락했다.

박근혜 테마주는 이 기간 동안 EG -18.82%를 비롯해 대유신소재 -23.86%, 비트컴퓨터 -23.53%, 아가방컴퍼니 -14.93%, 엠텍비젼 -18.74%, 대유에이텍 -18.28%, 보령메디앙스 -12.07%, 서한 -22.19%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안철수 테마주도 마찬가지다. 대표 종목인 안랩의 주가는 -37.84%를 기록했으며 미래산업 -60.87%, 노루페인트 -21.79%, 우성사료 -37.04%, 한국정보과학 -22.42%, 엔피케이 -30.68%, 솔고바이오 -26.34%를 보였다.

문재인 테마주도 다를 바 없다. 우리들생명과학 -26.58%, 조광페인트 -25.07%, 대한제강 -8.77%, 신일산업 -18.87%, 에이엔피 -16.81%, 유성티엔에스 -13.04%, 바른손 -21.45%, 서희건설 -16.55%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들어 대선 정치 테마주의 대주주·경영진이 지난 9월부터 앞다퉈 대량의 ‘주식 폭탄’을 내던지고 있는 모습이다. 140여 개 테마주 가운데 64곳의 대주주가 고점에서 주식을 팔아 막대한 시세 차익을 챙기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말부터 주요 대선 테마주의 대주주·경영진은 많게는 200만 주까지 주식을 장내 매도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정치 테마주에 대해 신중한 투자를 주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테마주 주가는 기업 실적 등 본질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투기적 수요로 부풀려진 거품에 불과하다. 테마의 발생 시기와 내용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주가 상승기에도 큰 손실을 볼 위험이 있다. 투자자들은 위험한 정치 테마주 투자를 자제하고 우량 종목을 선택해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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