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전하는 외자계 유통 기업 "소비 심리 위축…과도한 확장 전략 실패"

중국의 소비 시장 전망은 장밋빛 일색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에 이어 불거진 유럽의 재정 위기는 세계 소비 시장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갈수록 키워 왔다. 중국 스스로도 대외 변화에 취약한 수출과 투자 중심의 성장 동력 구조를 소비로 다변화하기로 하면서 ‘세계 공장’ 중국이 이제 ‘세계시장’으로도 우뚝 서려고 한다는 분석이 줄을 이었다.

“중국의 수입 규모가 2015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설 것(천더밍 상무부장)”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이 같은 흐름의 최대 수혜 업종 중 하나가 유통이다. 하지만 중국 유통시장은 점포 문을 닫는 기업이 잇따를 만큼 혹독한 겨울에 들어간 지 오래다.

중국 경기 둔화로 소비 시장의 성장이 예전 같지 않은데다 업체 간 경쟁 과열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된 탓이다. 현지의 환경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외자계 기업들의 잇단 점포 폐쇄가 눈에 띈다.

미국의 최대 건자재 유통 업체 홈데포는 9월 14일 중국에서 운영하던 7개 점포의 문을 모두 닫았다. 중국에서 2009년 7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2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5개 점포를 폐쇄한 데 이은 것이다. 홈데포는 인터넷 판매 등으로 중국 사업을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6년 전 톈진에 있는 건자재 유통 업체를 인수하는 등 1억 달러를 투자하며 의욕적으로 진출했던 홈데포가 철수하는 것이라고 중국 언론들은 해석한다.

영국의 건자재 유통 업체 B&Q도 지난 1월 난징에 있는 점포 문을 닫았다. 최근 2년간 중국에서 20개 매장의 셔터를 내린 것이다. 건자재 유통만의 얘기가 아니다. 한때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외국계 유통 기업으로 평가 받던 프랑스의 까르푸는 2010년부터 중국 내 점포를 잇달아 폐쇄해 중국 사업 자체를 매각할 것이라는 설까지 돌고 있다.

영국의 유통 업체 테스코도 개점 1~2년밖에 안 되는 점포를 비롯해 8월 이후에만 장쑤·안후이·랴오닝 등지에서 일부 점포의 문을 닫았다. 한국의 이마트도 중국 사업 확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적지 않은 점포를 닫았다.

세계 최대 유통 업체 미국의 월마트는 올해 중국 내 신규 개설 점포 면적을 당초 계획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월마트가 올 상반기에 문을 연 점포는 10개로 작년 전체(43개)의 4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부동산 긴축이 지속되면서 건자재는 물론 일반 소비재 시장도 영향을 받은 데다 중국 수출 기업의 자금난으로 소비 심리가 예전 같지 않은 때문이다.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에 그쳐 분기별 성장률이 2009년 2분기 이후 3년 만에 8% 밑으로 내려갔다. 수출과 투자 위축을 벌충해 줄 것으로 기대됐던 소비 성장세가 주춤해진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상반기 소비 증가율은 14.4%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4% 포인트 둔화됐다.



홈데포·테스코 잇단 점포 폐쇄

중국에 적응하지 못한 사업 모델도 외자 기업의 애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홈데포는 DIY(Do It Yourself: 손수짜기) 방식을 고수했는데 인테리어를 통째로 업체에 맡겨 온 중국 소비자들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까르푸 사업 모델도 대표적인 부적응 사례로 통한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유통 업체에 가격 동결 압박을 가한 반면 공급 업체들은 납품가 인상을 요구하면서 효자 역할을 하던 사업 모델에 역풍이 불어 닥친 것. 정부와 여론은 유통 업체의 과도한 입점료를 문제 삼았고 까르푸가 타깃이 됐다. 소비자의 권익이 강화되는 추세를 읽지 못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2011년 초 까르푸는 중국 내 11개 매장이 원가를 속이거나 표시된 가격보다 비싸게 제품을 팔았다는 이유로 매장당 최고 50만 위안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점포 확장을 과도하게 추구해 온 것도 외자계 유통 업체의 패착 중 하나로 지적된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