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의 함정] 경제성장률 예측의 한계와 극복 방법 "다양한 위기관리 지표 개발해야"

경제성장률을 예측하는 목적은 여러 가지다. 정부는 세금이 얼마나 걷힐 것인지를 예상해 지출 계획을 세워야 하고 기업들은 매출이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를 예측해 사업 계획을 세워야 하며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 투자자들은 자신이 투자할 금융 상품의 가격을 가늠하기 위해 경제성장률을 예측한다.

그러나 실제 경제성장률은 예측과 판이하게 달라질 때가 많다. 1000명 이상의 경제학자들이 모여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보면, 2000년부터 2003년 사이에 예측과 실제 성장률 사이의 차이는 평균적으로 3.2% 포인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경제성장률을 4년 동안 해마다 3% 포인트 이상 잘못 예측했다는 것인데,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관이 예측한 것 치고는 정확도가 심각하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그러다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 동안은 예측 오차가 0.1% 포인트에 불과할 정도로 놀라운 적중률을 보였다.

그러나 2007년부터 다시 예측 오차가 커지기 시작해 2007년부터 2010년 사이에는 또다시 평균 예측 오차가 2.3% 포인트로 확대됐다. 국내 기관들의 예측 오차를 보면 IMF보다는 낫지만 그렇다고 월등히 우수한 것도 아니다.


<YONHAP PHOTO-0271> MANDATORY CREDIT " AFP PHOTO / IMF " - In this IMF April 21, 2012 handout photo shows IMF Managing Director Christine Lagarde speaks at the Development Committee April 21, 2012 at the World Bank in Washington, DC. The IMF/World Bank Meetings are being held in Washington, DC this week which will host Finance Ministers and Bank Governors from 188 countries. AFP PHOTO / IMF / Stephen JAFFE / HANDOUT == RESTRICTED TO EDITORIAL USE - MANDATORY CREDIT " AFP PHOTO / IMF "- NO MARKETING NO ADVERTISING CAMPAIGNS - DISTRIBUTED AS A SERVICE TO CLIENTS ==../2012-04-22 08:21:22/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경제 위기 때는 예측력 떨어져

국내외 연구 기관들의 지난 10여 년간 경제성장률 전망을 보면 2003년까지 형편없던 예측력이 2004년부터 2006년 사이에는 유난히 개선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IMF뿐만 아니라 한국은행이나 우리나라의 국책 연구소들의 전망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는 패턴이다.

이 기간 동안 경제성장률의 변동성이 줄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일 뿐 연구 기관들의 예측력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미국발 금융 위기로 경제성장률이 급변동하기 시작한 2008년부터 예측력이 다시 크게 떨어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현상들은 연구 기관들의 능력이 떨어져 나타나는 것이라기보다 경제 예측이 갖는 본질적인 한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경제 예측이 가지는 문제점들은 모형이 갖는 구조적인 것과 인간의 인식 능력의 한계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경제 예측 모형이 갖는 구조적인 문제부터 살펴보자.

첫째, 경제구조의 변화를 무시한 채 과거의 경험을 기초로 계산된 경제 예측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많은 연구 기관들이 사용하는 경제 예측 모형은 경제성장·소비·투자·수출·수입·물가·환율·금리 등 많은 변수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 변수들이 상호 영향을 주거나 또는 다른 독립적인 변수에 영향을 받는 것을 전제로 과거 수십 년 동안 이 변수들이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계산해 이를 토대로 미래 예측에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제 예측 방법이다. 그러나 자본시장 개방의 정도, 소득수준에 따른 소비구조의 변화, 새로운 기술의 발달, 새로운 경제 대국의 부상 등 국내외 경제 여건은 많은 변화가 있게 마련이다.

둘째, 경제 예측 모형에서 일부 변수는 가정해야 하는데, 이 가정이 부정확할 수 있다. 경제성장률과 소비·투자·수입 등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도 하지만 모든 변수들이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만으로 모형을 만들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수출은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수출에 영향을 주는 변수인 해외 경기는 분석자의 주관에 따라 가정할 수밖에 없다. 이 가정이 틀린다면 경제성장률 예측은 매우 부정확한 값을 가지게 된다.

셋째, 모든 변수를 경제 모형에 다 집어넣을 수는 없다. 대부분의 급격한 경제성장률 변화는 외환위기, 정보통신 거품 붕괴, 가계 부채 부실화, 금융회사 부도, 주택 시장 붕괴, 정부 재정 위기 등과 같은 문제가 터지면서 나타난다.

이 문제들은 오랫동안 곪은 다음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을 때 터져 버린 것들이지만, 발생 가능성으로 보면 10년에서 심지어 100년에 한 번이나 나타날 만한 요인들이다. 이 모든 문제를 평소 지켜보면서 경제 예측에 활용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변동되면 대부분의 연구 기관들이 실제와 너무나 동떨어진 수치를 제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음의 두 가지 요인은 인간의 인식이 갖는 한계에서 비롯되는 문제점들이다. 넷째, 인간은 기본적으로 현재의 상황이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내년 경제를 예측할 때도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는 앞서 살펴봤던 연구 기관들의 전망치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IMF는 매년 9월에 이듬해 성장률을 전망하는데, 전망한 성장률과 실제 성장률을 비교해 보면 사실 통계적으로는 거의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관계수를 구해 보면 0.01이 나온다. 이는 두 수치 사이에 아무 상관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비교 시점을 바꿔 전망한 성장률을 전년도 성장률과 비교해 보면 상관계수가 무려 0.75나 된다. 이는 둘 사이에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해석해 보면 연말쯤에 내년도 성장률을 전망했는데, 실제로 1년 후에 성장률이 발표된 다음에 비교해 봤더니 완전히 틀렸지만 올해 성장률과 비교해 봤더니 상당히 비슷하더라는 얘기다.



버블·리스크·붕괴 가능성 늘 경계해야

다섯째, 경제학 이론에 대한 지나친 신봉도 전망의 예측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즉, 경제는 많은 사람들의 합리적인 선택에 의해 안정되게 균형을 잡고 있으며, 어떤 외부 충격을 받아 균형을 벗어나게 되면 경제 내부의 복원력에 의해 빠르게 회복된다는 점이 암묵적으로 경제 예측에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부동산 가격 폭등과 같은 특정 자산에 과도한 거품이 생기더라도 그 현상을 시장의 합리적인 선택으로 오인해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외환위기, 정보통신 거품 붕괴, 신용카드 사태, 미국의 금융 위기, 유럽 재정 위기 등과 같은 상황 직전까지도 많은 연구 기관들이 경제성장률을 낙관적으로 예측하고 이런 일들이 매번 위기 때마다 반복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경제성장률 예측은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 이런 한계를 해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완화할 수는 있다.

우선 경제를 분석하는 연구자들은 경제가 기본적으로 불안정한 균형 상태에 있을 가능성을 전제하고 경제를 예측해야 한다. 그런 전제하에 사람들이 어떤 버블을 키우고 있고 그것이 얼마나 위험하며 붕괴될 가능성이 없는지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성장률을 정확히 예측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경제 위기가 다가오는 데도 경제성장률이 높을 것으로 예측하는 어리석음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노력을 게을리 하고 나중에 경제 위기는 아무도 예견할 수 없는 ‘블랙스완’이었다는 핑계를 대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또한 다양한 위기관리 지표들을 개발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의 과도한 상승, 국제수지의 악화, 가계 또는 기업의 과도한 부채 증가 등등 경제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잠재적 요인들에 대한 상시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다른 나라들의 경제 위기 경험을 통해 어떤 경로로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지, 어떤 지표가 어느 정도로 악화되면 위기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철저히 연구하고 풍부한 자료를 축적해야 한다. 이것은 비단 경제성장률 전망의 예측력을 높이는 데에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길러줄 것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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