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동양 최대, SPC 평택 공장을 가다 "32개 라인 풀가동… 품질관리 ‘ 빵빵’"

비즈니스 포커스

1988년 파리바게뜨 1호점이 광화문에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국내 제빵·제과점 업계의 강자는 크라운베이커리·고려당·태극당 등 몇몇 대형 브랜드들이었다. 더구나 동네 상권은 나름의 브랜드를 내건 독립 점포들이 이미 장악한 터였다. 수퍼나 편의점 등 소매 위주의 대량생산 체제를 이어갔던 당시 샤니는 윈도우베이커리 사업에서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지금은?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비알코리아·샤니·삼립식품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SPC그룹은 지난해 매출 3조3000억 원을 기록하며 국내 최고 수준의 종합 식품 기업으로 성장했다.

파리크라상은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제빵제과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대표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파리바게뜨 매장 수는 전국에 3100여 개에 이른다. 2004년 중국 상하이 시장에 진출한 파리바게뜨는 올 9월 현재 중국·미국·베트남·싱가포르 등에 124개의 점포를 운영하며 글로벌 시장 개척에서도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철저한 위생 관리, 반도체 공장 못지않아

파리바게뜨를 비롯한 SPC그룹의 광폭 성장은 철저한 품질·위생 관리에서 시작된다. 소비자들을 가게로 끌어들일 맛은 기본. 여기에 2000년대 들어 불기 시작한 웰빙 바람을 타고 좋은 원재료, 위생 상태 등이 식품 기업의 생존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SPC그룹의 품질관리가 시작되는 곳은 바로 경기도 평택에 자리 잡은 SPC 평택 공장이다.

인근 지역 주민들이 ‘파리바게뜨 공장’이라고 부르는 평택 공장은 일단 규모에서 경쟁사를 압도한다. 평택시 추팔공업단지 부지 7만6304㎡(2만3000평)에 공장 면적만 5만2237㎡(1만5802평)에 이른다. 단일 베이커리 공장으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다. 2004년 준공 이후 현재는 총 32개 라인에서 하루 380만 개, 390톤의 빵과 과자, 반죽을 생산하고 있다.

SPC 평택 공장은 건물을 처음 지을 때부터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에 맞게 설계됐다. 위생 관리에서 국내 최고 공장으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공장 문에 발을 디디는 순간 내부로 통하는 자동문이 열리지 않는 시스템이 품질관리의 시작이다.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바깥문이 닫혀야 안쪽 문이 열리는 이중 문 시스템이다.

공장 방문도 현장 직원을 제외하곤 그룹 임직원이더라도 사전 협의를 통해 허가 받지 않는 한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다. 취재 차 찾은 기자도 탈의실에서 전용 가운과 마스크·위생모·덧신 등으로 갈아입어야 생산 공장 출입구 앞에 설 수 있었다.

직원들은 얼굴 전체를 감싸 눈만 보이는 위생모와 전용 신발, 우주복처럼 보이는 상하 일체형 작업복을 착용해야 한다. 마치 미세한 먼지도 치명적 흠이 되는 반도체 공장을 연상시킬 정도다.

전용 신발로 갈아 신은 근무자는 신발 세척대 위에서 신발 바닥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비누와 세정제를 사용해 손을 완전히 소독한다. 또 접착 클리너로 근무복에 붙어 있을지 모를 미세한 먼지를 제거하고 나면 그제야 본격적인 라인 투입 준비가 끝난다.

근무자 위생 관리의 하이라이트는 오토 보디 클린 시스템이다. 시스템 내부에 들어가 문이 밀폐되면 양손을 손 세정용 구멍에 넣는다. 전신에는 강한 에어샤워가 가동되고 바람과 함께 알코올 소독액이 분무된다. 이 과정이 끝나야 비로소 문이 열리고 공장 내부에 들어갈 수 있다.



금속·엑스레이 검출기로 이물질 완벽 제거

작업자의 위생 관리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재료 관리다. 빵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정백당(백설탕)·전지분유·천일염 등 20여 가지 분말 재료는 2층 높이의 거대한 사일로를 통해 저마다 알맞은 양으로 계산된다.

컴퓨터 시스템으로 제어되는 사일로 입구에는 미세 이물질까지 걸러낼 수 있는 조밀한 거름망과 금속성 물질을 선별하기 위한 강력한 자석이 설치된 분체 원료 거름 장치가 있다.

호두나 건포도처럼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 원료는 높은 조도의 형광등 아래서 일일이 사람의 눈을 통해 직접 선별하고 다시 한 번 자석봉을 통과한 후 금속 검출기까지 통과해야 비로소 원료 사용이 가능해진다.

제조 공정은 더 까다롭다. 각각의 빵 종류를 생산하는 컨베이어에는 공항 검색대에서나 볼 수 있는 엑스레이 검출기가 플라스틱·돌·금속·비철 등 혹시 모를 이물질을 다시 한 번 잡아낸다. 또 금속 검출기는 빵 모양을 만드는 정형반에 1대, 마지막 포장반에 1대가 이중 설치돼 이물질이 발견되는 즉시 라인 가동을 멈추고 불량 제품을 자동으로 솎아내게 돼 있다.

전국 매장에 공급되는 ‘휴면 생지’를 생산하는 곳 역시 평택 공장이다. 생지는 업계에서 쓰이는 용어로, 보통 반죽으로 이해하면 된다. 휴면 생지는 발효가 시작되기 직전의 반죽을 섭씨 영하 30도 이하로 급속 냉동한 상태를 말한다.

공장에서 만든 생지는 컴퓨터 제어 기술을 이용한 품질관리 시스템에 따라 보관에서 출고·선적·배송에 이르기까지 균일한 품질이 유지된다. 매장에서 당일 구워 당일 파는 ‘베이크 오프(Bake-Off) 시스템’이 가능한 이유다.

공장의 ‘중앙관제실’ 격인 생산관리 사무실에는 라인 곳곳을 비추는 CCTV와 공정의 핵심이랄 수 있는 온도 관리가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빵을 만드는 공정의 핵심인 온도·(재료)배합·중량(계근)이 모두 이곳에서 자동화된 시스템에 따라 체크되고 있다.

전자동 관리 시스템은 생산 라인뿐만이 아니다. 원재료가 입고되는 창고에는 공장하면 흔히 떠오르는 지게차를 찾아볼 수 없다. 자동 입고 시스템 덕분이다. 원재료 입고에서 생산·창고보관·출고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직접 관리하는 일은 극히 일부분이다. “사람의 손이 많이 가면 갈수록 에러 발생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정명종 공장장의 설명이다.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는 파리바게뜨
중국·미국 성공 바탕으로 베트남·싱가포르 진출

파리바게뜨는 2004년 9월 중국 상하이에 진출한 이후 올 9월 현재 베이징·톈진 등 중국 지역에만 총 100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100호 점 돌파를 인지도와 운영 시스템 안정의 기준으로 잡는다. 파리바게뜨는 앞으로 둥베이 3성과 화시·화난 지역까지 매장을 확대해 2015년 500개 점포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에도 2002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2005년 10월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 파리바게뜨 1호점을 열었다. 현재는 LA와 뉴욕을 중심으로 21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중국과 미국 시장의 성적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인 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2012년 3월 베트남 호찌민에 글로벌 100호점인 ‘베트남 까오탕점’을 열어 동남아 진출의 신호탄을 알렸다. 올 9월에는 싱가포르에도 1호점을 열었으며 내년에는 인도와 중동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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