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사이클에 맞는 3단계 재무 설계 "40대 말부터 자산운용 방식 바꿔야 "

이상건의 재테크 레슨

지금은 일반화된 재무 설계가 도입된 것은 19 70~1980년대의 일이다. 재무 설계는 자녀 교육자금과 결혼·노후 자금 등 각 필요 자금을 분석하고 물가상승률과 수익률을 고려해 현시점에서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를 계산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시간이 흘러갈수록 필요 자금의 크기가 커진다는 것이다. 일차적인 이유는 평균 수명의 증가다. 평균 수명이 늘어날수록 노후 자금의 크기가 커지니 재무 설계로 계산한 필요 자금도 고무줄처럼 늘어나기 십상이다.

전셋값이 올라도 필요 자금의 액수는 크게 달라진다. 아들을 둔 부모의 필요 자금은 전셋값에 따라 심지어 1억 원 정도도 변할 수 있다. 필요 자금 분석 결과에 따라 나온 많은 금액의 액수에 놀라지 말고 라이프사이클의 각 국면별 자산 운용 목표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산 운용의 관점에서 인생은 크게 3단계로 구성돼 있다. 1단계는 축적기다. 20대 중·후반에 직장 생활을 시작해 퇴직 시점까지다. 이 단계의 핵심은 퇴직 전 은퇴 자산을 축적하는데 있다.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3층 연금을 기본으로 은퇴 자산을 불려나가야 한다. 투자 방법은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하는 게 기본이다.

주택 문제와 자녀 교육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시기는 지속적으로 소득이 증가하면서 주거 및 교육비 등이 꾸준히 늘어나는 시기다. 주택 문제에서는 가격의 오르내림을 떠나 퇴직 시점 전까지 모든 대출을 정리해야 한다. 초산 연령이 늦어짐에 따라 과거와 달리 55세에 정년퇴직하더라도 아직도 자녀가 학생인 경우가 적지 않다.

퇴직과 동시에 수입이 단절되면 교육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것도 달리 방법은 없다. 퇴직 전까지 자녀 학자금을 최대한 모아 놓아야 한다. 사실 1단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목표도 분명하고 투자 원칙도 간단하다. 돈을 더 벌기도 하고 덜 벌기도 하지만 주택 마련, 자녀 교육, 노후 준비 등 큰 방향은 어슷비슷하다.

수명의 증가로 재무 설계 ‘구조조정’

문제는 2단계다. 2단계는 정년퇴직 시점부터 후기 고령기가 시작되는 75세 전까지를 말한다. 이 시기는 그동안 모아 놓은 돈을 인출해 생활비로 써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쓰기만 하면 그 돈이 금세 사라지므로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인출과 운용(투자)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시기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후기 고령기 전까지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 일을 하면 생활비를 벌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벌어 놓은 돈을 까먹지 않을 수 있다. 그다음으로는 인출 계획과 투자 전략을 동시에 짜야 한다.

금리만 높으면 이런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고금리 상품에 넣어두고 이자만 받아 생활하거나 아니면 원금 일부와 이자를 활용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초저금리 시대에 살고 있다. 이자 생활자들이 원하는 수준으로 금리가 오르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투자 상품을 활용해야 한다. 연 6~7% 정도 수익률 제공이 가능한 상품이 인출과 운용, 2가지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에게 대안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75세 이후에는 오로지 인출만 하는 시기다. 물론 극소수의 사람들은 이 시기에도 돈을 벌거나 투자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보면 75세가 넘어서면 새로운 투자 의사결정을 하기보다 모아 놓은 돈에서 생활비를 조달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3가지 단계 중 노후 생활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기는 2단계다. 노후 생활은 20~30년으로 길지만 정작 성패는 5년 정도에 모든 것이 결판이 난다. 일을 갖고 있고 인출과 운용 전략을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5~6년 이내에 삶의 수준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수명의 증가는 자산 운용 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의 재무 설계에서는 축적이 끝남과 동시에 인출이 시작된다는 전제로 필요 자금을 분석했다. 그러나 이제는 축적과 인출 사이에 운용과 인출을 동시에 하는 새로운 구간이 등장했다.

이 구간에 어떤 금융 상품에 투자할 것인지, 어떻게 자산을 배분하고 포트폴리오를 짤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요구된다. 최소한 40대 말부터는 축적기의 자산 운용 방식에서 인출과 운용에 맞는 자산 운용 방식으로의 변화를 검토해야 한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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