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자 블랙홀 시대 종언 "외자 이탈 ‘뚜렷’…제조업 ‘사면초가’ "

중국에서 외국자본의 이탈 조짐이 보인다. 외자 유출로 비쳐지는 자본수지 적자가 외국 기업의 철수나 핫머니 유출 탓인지,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 가속화 때문인지는 해석이 엇갈린다. 하지만 중국의 외자 블랙홀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에서 외자 이탈 논쟁을 부추긴 통계는 최근 국가외환관리국이 발표한 상반기 국제수지 현황이다. 자본수지가 1분기 149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412억 달러 적자로 반전된 때문이다. 중국 은행들의 외환계정이 4월에 이어 7월과 8월에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것도 외자 이탈 우려를 높였다.

해외에서 들어온 외화를 위안화로 바꾸면 외환계정이 늘어나는데 감소했다는 것은 외화 유입이 줄거나 들어온 외화를 기업이 위안화로 바꾸지 않고 들고 있거나 중국 내 핫머니가 해외로 나갔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위안화의 절상 움직임이 올 들어 주춤해지면서 위안화 자산 투자에 따른 환차익을 노린 핫머니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위안화 대신 외화를 보유하려는 기업과 개인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으로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금액 기준으로 작년 11월 이후 5월 한 달을 제외하곤 매달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올 들어 7월까지 중국에 새로 설립된 외자 기업은 전년 동기에 비해 12.3% 줄어든 1만3677개에 그쳤다.

자본수지의 적자를 두고 중국 당국은 외자의 철수보다는 자국 기업이나 금융회사의 대외 투자 확대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경상수지 흑자가 현재 외화보유액 증가분을 훨씬 웃돌고 있는 것은 그 차액만큼 중국의 기업이나 개인 자본의 순유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YONHAP PHOTO-0693> A view shows downtown Shanghai and the Huangpu River from the Shanghai World Financial Center August 26, 2008. The 101-storey, 492-meter-tall building will be opened to the public on August 30, Xinhua News Agency reported. Picture taken August 26, 2008. REUTERS/China Daily (CHINA). CHINA OUT. NO COMMERCIAL OR EDITORIAL SALES IN CHINA./2008-08-27 15:09:50/ <저작권자 ⓒ 1980-200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중국 당국은 특히 외화 자산을 들고 있는 주체가 중앙은행(인민은행)에서 기업이나 개인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한다. 외국자본이 자발적으로 빠져나가는 것과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미시적으로 중국 경제를 들여다보면 탈중국하는 외자계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외자 유출, 중국 제조업 사면초가’라는 자극적인 제목도 중국 언론에 등장한 지 오래다. 시멘트 업종이 대표적이다.

지난 5월 이탈리아의 이탈시멘트가 중국 자회사 지분을 5억 위안에 매각한 데 이어 6월 한국의 대우인터내셔널이 산둥성의 시멘트 법인 지분을 750억 원에 팔고 세계 최대 시멘트 업체인 프랑스의 라파즈도 쓰촨성 두장옌 공장의 지분 25%를 매각하기로 했다. 중국의 부동산 긴축 탓에다 미국과 유럽 위기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외국계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맹목적 외자 유치 모델을 버리고 환경·토지·인력 분야 등에서 취해 온 친외자 정책을 수정하면서 외자기업의 사업비용이 크게 늘어난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한 미국 등 선진국이 제조업 부활로 경기 회복을 추구하면서 자국 기업에 세제 혜택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며 귀환을 유도하는 것도 중국을 제조업 대국으로 이끈 외자 블랙홀 시대가 종언을 고하는 배경이다.

중국의 발전 방식이 개혁·개방 30년 만에 대전환되는 시점에 터진 미국의 금융 위기와 유럽의 재정 위기로 세계경제 구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 중국에서의 외자 이탈로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이 때문에 중국 일각에선 섣부르게 외자의 질을 따지기 시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에선 외자가 배고픈 지역이 아직도 많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은 저임금에 기댄 일부 외자 이탈은 제조업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중국 당국이 원하는 제조업의 업그레이드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그러는 사이에 공산당 일당 체제 유지의 가장 중요한 근거인 경제 안정이 위협받을 수 있다. 중국 제조업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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