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 노무현 vs 이명박 정부 부동산 정책 "잡으려 하니 오르고, 띄우려 하니 내렸다"

정부가 지난 9월 10일 경기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침체된 주택 시장을 살리기 위한 대책이 포함됐다. 주택을 살 때 내는 취득세를 50% 더 줄여주고 미분양 주택을 사서 집값이 올라도 5년간 오른 차익은 양도소득세를 면제해 주겠다는 게 골자다.

취득세와 양도세 감면은 그동안 부동산 업계에서 줄기차게 요구해 온 사항이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로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효과가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경제 환경이 좋지 않은 데다 연말까지 한시적 효력을 지녀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5년 동안 총 20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얼어붙은 시장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르게는 한 달 만에 새로운 대책이 나왔지만 효과는 거의 없었다. 올 들어 부동산 경기는 더욱 침체돼 ‘하우스 푸어’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흥미로운 점은 노무현 정부 때와 상황이 정반대라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집권 이후 줄곧 문제시됐던 건 너무 많이 올라서였다. 곳곳에 ‘규제’의 이름으로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지만 보란 듯이 집값은 더 뛰었다. 반전은 정부가 바뀌면서 시작됐다.

MB 정부 들어서는 곳곳에서 집값이 떨어진다고 아우성쳤다. 줄기차게 ‘규제 완화’ 정책이 나와도 집값 하락 추세는 이어졌고 ‘거래 실종’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시장이 침체된 상태다. 그렇다면 두 정부를 지나면서 집값이 얼마나 변했을까. 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달랐던 걸까.

부동산 경기의 바로미터인 대치동 ‘은마 아파트’를 살펴보자. 부동산뱅크 자료에 따르면 102㎡(31평)와 112㎡(34평)를 더한 전체 매매 평균가는 2003년 3.3㎡당 2031만 원에서 2006년에는 3679만 원까지 뛰었다. 참여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3433원으로 소폭 하락했다가 MB 정부가 들어선 2008년 2634만 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2009년 3315만 원으로 잠시 올랐다가 지난해 다시 2000만 원대로 떨어졌고 올 들어 9월 현재 2586만 원까지 내려온 상태다.


<YONHAP PHOTO-1754> '은마아파트 8억원선 아래로'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강남권 재건축단지의 대표격인 은마아파트의 실거래가격이 금융위기 이후 3년만에 8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 아파트가 8억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1월 7억5천만원 이후 처음이다. 사진은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2012.3.8 jieunlee@yna.co.kr/2012-03-08 15:59:59/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두 정부 모두 시장은 정책과 반대로

일명 ‘강남 집값 때려잡기’에 중점을 둔 노무현 정부 때는 최고 49.84%까지 매매가가 상승했고 강남 부동산 활성화를 부동산 시장의 ‘성장 거점’으로 인식한 MB 정부 때는 줄곧 값이 떨어져 매매가 상승률이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

2009년 반짝 집값이 오른 것은 2009년 초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를 처음 거론한 이후 강남 재건축 활성화 대책이 나오면서 기대감이 반영돼서다. 하지만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기에는 수요가 부족했고, 여전히 가격이 비쌌으며 강남권 주변 보금자리 주택 공급이 재건축에 영향을 주면서 2010년부터는 다시 떨어졌다. 이후에는 좀처럼 시장이 플러스 성장을 하지 않는 장기 침체 상태로 볼 수 있다.

은마아파트 인근 한 공인중개소에서는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한때는 무조건 사면 오른다고 해서 융자를 받아 많이들 샀는데 지금은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실거래가로 2006년 11월 무렵 102㎡(31평)가 최대 11억6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요즘엔 7억5000만 원 수준이다. 떨어진 가격보다 더 우려되는 점은 거래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투기 수요 억제’였다. 특정 지역의 특정 계층을 묶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특히 ‘강남 집값’을 내리는 데 관심을 뒀다. 강남 다주택 보유자가 타깃이었고 이에 따라 주요 규제 정책이 나왔다. 종합부동산세와 보유세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내야 한다는 원칙으로 조세를 강화했고 분양가 규제를 엄격하게 시행하고 주택 가격을 낮추기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도입했다.

재개발·재건축도 통제했다. 하지만 결국 공급을 줄였고 강남의 희소가치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랜 기간 세금으로 집값을 잡으려고 했지만 종부세를 도입하니 엉뚱하게 연금 받는 사람들이 손해를 보는 일들이 생겼다. 또한 시장에 주택 수요가 있는데 공급을 규제하다 보니 가격이 오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효과가 있었던 정책은 주택 구입 자금을 죄는 DTI 규제였다. 조주현 교수는 “시차는 있었지만 이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효과가 나타났다”고 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당시 집값이 오른 것은 개발 사업을 많이 했고 전 세계적인 저금리 시대이다 보니 일반인들도 쉽게 투자하는 여건이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결론적으로 참여 정부는 2007년 막을 내리면서 ‘부동산 대책’을 가장 큰 실책으로 꼽았다.

2008년 MB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동산 정책은 급선회했다. 기본적인 방향은 ‘규제 완화’였다. 편 가르기식 시장 규제를 바로잡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정권 초기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며 하나씩 규제를 풀고 세금을 내렸다.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고 다주택자 중과세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취득·등록세와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게 대표적인 정책이다.

하지만 애초 의도인 ‘시장 활성화’가 아닌 ‘시장 침체’로 방향이 흘렀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치면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했고 거래 또한 위축됐다. 또한 인구가 고령화 사회로 흐르고 베이비부머들이 잇따라 퇴직하며 주택을 바라보는 관점이 ‘실수요’ 위주로 바뀌기 시작했다.

또한 건설사들이 도산하면서 공급 기반이 약해졌고 수요자들 또한 경제 위기에 위축되면서 시장이 침체됐다. 조주현 교수는 이런 대외적인 환경에 ‘찔끔찔끔’ 완화책을 내놓은 것이 시장을 움직이지 않게 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조 교수는 “여론을 의식하면서 큰 그림을 놓치고 냉탕 온탕을 왔다 갔다 하면서 근본적인 개혁을 못했다”고 평했다.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은 전세 수요를 늘리면서 결국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또한 보금자리 주택 공급도 전세 수요를 늘린 요인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이제 더 이상의 부동산 대책은 없다고 표명했다. 이제 국민들의 관심은 ‘다음 정부의 정책’에 쏠리고 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 이 기사는 2012년 9월 17일 발행 한경비즈니스 877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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