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스타트업] 인생의 보약이 된 첫 번째 실패

남경식 에이프릴세븐(April7) 대표

4월 7일은 인터넷이 처음 시작된 날. 인터넷의 생일이다. 회사 이름을 이렇게 지은 건 인터넷이 시작된 날, 세상이 연결되고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그런 감격적인 순간처럼 그런 서비스를 세상에 선보이겠다는 이들의 열망이 담긴 것 같았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셜 데이팅 서비스를 넘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마치 인터넷이 그랬듯이 희망과 행복을 주고 싶은 게 에이프릴세븐의 창업자들이 생각한 것이었다. 에이프릴세븐은 오로지 컴퓨터가 좋고 인터넷에 꿈을 품은 이 회사의 창업자들이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계속 도전해 온 간단하지 않은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남경식 대표는 중학교 2학년 때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다. 상당히 이르다. 프로그래밍을 배우게 된 것은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됐다. “학교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전 그게 워드 할 줄 아는지 물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해 할 줄 안다고 했죠. 하하.”

특이한 학교다. 어린 학생들에게 그런 것을 물어보다니…. 하여간 그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진짜로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시작했다. 책을 보고 공부했을까. 중학생이 하기엔 쉽지 않았을 텐데…. 그는 PC통신에 개설돼 있는 동호인들 모임방에서 자료를 받아 독학으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1990년대 후반이니 PC통신이 한창 인기를 끌던 시점이다. 환경이 제대로 받쳐준 때 그 기회를 잘 이용한 셈이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그의 컴퓨터 사랑은 계속됐다. 궁금한 것이 생겼지만 학교에서도, 동호인 모임에서도 해결되지 않을 때는 잠깐씩 컴퓨터 학원에서 배우기도 했다. 고등학교 재학 중 잠시 컴퓨터 학원에 갔다가 나중에 함께 창업하게 되는 두 사람을 만났다.



컴퓨터 학원서 만난 창업 동지

관심사가 같고 뜻이 맞으니 계속 연락한 세 사람. 학교를 각자 다른 곳으로 갔지만 전공은 모두 같았다. 남 대표는 연세대 03학번으로 입학해 기계공학과 컴퓨터공학을 복수 전공했다. 학교에 들어간 이듬해 세 사람은 창업하기로 했다. 창업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모두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알기 때문에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한 번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창업을 하기 전 남 대표는 학교 교수님을 찾아가 창업 상담을 받았다. 그런데 창업하지 말라는 소리만 들었다고 한다. “지금 창업하면 실패할 확률이 99.9%라는 말씀을 하더라고요. 하하.”

교수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세 남자는 웹에이전시 회사를 차렸다. 돈을 벌면서 사업을 해가면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기본적인 가정이었다. 그리고 교수님의 예측대로 이들은 보기 좋게 실패했다.

홈페이지 등을 외주로 제작하는 것은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됐다. 일감을 따오는 것은 아는 사람들을 통해, 각종 게시판 등을 통해 이뤄졌고 여기까지는 별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이들이 너무 경험이 없다는 것. 대학에 들어간 지 1년이 갓 지난 학생 3명이 사업에 대해 뭘 알았겠는가.

계약서 작성에 서툴렀던 이들은 일감을 수주한 뒤 계약을 파기하거나 애프터서비스를 무리하게 요구하는 고객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때로는 몇 번씩이나 재개발을 요구하는 바람에 당초 수주했던 개발비의 몇 배나 되는 비용이 들어가기도 했다. 그래도 나이도 어린 데다 업계의 룰을 잘 몰랐던 이들은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던 듯하다.

하지만 이런 시행착오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사업 목적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외주를 받아 돈을 벌어가면서 우리가 진짜 만들고 싶은 서비스를 만들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주객이 전도됐죠. 해보고 싶었던 서비스는 만들지 못하고 외주 일을 해결하느라 정신없었어요.”

결국 8개월 만에 사업을 접었다. “손해를 많이 봤나요?”

“시간을 손해 본 거죠. 금전적인 피해는 거의 없었습니다. 빚은 지지 않았으니까요.”

충격을 받거나 상처를 입지는 않았을까. “사실 그때 창업의 꿈을 접었던 것 같아요. 한 차례 혼이 난 것처럼 한동안 생각하지 않고 학교로 돌아가 열심히 공부했으니까요. 그때 사업을 접으면서 창업자들끼리 모여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 다니면서 경험을 좀 쌓은 뒤 다시 만나 창업하자’고 얘기하고 헤어졌는데 사실 한동안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끼가 어디 갈까. 학교로 복귀해 컴퓨터공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병역특례로 파수닷컴에서 근무하면서 다시 슬금슬금 창업에 대한 열망이 피어올랐다. 벤처 기업에서 일하고 업계 사람들을 만나면서 잊고 있던 꿈이 다시 생각났다. 2004년 함께 창업했다가 실패를 경험했던 두 친구들도 비슷했다. 다른 회사에서 병역특례로 군 생활을 마친 둘이 먼저 창업했다.



소셜 데이팅에서 커플 서비스로 발전

처음에 선보인 서비스는 워드 브레이크라는 일종의 영어 단어 암기장과 같은 서비스다. 모바일 교육 시장을 노린 것이었고 제법 사용자들도 모았지만 문제는 돈을 벌지 못했다. 2004년에 돈을 벌지 못해 고생을 겪었던 이들인지라 돈이 안 되는 서비스에 대한 불안감이 컸을 것 같다.

다시 창업을 할까 말까, 친구들의 모습을 밖에서 지켜보던 남 대표가 이때부터 투입돼 함께 사업 모델을 갖고 논의하기 시작했다. 머리를 맞댄 이들이 찾은 것은 소셜 데이팅 서비스. 당시엔 이미 국내에서도 이음소시어스가 먼저 시작해 막 성과를 내고 있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보기엔 소개팅 시장은 분명 비전이 있었다. 일단 확실한 수익 모델이 있고 아직은 크지 않지만 분명한 타깃 층이 존재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쉽게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듣고 이를 구체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2011년 1월 사업화를 결심한 이들을 불과 3개월여 만에 뚝딱하고 코코아북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미 시작한 업체가 있는 상황에서 어떤 차별화를 고민했을까. 남 대표는 “3가지 포인트가 다르다”라고 말했다. 돈 쓰는 포인트가 우선 다른 소셜 데이팅 업체와 다르다는 게 남 대표의 설명. 다른 사이트는 해당 사람과 연결할지 말지 오케이 사인을 보낼 때 돈을 지불하는 구조인데 코코아북에서는 상호 연락처를 확인할 때 돈을 지불한다.

일대일로 만남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3 대 3 단체 미팅이 이뤄진다는 점도 차별화 포인트다. 한 사람을 보고 오케이를 할지 말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세 사람 중에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 소개를 낮이 아니라 밤에 한다는 점도 특이한 부분이다.

이런 점이 어필해서일까. 소셜 데이팅 분야에서 코코아북은 25만여 명의 회원을 모으며 이음소시어스에 이어 2위에 올라섰다. 남 대표는 코코아북을 소개팅 관련 서비스에만 머무르게 할 생각이 없다. 커플을 위한 사업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1차적인 구상이다.

“소셜 데이팅 관련 서비스의 특징은 여기서 커플로 맺어지면 회원들이 떠나거든요. 목적을 달성했으니까요. 하지만 커플들이 계속 머무르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관리하게끔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사용자 기반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VCNC가 서비스하고 있는 비트윈 같은 서비스가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연인들과 커플들의 관계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부가 서비스도 생각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시급한 것이 애플리케이션(앱)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남 대표는 올해 안에 코코아북 앱을 업그레이드, 다른 앱들과 연계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전면 개편할 방침이다.



임원기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wonk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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