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장수대국의 청년보고서’ 外

그 많은 노인을 누가 돌보나

인구 노령화는 단순히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앞으로 장수 대국을 떠받쳐야 하는 청년 세대의 절박한 문제이기도 하다.

저성장과 동의어인 고령화 시대에 청년 취업은 더더욱 힘들어진다. 한정된 일자리를 청년과 노인이 나눠가져야 하니 대결 구도가 첨예할 수밖에 없다. 물론 승자는 부모 세대다. 청년들의 울분이 하늘을 찌른다.

아무리 노력해도 사회에서 그럴듯한 인생을 살기 위한 소득을 마련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졸업 전후로 1~2년 내에 일자리를 잡지 못하면 평생 하류 인생이 불가피하다. 학생들은 초조한데 기업들은 느긋하다. 뽑히는 자에게 선택권은 없다.

직장의 기득권 세력은 자신들의 잣대를 이들에게 들이댄다. 선배들은 신입 사원을 조직 생활 부적응자로 질타한다.

정규직에 실패한 청년에게 남는 건 좌절뿐이다. 비정규직의 빈곤 사슬에 빠지면 헤어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와중에 이들에게 은퇴 세대까지 책임지라는 건 지나친 일이다. 기본적으로 연금 시스템은 세대 부조에 기초한 좋은 제도다. 지금은 노인 세대는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다. 하지만 암울한 현실에 절망한 청년 세대가 과연 언제까지 이런 부담을 감내할 수 있을까.

물론 세대 갈등은 피해야 한다. 장수 대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청년 세대의 절박한 현실과 암울한 미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장 빈곤 노인이 시급한 해결 과제지만 여기에 경도돼 사회 시스템을 고령화 대응 위주로만 짜면 안 된다.

뿌리를 돌보지 않으면 가지는 시들게 마련이다. 과실을 꽃 피우기에 고령화 정책보다 길고 험한 과정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청년 세대를 지금처럼 방치하면 그 미래는 뻔하다.


전영수 지음┃488쪽┃고려원북스┃1만6000원



이종우의 독서 노트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
만약 그들의 열정이 없었다면

70년 전만 해도 여성들에게 스타킹은 로망이었다. 스타킹을 만드는 원료 중 제일 싼 게 인조 비단이어서 보통 여성은 돈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듀폰이 인조고무 제조 실험을 하다 우연히 얇고 질긴 실을 발견했다. 나일론이었다. 이 실로 짠 스타킹이 출시되던 날 듀폰 공장 앞에는 3만 명의 여성들이 줄을 섰고 여성들은 스타킹을 통해 외출의 자유를 얻었다.


전성원 지음┃535쪽┃인물과사상사┃1만8000원

소련에 미하엘 칼라시니코프라는 사람이 있었다. 시를 좋아할 정도로 감성이 풍부한 인물이었는데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사병으로 독일과의 전투에 출전했다. 둘 사이의 싸움은 애당초 상대가 되지 않았다. 소련은 노리쇠 장전식 제식 소총으로 무장한 반면 독일은 1분에 500발 이상 나가는 기관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료들의 대량 희생을 막기 위해 칼라시니코프가 만든 것이 AK-47 돌격 소총이다. 무기가 개발될 즈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 당시는 별달리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이후 아프리카 혁명전쟁 등에서 명성을 날렸다.

일본의 모리타 아키오 소니 회장은 트랜지스터를 만들어 일본 전자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그가 단순히 소니 회장 이상의 유명세를 탄 건 워크맨이란 아이디어를 처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해외 출장을 가는 비행기에서 회장이 혼자만 음악을 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워크맨은 ‘나홀로 음악’이란 생활 패턴을 세상에 남겼다.

워크맨의 개발은 대형화돼 가는 전자 제품 트렌드를 역류하려는 모험심과 축소 지향적인 일본인의 특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3만 대를 팔지 못하면 사직하겠다는 모리타 회장의 결연한 의지도 한몫했지만….

유엔 회원국보다 많은 나라에서 마시고 있는 코카콜라에서 ‘바나나 공화국’을 만들어 중남미를 지금처럼 우울한 지역으로 만든 새뮤얼 제머리까지…. 지금까지도 세상은 그들이 만들어 놓은 유산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포드가 없었더라도 자동차 대량생산 시스템은 만들어졌을 것이다. 보잉이 없었더라도 비행기 제조 기술은 발전했을 것이다. 월트디즈니가 없었다고 놀이동산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리 없다. 모든 것이 필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의미가 있는 건 그들의 열정 때문에 지금 우리의 일상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iminvestib.com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게리 해멀 지음┃방영호 옮김┃420쪽┃알키┃2만 원

몇년 전 ‘관리자들을 모조리 해고하라!’는 파격적인 메시지로 주목받은 저자가 미래형 조직 구축의 설계도를 제시한다. 그는 직장 내 인간 역량 계층을 6단계로 나눈다. 20세기에는 1~3단계인 복종의 욕구, 성실의 욕구, 전문성의 욕구를 갖춘 직원만 있어도 기업이 굴러갔다. 하지만 21세기는 창조 경제 시대다. 1~3단계 역량을 갖춘 인재는 인도·중국 등 전 세계에서 쏟아져 나온다. 이제는 4~6단계인 진취성·창조성·열정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스티브 잡스의 이메일박스
마크 밀리안 지음┃권오열 옮김┃224쪽┃서울문화사┃1만3500원

지난해 사망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고객·팬·기자 등과 주고받았던 e메일을 공개한다. 그는 겉으로 비쳐진 독불장군 모습과 달리 e메일을 통해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한 열린 리더였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때로는 격렬하고 때로는 지나치게 엄격하고 때로는 다정다감한 잡스의 e메일에는 인간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또한 그가 남긴 e메일은 지금도 모두가 알고 싶어 하는 그의 생각과 애플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짐작하게 해준다.



왜 정부는 하는 일마다 실패하는가
존 스토셀 지음┃조정진 외 옮김┃432쪽┃글로세움┃1만7000원

미국 폭스뉴스 앵커로 활약하는 자유지상주의자의 작은 정부론이다. 저자는 정부의 정책이 최선책이라고 쉽게 믿어버리는 직관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오히려 시장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나 기업은 어떤 일을 할 때 항상 수익과 지출을 꼼꼼히 따진다. 잘못되면 돈을 날리고 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나 정치인은 일이 잘못돼도 손해 보는 것이 없다. 이를 입증하는 수많은 사례를 제시한다.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
강상중 외 지음┃이목 옮김┃352쪽┃책과함께┃1만7000원

일제강점기에 존재했던 만주국은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이 책은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문제적 두 인물을 통해 만주국의 유산을 재조명했다. A급 전범으로 총리 자리에까지 오른 기시 노부스케는 만주국 건설을 발판으로 혁신 관료의 리더로 올라섰다. 당시 만주는 사회 진출의 기회가 막힌 식민지 조선 젊은이들에게는 하나의 신천지이기도 했다. 박정희는 만주국 육군군관학교에서 군인으로 변신했으며 한국의 대통령이 되어 그가 추진한 산업화는 상당 부분 만주국 모델을 따온 것이었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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