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바이오 산업에서 한국은 최고 파트너”

이안 레슬리 스코틀랜드 국제개발청 바이오 담당 이사

최근 방영된 MBC 드라마 ‘닥터진’은 현대의 의사가 1860년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의사로서 고군분투하게 되는 내용으로 인기를 끌었다. 조선시대로 간 닥터진은 당시에 없었던 페니실린을 제조해 역병에 걸린 많은 이를 치료했다.

페니실린 개발이 조선의 역사를 뒤바꾼다는 설정은 꽤 흥미로웠다. 실제로 페니실린은 인류 역사에서 20~30세에 불과한 인간 수명을 현재와 같이 연장했다. 페니실린을 개발한 알렉산더 플레밍 경이 스코틀랜드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또한 스코틀랜드가 15세기부터 의학 및 생명공학 분야에서 수많은 업적을 쌓았고 현재 이 분야의 선진 시스템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한국인도 많지 않다.

지난 9월 12일부터 3일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12’에 참석 차 내한한 이안 레슬리 스코틀랜드 국제개발청 바이오 담당 이사는 스코틀랜드의 우수한 바이오산업 인프라를 한국에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스코틀랜드는 생명과학 부문에서 640여 개의 기업과 3만2000명 이상의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존슨앤드존슨 등 대형 제약 회사들이 스코틀랜드에 생산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문 연구 클러스터와 세계 수준의 연구진, 그리고 정부 지원 등 세계에서 가장 종합적이고 우수한 생명과학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죠.”

스코틀랜드는 피어스 바이오텍(Fierce Biotech) 의학 잡지가 선정한 ‘세계 5대 생명공학 연구 단지’로 선정된 바 있다. 스코틀랜드에는 제약 회사 등으로부터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의뢰받아 진행해 주는 에이전시를 일컫는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도 60여 개가 있어 하나의 산업으로 활성화돼 있다.

스코틀랜드는 환자의 의료 기록이 체계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고 500만 명의 인구는 연구에 적절한 수이므로 임상시험이 이뤄지기 아주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10대 생명과학 기업 중 퀸타일즈(Quintiles)·PPD·켄들(Kendle) 등 5개사가 스코틀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한국과 스코틀랜드는 1998년 이후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기업과 스코틀랜드 대학 및 기업이 공동으로 의약품의 라이선싱, 신약 개발, 임상 연구, 의료 기기 공급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레슬리 이사는 “한국은 스코틀랜드에 5번째로 큰 시장”이라며 “특히 줄기세포 개발에서 한국 기업과 스코틀랜드 대학이 활발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약품 개발 및 제조에도 노하우를 갖고 있는 스코틀랜드 측이 국내 업체 자문 역할을 주로 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의 제약사들은 최근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해 스코틀랜드 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레슬리 이사는 밝혔다.

“스코틀랜드는 한국에서 관광과 위스키로 잘 알려져 있어요. 이런 산업에 비해 규모는 아직 작지만 스코틀랜드의 생명과학 분야가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유사점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아직 세계적인 제약사가 없지만 앞으로 10년 후 탄생시킨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제약·의학 산업을 세계적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으니까요.”

스코틀랜드는 생명과학 산업을 더욱 성장시키기 위해 정부·학계·기업이 총력을 모으고 있다. 레슬리 이사는 “스코틀랜드는 한국과 이 분야에서 많은 사업을 함께하고 싶다”며 “함께 발전해 가면서 많은 이익을 창출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약력 : 1957년생. 1981년 에든버러 네이피어 상업 기술 대학 국립 고등 자격(Higher National Certificate) 생물학. 87년 퍼멘텍 마케팅 매니저. 91년 인버레스크 리서치 인터내셔널 북미 지역 세일즈 및 마케팅 매니저. 97년 에든버러 바이오파크 사장. 2006년 스코틀랜드 국제개발청 바이오 담당 이사(현).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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