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민자 사업의 오해와 진실 "세금 부담 ‘뚝뚝’…경제성장 ‘쑥쑥’"

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이 올해 4월 14일자로 수정 요금안을 발표한 이후 민자 사업을 둘러싸고 설전이 오가고 있다. 이를 계기로 민자 사업이 왜 추진됐고 또 어떤 구조로 운영되는지 꼼꼼히 짚어볼 필요성이 커졌다.

그러면 왜 민자 사업이 필요할까. 민자 사업은 도로·철도·교량·터널·항만 등 정부가 확충해야 할 사회 기반 시설(SOC) 건설에 필요한 자금의 조달 방법 중 하나다. 정부가 재정으로 인프라 시설을 건설하는 대신 민간 자본을 유치해 시설을 건설하게 하고 그 대가로 일정 기간 운영권을 부여해 민간 자본이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렇다면 정부가 SOC 사업을 민간 자본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복지 수요 증가, 경기 부양 등의 이유로 국가 재정 부담이 계속적으로 증가되는 추세다.

따라서 SOC 등 민간 자본을 유치해 확충할 수 있는 시설은 적극적으로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게 대세다. SOC 시설 확대는 경제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의 구축, 교통 혼잡 완화, 물류비용의 감소 효과 등에 따라 그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 초에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170여 개의 민자 사업이 추진됐고 이에 투자된 자금이 약 7000 억 달러에 달한다.

<YONHAP PHOTO-1874> 하늘에서 본 서해안고속도로 (수원=연합뉴스) 신영근 기자 =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23일 오후 4시께 하늘에서 본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 부근. 도로 왼쪽 서울 방향으로 차량 정체가 시작되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항공대 기장 이안희 경감. 부기장 오대섭 경위) 2010.9.23 drops@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geenang/2010-09-23 17:16:25/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MRG는 ‘투자수익률’ 아닌 ‘통행료 수입’을 보전

그렇다면 최근 민자 사업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쉽게 말해 민자 사업자가 ‘별다른 위험 없이 지나치게 많은 수익을 가져가고 있다’는 게 민자 사업 비판의 핵심이다. 이 비판 중에서도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Minimum Revenue Guarantee)’가 타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SOC에 민간 자본을 유치하려면 그에 따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민간 투자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정부와 합의에 의해 결정되는 사업별 수익률에 반영된다. 민간 투자자는 일정 기간 동안 특정 인프라 시설을 이용하는 이용자들로부터 이용료를 받아 그 수입으로 시설물 유지비용 및 투자금 마련을 위해 빌린 차입금 등을 지출하고 남는 금액을 투자 수익으로 가져 간다. 따라서 민간 사업자는 일정한 수입이 발생해야 비용을 지출하고 예상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흔히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MRG다. MRG는 실제 이용료 수입이 정부와 합의한 이용료 수입의 일정 비율에 미치지 못할 때 그 차액을 지원해 주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민간 투자 사업은 3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수행된다. 따라서 장기간에 대한 시설물 이용 수요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민자 사업 관계자는 “우리나라처럼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서 민간 자본이 30년 이상 장기 투자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정부가사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민간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바로 MRG다.

그러나 정확히 이해해야 할 것은 MRG가 민자 사업자의 ‘투자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료 수입’을 정부에서 일부 보전해 주는 제도라는 점이다. MRG는 실제 이용료 수입이 일정 수준에 미달할 때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이를 지원하는 것으로, 각종 사업 위험, 즉 건설 위험 및 운영 기간 중 시설물 유지 보수 비용이나 금융비용의 증가 위험 등은 모두 민간 사업자가 그대로 부담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민자 사업은 MRG가 없거나 지하철 9호선처럼 과거 사업도 사업 기간 30년 중 후반 15년은 재정적 지원이 없는 구조가 많다. 이 때문에 민간 투자자는 사업적으로 위험 부담을 안고 투자하게 되므로 MRG가 있다고 해서 민간 투자자가 아무런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틀린 얘기다.

민자 사업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는 또 다른 이슈는 민자 사업 법인의 재정 적자 문제다. 즉 사업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많은 수익을 가져가 사업이 적자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경제에서 적자 기업은 생존의 당위성을 의심받는다. 하지만 실제 민간 투자 시장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재정 적자는 민자 사업의 자금 조달 구조상 예정된 ‘재무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민자 사업은 정부가 고시한 ‘민자사업기본계획’에 따라 시설물 건설에 필요한 자금 중 80% 내외를 차입금으로 조달해야 한다. 따라서 통행료 수입이 적고 이자로 나가는 비용이 많은 운영 초기에는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진적으로 차입금 상환에 따른 이자비용이 감소하는 반면 통행료 수입이 증가하게 돼 자본 구조가 개선된다.

사실 민간 사업 법인은 일정 기간 특정 SOC 시설만 운영할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목적법인으로, 운영 기간이 지나면 청산된다. 따라서 ‘재정 적자’라는 현상을 영속적인 존립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일반 회사와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일반 기업과 특수목적법인의 회계 차이서 오는 오해 많아”

또 자금 재조달에 따른 이익 공유제도 역시 지적된다. 간단히 얘기하면 왜 민자 사업 법인이 자본금을 줄이고 이를 대출로 바꿔 재무구조를 악화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민자사업기본계획’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이다.

계획에 따르면 민자 사업 법인은 운영 기간 중 자본금을 관리운영권 잔액의 10%까지 감자하도록 허용한다. 그리고 감자에 필요한 자금은 주주로부터 후순위 차입금 형태로 조달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주에게 추가적인 이익이 발생하면 이를 정부와 50%씩 공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주들이 미래에 배당으로 상환 받을 투자금을 미리 유상감자를 통해 회수하고 후순위 대출 제공을 통해 이자 수익을 조기에 실현하면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 수익률이 증가한다. 이때 증가된 기대 수익을 정부와 나누게 되는데 정부는 이를 재원으로 MRG를 낮추거나 통행 요금을 낮출 수 있다.

이의 좋은 예가 2008년에 서울시의 승인으로 이뤄진 우면산터널의 사례다. 우면산터널 사업은 이러한 절차를 통해 발생한 주주의 추가 수익을 서울시와 공유했다. 이를 통해 서울시는 MRG에 따라 실제 통행료 수입이 합의한 통행료 수입의 85%에 미치지 못하면 그 차액을 보전해 준다는 내용에서 79%(2024년부터는 78%)까지만 보전해 주는 것으로 낮췄고 운영 기간이 종료되는 2034년까지 남은 26년의 사업 기간 동안 약 500억 원의 재정 절감 효과를 얻었다. 이 밖에 인천공항고속도로(2004년, 90%→ 80%), 천안논산고속도로(2005년, 90%→ 82%) 등 다수의 민자 사업이 이런 자본구조 변경을 통해 부담을 낮췄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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